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 권력과 밀착…존재 이유 잃은 ‘국가조찬기도회’

 

대한민국 국가조찬기도회가 존폐 기로에 섰다. 회장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부회장 이배용 국가교육위원회 위원장이 연이어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에게 금품을 건넨 혐의로 특검 수사선상에 오르면서다. 반세기 넘게 ‘권력 찬양’ 논란을 반복해온 기도회가 이번에는 매관매직 의혹에까지 휘말리자, 사회 각계에서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966년 박정희 정권 시절 출범한 기도회는 출범 초기부터 정치권력과 긴밀히 얽혔다. 1969년 행사에서는 “하나님이 혁명을 성공시켰다”는 설교가 나왔고, 1973년에는 “10월 유신은 하나님의 축복을 받아 반드시 성공시켜야 한다”는 발언까지 이어졌다. 전두환 정권 시절에는 대통령을 성경 속 여호수아에 비유하며 광주 학살을 정당화했다는 비판도 받았다.

민주화 이후에도 기도회는 정치와의 밀착 구도를 벗어나지 못했다. 이명박 정부 때는 ‘무릎기도’가 정교분리 위반 논란을 불렀고, 박근혜 정부 시절에는 대통령을 미화하는 발언이 논란이 됐다. 지난해 11월에도 윤석열 전 대통령과 군 수뇌부가 참석해 정교유착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이번에는 기도회 핵심 인사들의 매관매직 의혹까지 나오며 기도회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2021년부터 회장을 맡은 이봉관 장로는 대선 직후 김건희 여사에게 고가의 목걸이와 함께 사위의 인사를 청탁한 사실을 인정했고, 이배용 부회장도 금품과 자리 거래 의혹으로 특검 수사를 받고 있다.

그동안 ‘정교유착’ 정도로 논란이 됐던 기도회가 직접적인 금품수수·인사 거래 의혹에 휘말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교계 안팎에서는 “기도회의 민낯이 드러났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폐지 여론도 확산하는 분위기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과 교회개혁실천연대는 9일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조찬기도회가 신앙을 권력의 도구로 전락시키고 교회의 신뢰를 무너뜨리며 민주주의를 훼손했다”면서 “기도 없이 탐욕만 남고 권력 비리의 온상이 된 불의한 기도회를 당장 해체하라”고 촉구했다.

개혁연대 고문 박득훈 목사는 “(기도회는) 지배 집단의 가치와 이념을 기독교 신앙의 보편적 요구인 양 포장해 왔고, 민주주의의 결정적 순간마다 반민주 권력과 손잡으며 기득권을 강화했다”면서 “그 부당한 왜곡과 자기기만이 오랫동안 지속돼 온 만큼 이제야 폐지를 요구하는 것이 죄송하고 부끄럽다”고 말했다.

국가조찬기도회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 제기도 나온다. 정종훈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교수는 “기도는 광장에서 시위처럼 하는 게 아니라 하나님과의 은밀한 대화인데, 교회가 아닌 곳에서 거액을 들여 개최하는 게 적절한가”라며 “독재 권력에 축복을 안겨주던 과거의 흑역사에 대해 누구 하나 회개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이어 “참가자 선정부터 권력자 중심의 폐쇄적 구조로 진행되고, 설교와 기도 내용은 사회적 약자의 고통에는 침묵한 채 특정 의제만 강조한다”며 “국가조찬기도회가 이제는 역사의 유물로 사라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손봉호 서울대 명예교수도 “국가조찬기도회는 당분간 중단해야 한다”며 “관계자들이 부정적인 방법으로 집권자와 연결됐다는 보도가 이어지면서 국민 모두가 기도회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계속 개최하는 것은 교회의 근본적 목적인 선교에 오히려 방해가 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정치가 종교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않는 수준으로 성숙하고, 교회가 정치 권력에 기대지 않는 자존심과 교양을 갖출 때라야 기도회를 재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국가를 위해 기도하겠다면 교회가 중심이 돼 모이고, 정치인은 부르지 않는 방식으로도 가능하다”며 “정치인들을 앞세우지 않고 개인적인 참석만 받는 건강한 기도회로 바뀌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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