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YVE letter 99호 보러가기
저는 여러 가지 정체성을 가진, ‘비빔인간’입니다. 교회를 열심히 다니는 사람들 눈에는 냉담자로 보이고, 예전 교회 친구들에게는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 사람, 저를 잘 모르는 이들에게는 그냥 기독교인, 새로 만난 교회 사람들에겐 새신자처럼 보이죠. 이렇게 여러 꼬리표를 달고 살아가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는 저 스스로에게조차 “나는 어떤 사람이지?” 설명하기가 어려워졌습니다.
맞습니다. 저는 언젠가부터 교회에 가기 싫어졌고, 오래 다니던 교회를 떠났습니다. 그 이후로는 한동안 떠돌이처럼 이 교회, 저 교회를 전전했고, 아예 교회를 가지 않던 시간도 있었어요. 지금은 몇 달간의 교회 탐방 끝에 찾은 작은 교회에 다시 출석하고 있지만요.
모태신앙으로 자라며 교회를 다니는 건 늘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제 신앙에 대해 깊이 고민해 본 적도 없었죠. 언제나 교회 안에 있었고, 앞으로도 그럴 거라고 막연히 믿었으니까요. 그런데 막상 교회 밖에 나와 보니, 교회를 다니지 않으면서 신앙을 붙들고 산다는 건 생각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더군요. 사람들에게 왜 교회를 떠났는지, 지금은 어떤 상태인지, 앞으로는 어떻게 할 건지 설명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었지만, 그보다 더 버거웠던 건 제 안에서 끝없이 솟아나는 질문들이었습니다.
나는 왜 교회를 떠났을까?
공동체가 힘들어 공동체를 떠났는데, 공동체 없이는 내 신앙도 존재할 수 없는 걸까?
하나님이 바라시는 신앙의 모습은 분명 이게 아닐 텐데, 이렇게 살아도 괜찮을까?
새로운 교회에 다니고 있는데도 왜 예전처럼 나를 드러내기는 여전히 어려운 걸까?
정답 없는 질문들을 머금고 살아가는 사람이 저 혼자만은 아닐 거라 생각합니다. 제 주변에도 나이와 상황을 불문하고, 이런 신앙의 고민을 안고 있는 사람들이 꽤 있거든요. 지금은 괜찮더라도, 신앙을 가진 사람이라면 인생 어딘가에서 한 번쯤은 마주하게 되는 질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번 호에서는 바로 그 ‘경계’에 서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교회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면서도 신앙에 대한 질문을 멈추지 않았던 공간, ‘교가싫순’에서의 경험과 고민을 함께 읽어보세요. – 조약돌 드림
마침표를 찍지는 못해서 잠시 멈춘 마음들
잇슈ON <교회 가기 싫은 사람들의 순모임_시즌 4> 리뷰
교회를 떠난다는 문장에 섣불리 마침표를 찍을 수 없어, 그저 긴 쉼표 위에 서성이는 마음들이 있습니다. <교가싫순_시즌 4>는 그런 마음들이 모여 잠시 닻을 내린 시간이었습니다. 판단하지 않는 시선과 강요 없는 대화 속에서 우리는 나의 신앙을 정직하게 마주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호에서는 <교가싫순_시즌 4>에 함께한 두 분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각자 모양은 다르지만 신앙을 포기하지 않기 위해 잠시 멈춰 선 두 사람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주세요.
🌊 첫 번째 파도 _ 이소(離巢)
교회를 나가지 않은 지 꽤 됐는데도 여전히 제 안에 습관처럼 남아있는 것들이 있어요. 그중 하나가 신앙에 대한 고민을 나누고 싶은 마음인데, 친구에게 ‘교가싫순’을 추천받으면서 자연스럽게 참여하게 됐어요. 사실 교회를 나가지 않는 사람들과 신앙에 대해 말하는 경험이 많지 않다 보니 궁금했던 것 같아요.
제 주변에도 기독교 친구들이 많은데요. 신앙 관련 얘기를 하면, 보통은 깊은 신앙을 가진 친구들이 신앙에 대한 깊은 얘기를 하거나, 아니면 교회 욕을 대차게 하는 경우로 나뉘어서 제가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것 같은 느낌이었거든요.
교가싫순에서는 교회에 대한 비판적인 태도는 유지하되 신앙 자체에 대해서는 고민할 수 있는 동료들을 만나서 좋았어요. 경계에서 방황하던 저를 잘 받아주는 느낌이랄까요? 특히 교회의 요소를 주제로 잡고 탐구하는 과정이 좋았어요. 그중 세 가지 정도가 기억에 남는데요.
첫 번째는 예배예요. 마지막 모임에서 예배의 형태를 고민하면서 예배가 어떤 것을 지향해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가 이어졌던 게 좋았어요. 특히 ‘예배는 자유의 연기(acting)’라는 점이 좋았어요. 하나님의 나라가 아직 오지 않았지만 왔다는 것을 느끼며 연기하는 과정으로 예배를 해석할 수 있었다는 게 의미 있게 다가왔어요. 교회 밖에서의 예배라고 함은 길거리에 쓰레기 버리지 않기, 무단횡단하지 않기 등 어떤 행위를 금하는 것으로만 느껴졌던 것 같은데, 무엇인가를 하는 능동적 행위로서 삶의 예배를 생각해볼 수 있었거든요.
(중략)

<교가싫순_시즌 4> 마지막 모임
🌊 두 번째 파도 _ 떠남이 아니라 분리
저는 소위 말하는 ‘가나안 성도’입니다. 믿음을 아예 정리한 건 아닙니다. 교회 안도 밖도 아닌 그 중간 어디쯤에서 꽤 오래 머물고 있습니다. 단순히 마음이 식어서 떠난 건 아니었습니다. 그동안 켜켜이 쌓인 고민들 때문에 차마 쉽게 돌아갈 수가 없었을 뿐입니다. 한동안은 믿음을 버린 것도, 그렇다고 말씀을 제대로 붙든 것도 아닌 채로 하루하루를 보냈습니다. 이대로 살아도 괜찮다는 말은 차마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교가싫순’ 모임에 나간 건, 나와 비슷한 자리에 서 있는 사람이 또 있는지 확인하고 싶어서였습니다. 막상 가보니 그곳엔 가르치려 들거나 함부로 판단하는 태도가 없었습니다. 말을 하다 멈춰도 괜찮았고, 끝내 입을 열지 않아도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나를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자리가 있다는 게 참 낯설면서도 좋았습니다.
대화에 어떤 결론이 있지는 않았습니다. 옳고 그름을 따지지도, 믿음의 크기를 재지도 않았습니다. 각자가 왜 멈춰 서게 됐는지 그 이유를 있는 그대로 두었습니다. 충고는 줄이고 침묵을 더 많이 공유했습니다. 이 모임을 통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은 건 아니지만, 덕분에 긴장했던 마음이 조금은 느슨해질 수 있었습니다.
(중략)
이번호 고민은 [기독청년프로젝트 시즌2 기독청년의 넘실넘실] 청년들은 왜 돈문제로 힘들까? – 2부 영상을 각색하여 재구성한 질문과 답변입니다.
📬이번 호 고민 : 십일조 내역을 엑셀로 검사하는 목사님, 제가 리더 자격이 없나요?
안녕하세요. 저는 청년부에서 오랫동안 임원으로 섬겨온 청년입니다. 최근에 정말 황당하고 상처받는 일을 겪어서 사연을 보냅니다.
얼마 전 목사님께서 리더들을 부르시더니 갑자기 “너희들 십일조 제대로 하고 있는지 확인해봤다” 면서 엑셀 파일을 꺼내시는 거예요. 그러면서 저에게 “너는 우리 교회에 십일조를 안 하더라? 성경적으로 본 교회에 십일조를 안 하는 건 말이 안 된다”며 면박을 주셨습니다. 사실 저는 제가 후원하고 있는 선교사님과 기독시민단체에 십일조를 나누어 보내고 있거든요. 이 내용을 말씀드렸지만, 목사님은 “그건 헌금이 아니다”라고 딱 잘라 말씀하시며, 십일조를 본 교회에 하지 않았으니 리더 자격을 박탈하겠다고 통보하셨습니다.
돈으로 신앙을, 그리고 리더의 자격을 평가받는 것 같아 너무 속상합니다. 제가 정말 잘못한 건가요?
WAYVE SALON에 써퍼님을 초대합니다! (100호 특집 독자모임)
안녕하세요, 써퍼 님.
2020년 10월 7일부터, 세상의 다양한 물결을 전해온 월간 WAYVE가 어느덧 100호를 맞이했습니다.
지난 시간 동안 랜선으로만 전해드렸던 이야기들을, 이번에는 얼굴을 마주하고 나누고 싶어 <WAYVE SALON : 100번째 파도>를 준비했습니다.
이번 살롱에서는 100호까지의 시간을 돌아보고, 앞으로 우리가 함께 만들어갈 새로운 물결에 대해 이야기 나누려 합니다. 그동안 월간 WAYVE를 아껴주신 구독자님과 함께 따뜻한 시간을 보내고 싶습니다.
퇴근 후 출출하실 구독자님을 위해 맛있는 김밥과 다과도 준비해 둘게요. 편안한 마음으로 오셔서 자리를 빛내주세요.
[2025년, 당신의 파도는 어땠나요? (월간 WAYVE 독자 설문)]
지금까지 월간 WAYVE와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구독자님의 소중한 의견을 모아 2026년에는 더 써퍼님 마음에 쏙 드는 물결을 일으켜보려 합니다. 잠시만 시간을 내어 써퍼님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참여해주신 분들 모두에게는 월간WAYVE 스티커 굿즈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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