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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RO

 

“서울살이 몇 핸가요, 해질녘 집으로 가는 길은 어떤가요. 하루가 참 길죠, 눈물이 참 많죠, 그대는 나처럼 외롭진 않나요. 다 버리고 싶죠, 다 잊고 싶죠, 그래도 견뎌야죠, 살아야 하니까요.”

뮤지컬 〈빨래〉의 이 노래는 서울에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의 고단한 마음을 담아냅니다. 화려해 보이는 도시의 불빛 뒤에는 끝없는 경쟁, 외로움, 그리고 “살아야 하니까”라는 이유로 버텨내는 삶이 있습니다.

최근 드라마 〈미지의 서울〉은 쌍둥이 자매의 ‘삶 바꾸기’를 통해 이러한 현실을 비추며, 성공과 실패의 기준, 고립과 울타리의 의미를 묻습니다. 이번 글의 필자는 그 장면들을 빌려 자신의 서울살이를 교차해 써 내려가며, 지역 봉사와 협동조합 활동, 사내 정치와 직장 내 괴롭힘, 그리고 끝내 자신을 지켜준 울타리의 이야기를 나눕니다. 그 여정 속에서 드러나는 질문은 분명합니다. 서울에서 살아야만 성공일까요? 혼자서는 이 버거운 현실을 감당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교회 공동체는 여전히 성도의 삶을 지켜주는 정서적 울타리로 서 있는가요?

제가 아는 한, 기독교가 말하는 진정한 성공은 세상의 기준을 넘어섭니다. 세상에서는 무명하나 하나님께 인정받고 기억되는 삶, 곧 주님께 유명한 자가 되는 것이야말로 참된 성공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다 안다. 오늘도 수고했다. 너를 내가 아끼고 귀히 여기고 기뻐한다.”는 말씀 앞에서 고단한 날개를 쓸어내리고 평안을 얻을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때야 비로소 우리는 진정한 안식의 의미를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 평안은 홀로 누리는 것이 아니라, 성도의 교제 속에서, 함께하는 이웃과의 연대 속에서 더욱 깊어집니다. 우리가 서로의 울타리가 되어줄 때, 서울살이로 상징되는 인생의 고단함도 신앙의 여정 속에서 의미를 찾게 되고, 공동체는 하나님 나라의 증거가 됩니다.

이번 웨이브레터가 님에게도, ‘나의 서울(내가 달려가는 이 길 끝에는 무엇이 있을지, 내 삶은 어디에 의미를 두고 있는지)’을 돌아보며, 참된 성공의 의미와 더불어 연대와 교제의 부르심을 새기는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 샤인 드림

 


미지의 서울과 나의 서울

(드라마 <미지의 서울> 다시 쓰기)

필자 소개

글쓴이 : 튼튼이아빠. 육아와 놀이 교육에 관심이 많은 30대 후반 아저씨. 8개월 된 아기와 10년 후 같이 주짓수를 하고, 바다로 가족 여행을 가보는 것이 꿈입니다. 방 탈출 게임, 문화 콘텐츠를 만드는 에픽로그협동조합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쌍둥이가 내 삶을 대신 살아준다면?!

쌍둥이의 인생 체인지!

미지와 미래는 쌍둥이 자매다. 그들은 일란성 쌍둥이로 똑같이 생겼다. 시골 마을에서 태어났다. 미지는 운동을 잘하지만, 학교 공부를 못한다. 미래는 공부를 잘하지만 운동을 못한다.

미지와 미래 자매에게는 비밀이 있었다. 바로 그것은 ‘인생 체인지’. 그들은 종종 어른들 몰래 서로가 하기 싫은 일을 바꾸어가면서 하곤 했다. 하지만 어른들에게 행적이 발각되고 성인이 되어서는 그러지 않았다.

어른이 된 쌍둥이

미지와 미래가 어른이 되었다. 미지는 육상 꿈나무였지만, 부상으로 좌절되고 시골 마을에 남는다. 자신을 키워준 할머니를 돌보고 싶어서 남았지만, 어른들은 그녀가 지금까지 고향에서 일용직을 하는 것에 대해서 잔소리한다. 시골의 어른들은 서울에 상경하지 못하면 능력이 없는 것으로 취급하기 때문이다.

미래는 서울에서 공기업에 다닌다. 금융공기업 한국금융관리공사 기획전략팀 선임으로 근무하고 있다. 내부 비리 고발을 한 동료를 지지하고 직장 내 괴롭힘을 받게 되었다. 거기에 직장 상사로부터 성추행까지 당했다. 고향집에는 이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스트레스로 하루하루 마음만 병들었다.

다시, 우리의 삶을 바꾸다

어느 날, 미래를 보러 서울에 온 미지는 미래가 자살을 시도하는 것을 막는다. 미래는 자신의 괴로운 감정을 털어놓는다. 이 모습을 본 미지는 미래에게 한 가지 제안을 한다. “내가 너로 살게. 넌 나로 살아.” 미지와 미래는 서로 인생 체인지를 시작한다.

위 이야기는 얼마 전 종영한 넷플릭스 인기 콘텐츠 1위 드라마 <미지의 서울>의 초반 줄거리이다. 좋은 의미로 정말 하고 싶은 말이 많은 드라마이지만, 이번 글에서는 기독 청년의 시각에서 미지의 서울에서 나온 서울살이 장면과 나의 서울살이 장면을 교차해서 적어보겠다. 혹시 드라마를 못 보신 분들을 위해 말씀드리면, 드라마 내용이 나오니 유의하시기를 바란다. <미지의 서울>을 보고 아래 내용을 살펴보면, 드라마를 나의 이야기로 재구성하는 소소한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장면 1] 서울에 가야 성공일까?

[미지의 서울]

미지는 동네에서 성실하게 일하기로 소문이 난 청년이다. 하지만 동네 어른들은 하나 같이 미지를 안쓰럽게 보고 마음 잡고 꿈을 가지라고 한다. 비교 대상은 서울에 있는 미래와 호수(미지와 미래 고향 친구)이다. 고향에 있는 일꾼은 잔소리를 듣고, 서울에서 가끔 오는 청년들은 환영받는다.

[나의 서울]

나는 지역 교회에서 오랫동안 주일학교와 청년부에서 헌신했다. 그리고 지역 기윤실에서 협동 간사로 일했고, 지역의 교육 문제를 보고 교육 협동조합을 창업했다. 그러나 교회 어른들은 내가 지역에서 활동하는 것을 아쉬워하고, 어떤 분은 꿈을 크게 가지라고 했다.

교회에서 7일 내내 봉사를 해도 서울에서 공부하는 청년보다 환대받지 못했다. 내가 코딩을 공부하기 위해 서울에서 공부하고 서울 IT업계에 일하면서 지역 어른들의 시선이 달라졌다. 최근에 만난 친구 어머님은 나에게 이렇게 이야기했다. “그래도 서울에서 살면 성공한 거잖아. 그치?”

서울이 아닌 지역에서의 성공은 고향을 버리는 것일까?

[장면 2] 서울의 기업에서 사내 정치

[미래의 서울]

미래는 사내 비리를 고발하려던 선임을 옹호했다. 선임은 집단 괴롭힘으로 퇴사했고, 그 화살을 본인이 받는다. 미래는 사내에서 괴롭힘을 당한다. 혼자만 덩그러니 있는 자리에 배정되고, 누구도 밥을 먹거나 이야기하려 하지 않는다. 심지어 회의 시간도 알려주지 않아 눈치껏 회의에 참석한다. 상사는 미래를 곤란하게 만들기 위해 고의로 실패할 만한 일을 권유한다.

[나의 서울]

서울 상경 후 1년 반의 코딩 공부 후, IT사회적기업이자 스타트업인 L사에 초보 개발자로 취업했다. 공부하는 동안에는 돈이 없었기 때문에 공부와 장사를 병행했고, 운 좋게 아주 저렴한 월세로 여자친구의 집에 얹혀살았다(이분이 현재 나의 짝꿍, 배우자이다).

첫 회사를 L사로 선택한 이유는 ‘사회적기업’이었기 때문이다. IT기술로 사회를 긍정적으로 바꾸는 곳이라고 해서 선택한 회사였지만, 놀랍게도 사내 정치가 있었다. 인턴 기간에 회사의 부대표이자 CTO가 나를 견제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나는 잃을 것이 없었고 중소기업에서의 사내 정치는 창업보다는 쉬웠다. CTO는 대기업 S전자 출신이었고, 나는 지방대 출신의 초보 개발자였다. 하지만 놀랍게도 그 CTO는 말은 많은데 실력은 없었다. 자칭 개발자였지만 개발을 할 줄 몰라서 디자이너에게 코딩을 시키는 사람이었다. 또한 창업이 처음이라 경영에 대한 지식도 전무했다.

대표는 나에게 개발 뿐 아니라 경영에 대한 도움을 원했기 때문에 나는 어렵지 않게 대표에게 말했다. 내가 회사에 계속 있기를 원한다면 나와 CTO 중 한 사람을 선택하라고 말이다. 나는 그렇게 사내 정치 대상을 제거했다. CTO는 그 후 회사에서 몰래 맥북 하나를 가져갔고, 연락이 두절되었다.

지금 생각하면 당시 나는 운이 너무 좋았다. 그 CTO가 조금 더 똑똑했다면, 그때 사내 정치에서 내가 희생양이 되었다면, 조금 더 큰 기업에서 일어난 일이었다면, 나의 서울 생활은 어떠했을까?

 

리뷰파도타기 전문 보기

 

 

이번호 고민은 [기독청년프로젝트 시즌2 기독청년의 넘실넘실] 청년들은 왜 교회가기 싫을까? 영상을 각색하여 재구성한 질문과 답변입니다. 

📬이번 호 고민 : 너무 익숙한 교회의 풍경, 점점 멀어지는 내 마음이 잘못일까요?

 

안녕하세요. 저는 대학 시절부터 신앙생활을 해온 청년입니다. 처음 교회 다닐 때는 예배도 좋고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도 참 즐거웠어요. 그런데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교회가 낯설게 느껴집니다. 의무적으로 봉사에 참여하고, ‘청년이니까 더 헌신해야 한다’는 묘한 압박에 시달릴 때도 많아요.

솔직히, 요즘은 일요일 아침이면 괜히 몸이 무겁고, 예배보다는 그냥 혼자 있고 싶다는 생각이 자주 듭니다. 교회 사람들은 여전히 따뜻하게 대해주지만, 그 속에서 점점 내 자리가 사라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해요. 주변에선 “하나님을 떠나면 안 된다”고 하지만, 이런 저의 마음이 잘못된 걸까요? 신앙이 게을러진 건지, 아니면 솔직해지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무물보 전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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