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이여! 재정에 휘둘리지 말고 장악하라!”
최근 대한민국에 충격적인 소식이 들려왔다. 캄보디아에서 대한민국 청년들이 감금된 채 고문을 당하며 강제 노동에 시달렸다는 것. 심지어 꽃다운 나이의 청년이 싸늘한 주검이 되어서야 귀국하는 경우까지 발생했다. 아직도 캄보디아에는 1,000명이 넘는 청년들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위험한 줄 알면서도 청년들은 왜 캄보디아행 비행기에 몸을 담았을까. 자신 명의의 통장을 팔고, 보이스피싱이나 로맨스 스캠 등 범죄에 가담하는 이유는 ‘돈’ 때문이다. ‘고액 알바’라는 사기에 가까운 광고에 마음이 흔들린 원인도 어려운 주머니 사정과 ‘황금만능주의’ 때문이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사장:지형은 목사, 기윤실)은 돈이면 다 된다고 생각하는 이 시대에, 청년세대에 성경적 재무관과 재정관리법, 그리고 부채 청산 방법을 알리고자 ‘청년희망재무상담소 윙즈’를 운영하고 있다. 윙즈의 소장을 맡고 있는 김서로 소장은 인천광역시 소상공인 서민 금융복지지원센터에서 상담사로 일하며 쌓은 지식과 노하우를 아낌없이 청년들에게 전수한다. 지난달 27일 김서로 소장을 만나 청년들의 재정 고민을 덜어줄 수 있는 조언을 들어봤다.
돈은 도구일 뿐 과대·과소평가는 금물!
이날 김서로 소장은 “대한민국이 고도로 성장하던 시기를 벗어나 저성장 시대로 접어들었다. 대한민국 고속 성장기에는 취업과 돈 걱정이 크게 하지 않아도 됐다. 반면 현재 청년세대는 취업, 재정 등에서 고민이 많을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먼저 청년들의 고충에 공감했다. 그는 청년들에게 급선무는 ‘돈 때문에 좌절하지 않고 마음을 지키는 일’이라며 가장 먼저 돈의 가치를 정확히 인식하라고 조언했다.
“자본주의 시대에 돈이 중요한 건 맞습니다. 하지만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지는 못해요. 돈을 많이 버는 일이 많은 사람들의 삶의 목적이 되어 버렸어요. 그리스도인들 역시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돈은 수단으로서 가치를 가져요.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사명을 완성하는 도구로써 잘 사용하면 됩니다.”
이어 올바른 재정관의 확립을 요청했다. 김 소장은 그리스도인이 가져야 할 ‘올바른 재정관’을 또 다른 말로 ‘청지기적 재정관’이라 표현했다. 청지기는 ‘주인의 재산이나 집안일을 맡아 돌보는 관리인’이다. 즉 ‘청지기적 재정관’이란 하나님께서 내게 맡겨주신 돈을 올바른 곳에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책임을 주셨다는 의미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돈을 맡겨주셨다고 하면 다들 부담을 느껴요. 꼭 하나님의 일에만 사용해야 할 것 같거든요. 그러나 부담 가질 필요 없습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가장 첫 번째 계명이 하나님을 사랑하는 것이죠? 두 번째 계명은 ‘네 이웃을 내 몸과 같이’고요. 우리는 보통 ‘네 이웃’에 집중합니다. 그런데 저는 어느 순간 ‘내 몸과 같이’가 눈에 들어왔어요. 갑자기 내가 나를 충분히 사랑하고 스스로를 향한 사랑을 유지하면서 이웃을 사랑해야 한다고 생각 강하게 들었어요. 나 자신도 역시 하나님께서 맡겨주신 존재인 거죠.”
또한 이웃은 가정 밖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그리스도인에게 있어 가장 가까운 이웃은 가족이다. 김서로 소장은 가족을 나 몰라라 하고 가족 외의 이웃만 돌보는 일은 건강하지 않은 일이라고 못 박았다.
특히 하나님께서 내게 맡겨주신 재정에 대해 제대로 인식하면 헌금에 대해서도 자유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워낙 신앙의 선배님들이 헌신적으로 교회를 섬겼잖아요? 그래서 청년들이 헌금에 대해 부담감을 느끼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재정적 압박을 느끼면서도 헌금을 하기도 하죠. 이건 건강하지 않은 일인 것 같아요. 과연 자녀에게 부담을 주고 싶은 아버지가 있을까요? 내 감사의 마음을 담은 헌금이면 충분한 것 같아요. 다만 아주 작은 금액이라도 마음을 담아 헌금을 하는 행위 자체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부담스럽지 않은 범위에서 기쁜 마음으로 드려야 하나님도 기쁘시게 받으시지 않겠어요?”
또한 헌금의 목적과 의의를 명확히 이해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헌금은 주신 것에 대한 감사와 모든 것이 하나님의 것이라는 고백이지 절대 투자가 아니라는 것이다.
“어떤 분들은 거래하는 마음으로 헌금을 해요. 이만큼을 하나님께 드렸으니 이만큼 복을 주셔야 한다는 거죠. 아버지와 거래를 하다니 이 얼마나 큰 불효입니까? 헌금은 감사와 사랑의 고백이지 투자나 로또가 아닙니다.”
건강하게 돈 사용하기
살을 빼는 방법은 간단하다. 식단을 조절하고 규칙적으로 운동하면 된다. 건강한 소비도 역시 어렵지 않다. 예산을 수립하고 주어진 범위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된다. 다이어트가 평생의 숙제이듯 재정을 잘 사용하기 위해서는 노력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현실적이면서도 미래지향적인 예산 계획이다. 노후를 위해 저축이나 투자는 필요하다. 하지만 극단적으로 소비를 줄이는 것은 위험하다.
“기윤실이나 회사에서 상담을 하다 보면 소비를 죄악시하는 분들을 봐요. 자신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부분에서 적당히 소비할 줄 알아야 합니다. 과도하게 아끼는 계획을 짜면 십중팔구 실패해요. 쓰는 재미와 모으는 재미를 느껴야 오히려 더 조절할 수 있어요.”
예산을 정할 때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가 소비와 저축(투자)의 비율을 정하는 일이다. SNS 등지에서는 소득의 몇 %는 무조건 투자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하지만 김서로 소장은 이 말에 강하게 부정했다. 비율은 각자의 소득, 상황 등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 자신의 재무 상태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실천 가능한 예산안을 편성할 것을 추천했다.
적절한 계획이 수립됐다면 그 다음은 실행이다. 거리를 걷다 보면 먹고 싶고 사고 싶은 것들이 도처에 있다. 인터넷을 들어가 봐도 취향을 저격하는 광고들이 우리의 눈을 사로잡는다. 소비의 유혹에서 마음을 지키기 위해서는 기꺼이 강제성과 불편함을 감수할 줄 알아야 한다.
“소비 습관을 형성하고 지키려면 의도적인 스트레스가 필요해요. 상담할 때 만약 도저히 못 지킬 거 같으면 그냥 신용카드를 없애라고 말해요. ‘심적 회계’라고 해서 현금보다 체크카드를, 체크카드보다 신용카드로 결제할 때 상대적으로 부담을 덜 느낀다고 하죠. 경각심 없이 쓰다 보면 어느 순간 엄청나게 돈을 쓴 자신을 발견하게 돼요. 불편함을 감수하더라도 지출 계획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야 돼요.”
많은 청년들이 관심 가질 만한 투자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주식 자체는 현명한 투자 방식인 게 맞아요. 하지만 ‘과몰입’은 위험합니다. 하루종일 주식만 보는 분들이 있어요. 내 삶을 정상적으로 영위하면서 투자해야 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안정성이 확보된 곳에 장기 투자를 하는 것이 좋아요. 일시적인 등락은 있을 수 있지만 결국 주가는 우상향하게 되어 있으니까요.”
하지만 ‘투기’나 ‘도박’에 가까운 주식 투자, 혹은 남을 따라가는 주식 투자에 대해서는 경계의 말을 전하며 “주식은 평생 투자”라는 말을 덧붙였다. 또한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욕망만이 담겨있을 뿐”이라며 부정적인 태도를 견지했다.
끝으로 김서로 소장은 교회를 향한 당부의 말을 전했다.
“사실 지금 청년들 힘들어요. 아무리 벌어도 모자라거든요. 게다가 비교 대상을 찾기가 너무 쉬워요. 불건전한 투자 유혹이나 사기의 위험성도 높죠. 청년들이 사회에서 사기나 잘못된 투자를 하지 않도록 하는 교육, 성경적 재정관, 비교하지 않고 나를 사랑하는 법 등을 교회가 가르쳐줬으면 합니다. 재정에 휘둘리지 않고 장악하는 청년이 되어야 해요. 돈으로 인해 시험 드는 게 아닌 돈으로 하나님께 영광 올려드리는 교회와 청년들이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