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윤실·개혁연대 “국가조찬기도회 폐지하라”
교계 단체들이 국가조찬기도회 사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가조찬기도회가 “신앙을 권력의 도구로 전락시키고 교회의 신뢰를 무너뜨리며 민주주의를 훼손”했다며 “기도 없이 탐욕만 남고 권력 비리의 온상이 된 불의한 기도회를 당장 해체하라”고 요구했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공동대표 정병오·신동식·이상민)과 교회개혁실천연대(개혁연대·공동대표 김종미·남오성·박종운·임왕성)는 9월 9일 사단법인 대한민국국가조찬기도회 사무실이 있는 여의도 CCMM 빌딩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최근 이봉관 회장과 이배용 부회장이 김건희 씨에게 인사 청탁을 명목으로 뇌물을 건넨 사실을 지적하면서, 이 기도 모임이 더 이상 존립해야 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개혁연대 고문 박득훈 목사는 국가조찬기도회가 불의한 반민주 권력과 야합해 기득권을 유지·강화해 왔다고 했다. 박 목사는 “국가조찬기도회는 지배 집단의 가치와 이념을 마치 기독교 신앙의 보편적 요구인 양 포장해 왔다. 그리고 이에 맞는 정권엔 열렬한 지지를, 그에 거슬리는 정권엔 마치 예언자라도 된 듯 비판적 거리를 뒀다”면서 이제야 기도회 폐지를 공식적으로 요구한 것이 부끄럽다고 했다.
기윤실 이명진 간사는 국가조찬기도회를 주도하고 정교 유착을 통해 교세를 확장해 온 이들에게 되물었다. “당신들이 기도한 국가는 무엇인가. 불의한 권력에 희생당한 이들은 당신들의 국가에 포함돼 있는가. 태생부터 독재 권력과 함께하며 부당한 특혜를 누려 온 역사를 회개할 의향이 있는가. 일말의 양심이 있다면 개신교와 정치권 간 정교 유착의 고리를 끊는 국가조찬기도회를 폐지하라”고 말했다.
기윤실 공동대표 이상민 변호사는 “우리가 주님으로 고백하는 예수 그리스도가 권력자들과 친했는지 생각해 보라. 그리스도인은 우는 사람들과 함께 울고 그들을 위해 기도해야 한다”면서 “만일 앞으로 기도회를 계속하려면 세월호 유가족, 이태원 참사 유가족, 산재 사망 노동자들의 유가족을 초청하라. 이들을 위로하고 이 나라에 다시는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기도하라. 소외된 이웃인 외국인 노동자, 조손 가정의 아이들, 빈곤으로 어려움을 겪는 노인들을 초청해 따뜻한 아침밥을 나누며 기도하라”고 말했다.
9월 9일 기윤실과 개혁연대가 국가조찬기도회에 폐지 서명을 전달하려고 했으나 기도회 측은 사무실에 상주하지 않는 인원이 없다고 했다.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국가조찬기도회 관계자들이 하나님과 국민 앞에 공개 사죄해야 한다면서 △최근 발생한 금품 수수와 정치권 유착 의혹에 대한 철저한 조사 및 책임자 처벌 △독재 정권 옹호한 역사적 과오에 대한 반성 △대한민국국가조찬기도회 명칭 및 조직 해체를 촉구했다. 이 촉구가 담긴 서명에는 개인 415명과 단체 26곳이 동참했다. 이들은 폐지 서명이 담긴 문건을 국가조찬기도회 관계자에게 전달하려 했으나, 사무실에 아무도 없어 전달에는 실패했다.
기윤실과 개혁연대는 이날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앞으로 국가조찬기도회 해체 운동을 본격적으로 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