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북클럽 시즌 2가 마무리되었습니다. 이번 북클럽 시즌 2는 지난 시즌 1 도서 <이주, 국가를 선택하는 사람들>(헤인 데 하스 저)을 통해 다루었던 글로벌 이주에 대한 전반적인 개관과 연속선상에서, 한국 사회에 들어온 이주민을 인종주의라는 틀로 바라보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시즌 2의 도서인 <다민족 사회 대한민국>(손인서 저)은 단일 민족이라는 신화 뒤에 가려진 한국 사회의 차별과 혐오의 역사를 정면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이번 모임에서는 이 책을 중심으로 각자의 현장에서 마주한 이주민들의 삶과 구조적 모순에 대해 깊이 있는 나눔을 가졌습니다. 관련 내용 공유해 드립니다.

 

“이주민이라는 인식 자체를, 틀 자체를 없앴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어요. 이주민을 특별하게 바라보는 순간부터 쟤는 나와 다르다라는 인식이 강화되는 느낌이었거든요.” – 참가자의 발언 中

“’내 곁에’라는 단어. 여기 언급한 모든 대상 대부분이 제가 제 삶에서 만나고 있는 사람들인 거예요. 평범한 제 삶에도 이분들이 제 곁에 계시는데, 이 책을 사람들이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진짜 많이 했어요.” – 참가자의 발언 中

지난 북클럽 모임들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병행해서 진행되었습니다. 최근 APEC 정상회담 등 국가적 행사를 앞두고 발생한 이주노동자 단속과 사망 사건 등으로 이주민들의 열악한 삶, 그리고 이들을 동등한 시민이 아닌 ‘쓰고 버리는 인력’으로 취급하는 한국 사회의 민낯이 드러났습니다 . 이러한 시기에 <다민족 사회 대한민국>(손인서 저)을 함께 읽고 토론한 것은 더더욱 시의적절하고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이날 모임에는 다양한 배경을 가진 회원들이 참여하여 구조적 차별과 혐오, 그리고 환대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를 이끌어냈습니다.

구조적 모순과 차별의 역사

참여자들은 한국 사회의 이주 정책이 사람이 아닌 인력만을 원하고 있음을 지적했습니다. 한 참가자는 최근 단속 과정에서 사망한 베트남 여성 노동자의 사례를 언급하며, 정권이 바뀌어도 반복되는 경직된 단속과 추방 정책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했습니다 . 또 다른 참가자는 고용허가제 자체가 애초에 이주민의 정주(定住)를 허용하지 않도록 설계되어 있으며, 고용주의 편의에 맞춰 노동자를 부리고 내보내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임을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이는 한국 사회가 구조적으로 ‘2등 시민’을 양산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며, 그들의 인권 자체를 무시하는 제도가 합법이라는 이름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성찰하게 했습니다.

낙인과 배제를 넘어선 환대

책의 내용과 연결된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도 이어졌습니다. 한 참가자는 ‘혼혈’이라는 단어는 사라졌지만, 그 자리를 대체한 ‘다문화’라는 단어가 여전히 차별과 배제의 낙인으로 사용되고 있는 현실을 지적했습니다 . 피부색이 다르거나 말이 어눌한 학생에게 가해지는 “너 다문화냐?”라는 말은 용어의 순화가 인식의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았음을 보여주었습니다. 또한, 이주민 지원 기관에서 활동 중인 한 참가자는 예산 집행의 한계를 지적했습니다. 이주민 지원 예산이 당사자에게 필요한 실질적 복지나 교육이 아닌, 단순한 보여주기식 행사나 커뮤니티 비용으로만 제한적으로 사용되는 현실을 꼬집으며, 행정이 이주민을 복지의 주체로 인정하지 않고 있음을 비판했습니다.

비판적 읽기와 균형 잡힌 시각

이번 모임은 저자의 시각을 단순히 수용하는 것을 넘어, 비판적 읽기를 통해 논의를 확장하는 시간이었습니다. 탈북민 관련 활동을 하고 있는 한 참가자는 책의 저자가 북한이탈주민을 ‘연구되지 않는 집단’이나 ‘적응에 실패한 존재’로 규정한 것에 대해 우려를 표했습니다 . 현장에서는 70% 이상의 탈북민이 우리 사회에 잘 적응하고 있으며 다양한 성공 모델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저자의 과도한 인종주의 프레임이 오히려 탈북민에 대한 또 다른 낙인을 찍을 수 있음을 경계했습니다. 우리는 북클럽을 통해 균형 잡힌 시각으로 이주민 문제를 바라봐야 함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번 북클럽 시즌 2는 이주민 문제를 지식적으로 습득하는 것 뿐 아니라 한국 사회와 교회가 함께 나아가야 할 방향을 고민하는 의미 있는 자리였습니다. 우리는 미등록 이주민을 ‘불법’이라 규정하고 배제하는 것이 과연 정당한가에 대해 질문을 던졌고, 미디어가 조장하는 중국 동포에 대한 혐오가 우리의 무지에서 비롯되었음을 확인했습니다 . 또한, 이미 40만 명이 넘는 이주민 2세대가 우리와 함께 살아가고 있음에도, 그들에게 정당한 시민의 권리를 부여하지 않는 사회적 태도를 반성했습니다.

이번 포럼은 인종주의와 차별이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사회 내부의 절박한 과제임을 확인하는 자리였습니다. 이주민 환대는 선택이 아니라, 더불어 사는 좋은 사회를 위해 우리가 반드시 감당해야 할 몫입니다. 기윤실은 앞으로도 이주민 문제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책을 넘어선 실천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안내] 저자 초청 북토크

한편, 이번 시즌에서 다 못한 이야기와 질문들을 나누기 위해 저자 초청 북토크를 개최합니다. <다민족 사회 대한민국>의 저자, 손인서 박사님을 모시고, 책을 쓰게 된 배경과 의도를 듣고 북클럽에서 나온 날카로운 질문들을 직접 소통하며 이주민 환대를 위한 구체적인 방향을 모색하는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 일시: 1월 14일 (수) 저녁 7시 ~ 9시

  • 장소: 온/오프라인 동시 진행 (유튜브 라이브 및 현장 진행)

북토크 신청하기

관심 있는 분들의 많은 참여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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