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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RO

써퍼님, 우리는 모두 길 위에서 강도 만난 자와 같았습니다. 상처 입고 쓰러져 스스로의 힘으로 일어설 수 없던 우리에게, 아무 조건 없이 다가와 손을 내민 분이 계셨습니다. 그 사랑이 우리를 살리셨고, 그 사랑으로 지금도 살아갑니다. 그리고 그렇게 우리의 이웃이 되어주신 예수 그리스도는 “가서 너희도 이와 같이 하라”(누가복음 10:37)고 말씀하셨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명하셨습니다. “너는 이방 나그네를 압제하지 말며 그들을 학대하지 말라. 너희도 애굽 땅에서 나그네였음이라”(출애굽기 22장 21절). 인생이라는 긴 여정 속에서 우리는 낯선 이방인이 되거나 홀로 고립된 시절을 겪기도 하고, 취약한 상황에 내던져지기도 하며, 갖가지 고난 가운데 신음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경험들은 동일한 아픔을 가진 이들과 함께 울고 그들의 곁에 서게 되는 바탕으로 작용합니다.

이번 월간WAYVE는 오랜 시간 사회적 가장자리에서 소외된 이주민과 다양한 삶의 배경을 가진 이웃들의 곁을 지켜온 한 자매님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이웃들의 고통과 그 이면에 숨겨진 구조적 모순을 정직하게 비춥니다. 각자의 신앙적 입장이나 신념은 서로 다를 수 있지만, 그리스도인에게 분명한 사실은, 그 어떤 이도 하나님의 사랑과 환대에서 제외될 수 없으며 그리스도의 식탁에서 배제될 수 없다는 점입니다. 우리가 이웃을 사랑해야 하는 이유는, 우리가 먼저 조건 없는 사랑을 받은 자들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모두 죄의 사슬에 묶여 죽음으로 달려가던 자들이었으나,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십자가의 피로 그 사슬을 끊어내시고 우리를 생명으로 옮기셨습니다. 주님은 친히 우리의 가장 가까운 이웃이 되어주심으로써 배제가 아닌, 끊어지지 않는 사랑의 연쇄를 만들어내셨습니다.

우리가 마주하는 이웃들에게 기꺼이 ‘비빌 언덕’이 되어주는 것이야말로, 깨어진 하나님 나라의 원형을 이 땅에 이뤄가는 진정한 선교적 행위라 믿습니다. 이번 뉴스레터가 독자 여러분에게도 이웃 사랑의 의미를 묵상하며, 우리 곁의 연약한 이들에게 따뜻한 곁을 내어줄 용기를 새기는 시간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 샤인 드림

 


사람 따라 흐르는 환대

용산나눔의집 강다영 활동가 인터뷰

🔷인터뷰어 : 냉이(기윤실 홍천행 간사)

<사랑방 손님과 WAYVE>는 청년들의 관심사, 가치관, 진로 등의 질문에 다양한 사례와 길을 제시해줄 수 있는 분들을 WAYVE의 사랑방에 모셔 인터뷰하는 코너입니다.

이번 사랑방 손님은 이주인권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용산나눔의집의 강다영 활동가입니다. 다영님은 인생의 절반을 해외에서 이방인으로 보낸 경험을 토대로, 이제는 한국 사회 내 낯선 이웃들의 손을 잡고 있어요.

다영님은 미디어가 만든 납작한 프레임이나 불법이라는 낙인에 갇히지 않고, 그 뒤에 가려진 진짜 사람의 삶을 마주하는 것이 활동의 본질이라고 말합니다. 특히 미등록 이주민이 겪는 구조적 배제가 청년들이 겪는 전세사기 피해의 막막함과 본질적으로 닮아있음을 짚어낸 대목은 우리에게 묵직한 울림을 줍니다.

이방인의 기억이 어떻게 이웃을 향한 환대로 이어지는지, 무너진 신뢰의 시대에 신앙은 어떻게 실천으로 증명되는지—이번 인터뷰가 혐오의 시대를 건너는 우리에게 작은 용기와 구체적인 연대의 단초가 되길 기대합니다.

 

– 이런 대화를 나누었어요 –

🌍 이방인의 기억이 이웃의 손을 잡기까지

🌍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들의 곁에서

🌍 무너진 집, 다시 세우는 신뢰

🌍 기도와 실천 사이

🌍이방인의 기억이 이웃의 손을 잡기까지

 

🔷 안녕하세요, 강다영 활동가님. 독자들에게 자기소개와 현재 일하고 계신 성공회 용산나눔의집이 어떤 곳인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다영: 성공회 용산나눔의집은 용산 지역에서 오랫동안 활동해 온 사회적 소수자 생활인권센터입니다. 서울시 비영리 민간단체이기도 하지만, 시작부터 지금까지 성공회 사회선교 기관이라는 정체성을 지키고 있습니다.

수도권에 나눔의집이 총 9군데가 있는데요, 보통 경제적 가난에 초점을 맞추는 다른 곳들과 달리 용산은 사회적가난에 주목했다는 점이 특별합니다. 초기에는 용산 동자동 쪽방촌 주민들, 그리고 이주민 식구들과 동행했고, 2015년 자캐오 신부님이 오시면서부터는 영역이 넓어져 퀴어 길벗들과도 함께하고 있습니다.

 

🔷 제 전공이 청소년학인데요, 동문 단톡방에서 누군가 “도움이 필요한 후기 이주 배경 청소년이 있다”고 했을 때, 다른 분이 바로 “용산나눔의집을 찾아보라”고 추천하시더라고요. 그 소식을 듣고 ‘아, 정말 현장에서 치열하게 활동하고 계시는구나’ 생각했습니다.

🍀다영: 반가운 소식이네요(웃음). 저희 활동의 가장 큰 특징은 특정 의제를 정해두기보다 사람을 따라 변화한다는 점입니다.

20년 전 처음 만난 분들은 산업연수생 제도하에 있던 이주노동자들이라 임금 체불 같은 노동권 문제에 집중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흘러 이분들이 한국에 정착해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낳으시더라고요. 자연스럽게 저희의 고민도 체류 자격, 아이들의 진학이나 차별 문제 같은 생애주기별 어려움으로 옮겨갔죠. 이주민들의 삶이 변하고 정책이 변함에 따라, 저희의 활동도 그 뒤를 따르고 있습니다.

 

🔷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는 것을 넘어, 그것을 직업으로 삼는 건 큰 결심이 필요한 일입니다. 특별히 이 활동을 업으로 삼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다영: 최근 인도에서 열린 포럼에 참석하며 정리가 좀 됐는데요, 제가 겪은 모든 경험이 이어져 지금의 저를 만든 것 같아요. 저는 초등학교 6학년 때 한국을 떠나 중국, 필리핀, 홍콩 등에서 인생의 절반 가까이를 보냈습니다.

원래는 국제개발협력에 관심이 있었는데, 우연히 성소수자를 환대하는 교회를 소개한 영상을 보고 길찾는교회를 찾아오게 됐어요. 마침 그 교회가 용산나눔의집의 신앙 공동체였고, 그곳에 20년 지기 필리핀 식구들이 계셨던 거죠. 필리핀 거주 경험 덕분에 그분들과 자연스럽게 친해져 통번역 봉사를 하게 됐는데, 그때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저는 체류 자격이 있는 안전한 이주민이었지만, 이분들은 언제 뿌리 뽑힐지 모르는 불안 속에 살고 계셨거든요. ‘굳이 멀리 해외로 가지 않아도, 내 이웃들이 이런 어려움을 겪고 있구나라는 깨달음이 저를 이곳으로 이끌었습니다. 머리에서 종이 울리는 거창한 계시는 없었지만(웃음), 제 안의 경험과 감정들이 얽히고 설켜 자연스럽게 이 길에 서게 된 것 같아요.

 

🔷 인생의 절반을 해외에서 보내셨다고 했는데, 그때 느꼈던 이방인으로서의 감각이 현장에서 이주민들을 만날 때 어떤 영향을 주나요?

🍀다영: 고향 친구를 만나면 통하는 게 있잖아요. 저도 이방인으로 살며 겪은 일들이 한국에서 거주하는 이주민들의 삶과 겹쳐지는 부분이 많아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것 같아요.

특히 제도적인 억압에 대한 이해가 빠릅니다. 홍콩 유학 시절, 학비가 비싸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당시 비자로는 불법이었거든요. 단속이 뜨면 숨기도 하고, 출근 안 한 날 단속반이 왔다는 얘기에 가슴을 쓸어내리기도 했어요. 그런 사소하지만 켜켜이 쌓인 경험들이 각자의 삶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 최근 용산에서 혜화로 이사를 오셨죠. ‘용산’나눔의집인데 혜화로 오시게 된 배경이 궁금합니다.

🍀다영: 나눔의집은 지역사회 가난한 이들과 동행하는 것이 정체성인데, 용산의 젠트리피케이션 때문에 지난 20년 동안 7번이나 이사를 해야 했습니다. 밀리고 밀려 더 이상 용산에 머물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을 때, 다행히 희망씨라는 단체의 도움으로 혜화동에 둥지를 틀게 되었어요.

처음엔 의제 중심의 이름으로 바꿀까도 고민했지만, 결국 지역 기반의 정체성을 살려 용산과 혜화 지역을 모두 아우르기로 했습니다. 곧 총회를 거쳐 용산-혜화나눔의집으로 바뀔 예정인데요. 익숙한 곳을 떠나는 두려움도 있었지만, 마침 혜화가 필리핀 커뮤니티가 활성화된 곳이라 이곳에도 새롭게 뿌리를 내려보자는 마음입니다.

 

🔷 저희도 너무 공감돼요. 기윤실도 원래 삼각지에 있었는데,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사무실이 자리하고 있던 건물이 팔리면서 새로운 곳을 찾아 떠나야 했거든요.

 

 

이번호 고민은 [기독청년프로젝트 시즌2 기독청년의 넘실넘실] 청년들은 왜 돈문제로 힘들까? – 2부 영상을 각색하여 재구성한 질문과 답변입니다. 

📬이번 호 고민 : 십일조 내역을 엑셀로 검사하는 목사님, 제가 리더 자격이 없나요?

 

안녕하세요. 저는 청년부에서 오랫동안 임원으로 섬겨온 청년입니다. 최근에 정말 황당하고 상처받는 일을 겪어서 사연을 보냅니다.

얼마 전 목사님께서 리더들을 부르시더니 갑자기 “너희들 십일조 제대로 하고 있는지 확인해봤다” 면서 엑셀 파일을 꺼내시는 거예요. 그러면서 저에게 “너는 우리 교회에 십일조를 안 하더라? 성경적으로 본 교회에 십일조를 안 하는 건 말이 안 된다”며 면박을 주셨습니다. 사실 저는 제가 후원하고 있는 선교사님과 기독시민단체에 십일조를 나누어 보내고 있거든요. 이 내용을 말씀드렸지만, 목사님은 “그건 헌금이 아니다”라고 딱 잘라 말씀하시며, 십일조를 본 교회에 하지 않았으니 리더 자격을 박탈하겠다고 통보하셨습니다.

돈으로 신앙을, 그리고 리더의 자격을 평가받는 것 같아 너무 속상합니다. 제가 정말 잘못한 건가요?

 

무물보 전문 보기


[2025년, 당신의 파도는 어땠나요? (월간 WAYVE 독자 설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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