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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어렴풋하지만 당연하게 품었던 마음이 있습니다.
“하나님의 마음은 나를 위한 것보다,
우리가 함께 하나님 안에서 좋은 일을 도모하며
서로 사랑하는 데 있지 않을까?”
어렸을 때는 그런 마음으로 길가의 쓰레기를 보면 주워 담곤 했습니다. 그러나 자라면서 현실 속에서 나는 종종 내가 주인인 삶에 머물렀습니다. 나만 좋은 결과를 바라거나, 다른 이의 어려움 앞에서 안도하거나, 나에게 직접적인 피해가 없으면 외면하는 마음이 자리 잡기도 했습니다. 환경도 사회도 거버넌스도 상관없이 그저 나를 위한 선택이었던 것이죠. ESG라는 개념을 처음 접했을 때 이런 질문이 떠올랐습니다.
“우리가 잘 살아가기 위해서, 그리고 미래의 모두를 위해 나는 어떻게 살아왔는가?”
그 질문 앞에서 적극적이지 못했던 나의 모습이 부끄럽게 다가왔고,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했지만 때로는 막막함에 그치기도 했습니다. 이런 생각이 저뿐만은 아닐거라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조혜진 ESG 컨설턴트님의 이야기는 ESG에 대해 막막하게 생각했던 써퍼님들에게 큰 울림을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신앙과 더불어 우리가 함께 걸어가야 할 미래를 진지하게 고민해 온 경험은, 앞으로 써퍼님이 어떤 방향으로 살아가야 할지 다시금 깊이 생각하게 하는 소중한 계기가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 시온 드림
지속가능성의 시대, ESG와 청년의 길 찾기
(조혜진 ESG 컨설턴트 인터뷰)
<사랑방 손님과 WAYVE>는 청년들의 관심사, 가치관, 진로 등의 질문에 다양한 사례와 길을 제시해줄 수 있는 분들을 WAYVE의 사랑방에 모셔 인터뷰하는 코너입니다.
이번 사랑방 손님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컨설팅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조혜진 ESG 컨설턴트입니다. ESG란 무엇이고 그 변화 속에서 우리가 진짜 지켜야 할 가치는 무엇인지 고민하는, 우리와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동료이지요.
혜진님은 좋은 이미지를 위한 ESG 워싱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인권, 노동, 안전 등 기준이 실제로 지켜지고 약자 보호와 실질적 삶의 질 개선으로 연결되는 걸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얘기했는데요.
공공과 이윤, 규범과 현실 사이에서 느끼는 갈등, 정체성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 그리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대한 조심스러운 탐색까지—이번 인터뷰는 누군가의 경험을 빌려 우리 모두의 고민을 함께 열어보는 과정이 되길 기대합니다.
이런 대화를 나누었어요
🌍 ESG, ‘착한 일’을 넘어 ‘생존’의 언어로 🌍 숫자 너머의 가치, 진정한 변화 심기🌍 퇴사와 이직 사이, 후회 없는 선택을 위하여
🌍 ESG, ‘착한 일’을 넘어 ‘생존’의 언어로
🔷 바쁘신 와중에도 귀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지금 어떤 일을 하고 계신지 간단히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혜진: ESG 민간 컨설팅사에서 공급망 ESG 평가, 외부 ESG 평가 대응, ESG 공시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컨설팅이 주로 재무·경영 중심으로 이루어졌다면 요즘은 ESG 평가와 지속가능경영에 대해서도 컨설팅 수요가 많습니다.
🔷 요즘 ESG라는 말을 자주 듣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개념이고 어디에 쓰이는지 궁금해하는 써퍼님들이 많습니다. 환경캠페인·SDGs와 헷갈리기도 하는데 이 코너를 읽으시는 써퍼님들의 눈높이에서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혜진: ESG는 환경(Environmental), 사회(Social), 거버넌스(Governance)를 뜻하는 약어로 기업이 추구해야 할 비재무 성과 위주의 경영을 이야기합니다. 많은 분들이 ESG를 친환경 캠페인 정도로만 생각하시지만, 더 세부적으로 ESG는 이미 100년전부터 시작된 지속가능경영의 한 분야이고 투자와 기업 운영의 기준입니다.
여기서, 지속가능성이라는 개념이 중요한데요. “현재 세대의 필요를 충족하되 미래 세대의 필요를 저해하지 않는 발전”이라는 지속가능한 개발의 정의가 브룬트란트 보고서로 불리는 ‘Our Common Future’라는 보고서를 통해 공식화되었습니다. [1]
그 후 1990~2000년대에 이르러서는 이런 가치들이 단순히 좋은 일이 아니라 투자 세계에서 평가·선택의 중요한 기준이 되기 시작합니다. 2005년 UN의 책임투자원칙(PRI) 출범도 그 분기점이죠. 이 때부터 투자자들이 기업의 재무 성과뿐 아니라 환경·사회·지배구조(ESG)라는 비재무적 성과도 계량적으로 따져서 투자하겠다는 기조가 시작되었고, 이로 인해 ESG라는 용어가 정착되고 확산됩니다. 현재는 대중적으로 사용되며 의미가 확장되었지만, ESG 용어의 구체적인 지칭은 지속가능경영의 맥락에서 투자자들이 투자의사결정을 위해 사용하는 지속가능경영의 방향 및 그 내용을 이야기합니다.
[1] 많이 접하는 SDGs(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지속가능발전목표)는 UN이 이 맥락에서 2030년까지 인류가 추구해야 할 목표를 정리해 놓은 내용이죠. (*SDGs 이전에는 MDGs(Millennium Development Goals, 새천년 개발목표, 2000년~2015년)가 있었고, 2031년 이후에는 새로운 목표가 발표될 예정입니다.
🔷 아직은 ESG가 법적 의무까지는 아니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세요. 그럼에도 기업들이 ESG 평가를 받고 관련 제도를 준비하는 동기는 뭘까요?
🍀혜진: 사실 ESG 법이라는 이름의 단일 법은 없지만, 실질적으로 여러 영역에서 법적 구속력과 강제 조치가 이미 강하게 작동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산업안전 분야에서 이미 시행 중인 중대재해처벌법도 ESG의 일부 법안으로 볼 수 있고 제가 주로 담당하고 있는 공급망 ESG 평가 역시 유럽의 CSDDD(공급망 실사법)에 따라서 2027년부터 유럽 역내 매출이 일정 기준 이상인 우리나라 대기업에도 직접적인 법적 의무가 부과될 예정입니다. 이 법을 지키지 않으면 매출의 2%에 달하는 벌금 등의 의무가 생길 뿐만 아니라 공급망에서 ESG 리스크가 발견될 경우 실제로 거래를 줄이거나 끊으라는 강력한 조치까지 요구되는 상황입니다. 국내에서도 올 6월 ‘ESG 실사법’이 발효되기도 했습니다. 이미 실질적으로 법적 규제가 시작된 셈이라 현장에서는 시행까지 시간이 남았으니 여유 있어도 되는 것이 아니라, 이미 돌이킬 수 없는 변화로 받아들여지고 있어요.
이런 흐름에서 ESG 동력의 거의 대부분은 법적 강제성에 기반한다고 봅니다. 실제로 기업들이 ESG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도 자발적이라기보다는 명확한 규제와 시장에서의 불이익(거래 중지, 투자 제한, 심지어 CEO 처벌 및 징역까지)에 대한 실질적 위기감이 훨씬 더 크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한국거래소 등이 모여서 운영하는 KCGS 같은 기관에서 매년 모든 상장기업의 ESG 평가를 실시하고 이 평가는 실제로 ESG 펀드 선정, 투자의 유치, 주식가치 등 재무적 영향과도 직결돼요. 즉 ESG는 지금 자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 시장과 법의 구조적 동기가 실질적으로 기업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는 게 현장의 실감입니다. 분명 한계도 있지만, 효과와 실효성이라는 점에서는 이 같은 강제성의 도입이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면도 분명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 기업의 이익만을 쫓는 게 아닌 커먼즈(commons·공공재)로서의 역할을 강조하는 ESG 관점이 참 중요한 것 같은데요. 하지만, 기업에게 이런 관점을 설득하긴 쉽지 않죠. 실제 현장에서 어떤 변화와 고민이 느껴지시나요?
🍀혜진: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서 기업 = 사장(혹은 가족, 오너)의 소유라는 인식이 굉장히 강해요. 중소기업에 가면 으레 사장님의 아들이 실무를 맡고 있고 연차를 막론하고 가족이 가장 많은 급여를 받는 구조가 여전합니다. 그래서 기업은 특정인의 것이 아니라 임직원·주주·더 나아가 지역사회 전체를 아우르는 이해관계자들의 것이라는 ESG적 시선이 정착되기란 정말 쉽지 않죠.
하지만, 이 구조에 균열을 내는 움직임도 분명히 있습니다. 대기업들은 이미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하면서 내부 권한 분산, 책임 경영, 투명 경영의 중요성을 받아들이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이런 변화를 뒷받침하는 제도가 바로 외부의 감시와 평가 시스템이죠. 예를 들어 자식에게 기업을 물려준다 하더라도 그 권한이 제대로 검증·감시될 수 있는 구조(이사회·평가·감사 등)가 없다면 결국 리스크로 이어지니까요. 이런 변화의 예시로는 남양유업 사례(오너 리스크 해소 후 주가 상승), 대한항공이나 SM 등에서의 주주 행동주의 성공 등 실제 경영 구조가 바뀌고 평가받는 일이 확산되고 있어요. 결국 이해관계자 기반 경영이 쉽진 않겠지만, 기업 내외 다양한 목소리가 감시와 참여 역할을 계속한다면 기업 입장에서도 눈치라도 보며 조금씩 공정과 투명, 사회적 책임에 다가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러한 접근이 기업 외의 사회 조직에도 적용되면 좋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교회는 목사님과 장로님들만의 것이 아니고, 더 나아가서 성도들만의 것, 기독교인들만의 것도 아니다!
이번호 고민은 [기독청년프로젝트 시즌2 기독청년의 넘실넘실] 교회 안의 이중적 메시지, 청년들은 혼란스럽다? 영상을 각색하여 재구성한 질문과 답변입니다.
📬이번 호 고민 : 가난을 말하면서 부를 과시하는 교회
안녕하세요, 저는 어릴 때부터 교회에서 “가난한 자가 복이 있다”고, “가진 것을 나누라”고 배우며 자랐습니다. 그 가르침이 기독교의 중요한 가치라고 믿었고, 그렇게 살기 위해 나름 노력하며 신앙을 키워왔어요.
그런데, 교회를 알면 알수록 혼란스러운 순간들이 많아집니다. 말로는 섬김과 헌신을 강조하면서, 실제로는 헌금을 많이 내야 교회 내에서 중요한 직분을 맡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공공연하게 듣습니다. 어떤 어른들은 고가의 명품 시계나 차를 자랑하면서 강단에서는 청빈한 삶을 설교하기도 하고요.
이런 모습을 볼 때마다 제가 배웠던 모든 것들이 무너지는 기분입니다. 무엇이 진짜 교회의 모습인지, 제가 믿고 있는 신앙이 맞는 것인지 자꾸 의심하게 됩니다. 이런 이중적인 모습에 실망하고 불편해하는 제 믿음이 잘못된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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