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신교가 주최하는 국가조찬기도회가 권력 유착의 통로로 활용되고 있다는 비판이 일면서 이제는 폐지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확산하고 있다.

강영안 서강대 명예교수는 4일, 기독교윤리실천운동에서 발행하는 ‘좋은나무’에 기고한 ‘국가조찬기도회는 폐지되어야 한다’는 글에서 “기도의 본질은 우리의 삶 속에서 하나님 아버지의 이름이 높아지고, 아버지의 나라와 아버지의 뜻이 이루어지기를 간구하는 것”이라고 설파했다.

그러면서 “기도의 중심에는 하나님 아버지와 그 분의 통치, 그리고 그 분의 뜻이 자리하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교수는 이런 관점에서 “오늘 한국 사회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국가조찬기도회’를 성찰해 봐야 한다”며 “지난 1966년 김준곤 목사가 처음 도입한 뒤 1970년대 군사정권 시기를 거치면서 제도화됐는데 미국에서 아이젠하워 대통령 시절 시작된 국가조찬기도회를 본 떠 마련된 행사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그러나 “이것이 교회의 전통 속에서 자생적으로 형성된 예배와 기도의 자리가 아니라 정치 권력과 종교 권력이 서로의 정당성을 강화하기 위해 만든 무대였다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군사정권 시절, 교계 지도자들은 이 자리를 통해 정치권력과 밀착하며 종교적 영향력을 넓혔고 정치인들은 기도를 빌려 국가주의적 비전을 정당화했다는 것이다.

강 교수는 이 지점에서 “성경을 보라”며 “예수님은 종교 권력자나 정치 권력자와 함께 앉아 그들을 위해 따로 기도하신 적이 없다”고 분명히 하면서 “오히려 가난한 자, 병든 자, 소외된 자, 죄인들과 함께 하시며 그들과 더불어 먹고 마시고 기도했다”고 예수님의 가르침을 강조했다.

덧붙여 “바울이나 베드로 역시 로마황제나 총독을 위해 별도의 기도회를 연 적이 없다”며 “교회가 권력과 나란히 서게 된 것은 이미 교회가 지배체제의 일부로 편입된 후였다”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이어 “기도가 정의와 결합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하나님 앞에 닿지 못하는 공허한 외침에 불과하다”면서 “오늘의 국가조찬기도회는 어떤가?”고 되물었다.

또 “회장직을 최근 사회적물의를 일으킨 기업인이 맡고 있으며 임원들 가운데도 부정적 이력이 있는 이들이 적지 않다”면서 “더 중요한 문제는 과연 그 자리가 하나님 앞에 드려지는 정결한 기도의 자리인지 아니면, 정치,경제,종교의 이해관계가 얽힌 무대인지 스스로 물어야 한다”고 짚었다.

강 교수는 “만약 기도가 권력자,종교인,경제인의 네트워크로 전락한다면 그것은 더 이상 기도가 아니”라면서 “종교적 언어로 포장된 정치적 의례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따라서 강 교수는 “그렇다면 정치와 종교가 결탁한 이러한 기도회는 이제 폐지돼야 마땅하다”며 그 이유는 “기도의 본령을 벗어났을 뿐 아니라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에 대한 사회적 불신만 키우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교회가 진정 드려야 할 기도는 정권의 안정이나 국가의 번영을 위한 형식적 기도가 아니라 고통받는 형제자매의 눈물을 기억하는 기도”라면서 “교회는 권력자와 함께하는 기도회를 내려놓고 병원 병상에서, 쪽방촌과 이주노동자 숙소에서 난민의 천막과 전쟁의 잿더미 속에서 드려지는 기도를 회복해야 한다”며 “그곳에서 드려지는 기도야 말로 하나님께 상달되는 참된 기도”라고 끝을 맺었다.

앞서 양혁승 전 연세대 교수 역시 “국가조찬기도회가 하나님을 두려워하기보다 권력을 의식하는 기독교계 인사들의 모임으로 비춰진 지 오래”라며 “이는 예언자적 목소리를 잃은 기독교계의 초라한 자화상”이라고 비판했다.

양 교수는 “고급호텔 조찬과 참석자들 사이의 미소와 덕담은 교회의 진정성도 공적 위상도 드러내지 않는다”면서 “오히려 신앙의 타락과 교회의 쇠락을 부각시키는 무대로 비춰지고 기도회라는 이름은 복음을 드러내기 보다 오히려 복음을 가리는 가림막이 되고 있다”고 질타하면서 “본질에 역행해 온 국가조찬기도회는 이제는 멈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 전 교수는 “그것이 교회의 신뢰를 되찾는 의미있는 한 걸음이 될 것이며 교회가 다시 사회 앞에서 진정성을 회복하는 최소한의 결단이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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