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일 년이 지나는데

 

2024년 12월 3일 오후 10시 30분의 비상계엄은 쿠데타였다. 하루가 지난 4일, 당시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 대표회장이었던 나는 한목협 성명서를 발표했다.

“2024년 12월 3일 오후 10시 30분에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습니다. 헌법 제77조에 명시된 비상계엄의 요건을 무시한 위헌적 행동입니다. 대한민국의 헌법에 적시된 국가의 정체성과 질서를 수호하고 제반 법률을 지키면서 국민의 안녕과 평화를 위해 봉사하는 것이 공무원으로서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직무입니다. 이번 사태에서 대통령은 이를 대놓고 위반하였습니다. …이제 대통령은 이와 연관된 모든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나야 합니다. 정치적인 책임뿐 아니라 위법한 모든 일의 책임까지 엄중하게 져야 합니다. …  ‘공교회’가 정치적인 사안에 직접적으로 개입하는 것은 아주 신중해야 합니다. 그러나 현재 상황은, 특히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사태와 관련하여 공교회가 정치 상황에 개입할 시점이 되었습니다. …갱신, 일치, 섬김을 가치로 삼고 활동해 온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는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을 엄중하게 요청합니다.”

비상계엄 선포, 국회의 해제 결의, 계엄 재선포 가능성 등 혼란이 며칠 이어지며 맞은 12월 8일의 주일예배 설교에서 나는 성경적 기독교 신앙에 근거해서 12·3비상계엄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 사안이 정파나 진영의 문제가 아니라 기독교의 계시에 관한 근본 가치의 문제라고 판단했다.

“일반계시의 네 가지 핵심 가치를 보세요. 인도적 인륜도덕, 생태적 환경윤리, 법치의 민주주의, 상생의 시장경제, 기독교적인 단어나 표현이 전혀 없습니다. 그러니까 세상 모든 사람이 이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교회의 목회자나 성도들 중에서 이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인식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안타까운 일입니다. …여러분 저는 목사로서 ‘좁은 의미의 정치 문제에 공교회가 직접 개입’하면 안 된다는 것을 늘 명심하며 살았습니다. 기독교 역사의 정통적인 가르침입니다. …(그러나) 특별한 상황에서 공교회가 개입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저는 지난 12월 3일 밤 10시 반에 위헌적인 계엄령이 선포되는 것을 보고 ‘공교회가 개입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법치의 민주주의가 무너지면 나라 전체의 근간이 무너집니다! …우리나라의 법치적 민주주의가 흔들리고 침해를 당한 상황입니다. 위헌 위법적인 일을 저지른 것이 명백합니다. 명확하게 판단하고 말하며, 기도하며 행동해야 합니다. 우리가 기도하며 행동할 방향은 명백합니다. 법치의 민주주의를 보존하고 지키며 작동하게 하는 것입니다!”

일 년이 지났다. 3개의 특검이 작동하면서 사법 판단이 진행 중이다. 법의 최종 판결이 아직 나오지 않았으니 12·3비상계엄이 내란이라고 단정하면 안 된다는 것은 억지다. 대법원장을 비롯한 사법부의 행태는 우리나라의 법적 권력 구조와 작동이 개혁돼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문명사적 전환기인 세계적 격랑 속에서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 치열한데, 12·3내란과 그에 연관된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 해결이 생존과 번영의 기본 조건이다.

한국교회가 관점과 가치관을 성경에 근거해서 재정립하는 일이 필요하고 시급하다. 작년 10월의 10·27광화문집회는 교회의 이름을 빙자한 윤석열정부 지지 집회였다. 한 달 며칠 후 12·3내란이 발생했다. 한국교회의 문제는 명백하다. 통속적인 권력을 추구하느라 이념과 진영의 포로가 돼 기독교 진리의 유일한 근거요 권위인 성경 말씀을 잃어버렸다. 속물적인 권력과 돈을 보장하는 교회 성장주의에 깊이 매몰돼 있다. 복음의 정체성은 명백한데 사회적 연관성에 아주 취약한 것, 곧 특별계시에는 강력한데 일반계시에 무지한 것이 큰 문제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복음의 올바른 정체성과 특별계시의 성경적 작동 구조를 알지 못한다.

하나님께서 세상 전체를 사랑과 공의로 다스리신다는 믿음이 기독교 이천 년 역사의 정통 신앙과 신학이다. 하나님은 진리의 말씀 성경을 중심에 품은 교회와 법의 물리적 공권력을 가진 세속을 통해 세상을 다스리신다. 교회는 마땅히 사회의 상황에 깊이 관심을 가져야 한다. 요한복음 17장에서 예수 그리스도께서 주신 명확한 가르침이다. 전도를 통한 교세 확장에 매몰돼 교회 성장주의에 빠진 교회, 그래서 세상의 현실에 공의와 사랑이 제대로 작동하는 지에 관심이 빈약한 것은 기독교 정통 신앙에 대한 배반이다.

한국교회가 걸어갈 길은 눈이 시리게 분명하다. 인류와 피조세계의 구원을 위해서 삼위일체 하나님께서 주신 유일하고 완결된 계시, 곧 66권 성경으로 돌아가야 한다. 이천 년 기독교 역사에서 교회가 약해지고 병들고 타락할 때마다 하나님의 사람들이 삶과 죽음을 걸고 외친 것이다. 말씀이 삶이 돼야 산다. 교회가 그렇게 살아야 우리 사회도 오늘날의 세계도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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