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는 싫지만 신앙생활은 하고 싶은’ 40년 모태신앙의 돌파구

 

[주일엔 쉽니다] ‘교회가기싫은사람들의순모임’ 멤버 차수민 씨
“교가싫순은 정죄하지 않는 모임이자 누구나 환대하는 광장”
“좋은 공동체를 찾기 전 잠시 쉴 수 있는 임시 보호처”
“장애인·여성·청년 환대하는 교회 찾고 싶어”

 

차수민 씨는 전형적인 ‘교회 핵심 멤버’였다. 3대째 기독교인 집안에서 태어났다. 교회만 30년 넘게 다녔다. 중고등학생 시절에는 예수님 같은 삶을 실천하고 살아야겠다고 다짐했다. 믿음 좋은 청년은 교회에서 청년부와 각종 모임을 맡아 성실히 봉사했다.

 

그를 처음 만난 건 의외의 장소에서였다. 차수민 씨는 2025년 11월 청어람ARMC가 개최한 포럼에서 ‘교회가기싫은사람들의순모임'(교가싫순)을 소개하기 위해 나왔다. 믿음 좋던 청년은 제도 교회를 이탈해 비슷한 고민 중인 사람들과 함께 3년째 삶을 나누고 있었다. 교가싫순은 베스트셀러 책 제목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처럼, ‘신앙생활은 하고 싶지만 교회는 가기 싫은’ 사람들의 모임이다. 그는 이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소통하는 공동체, 수평적인 문화, 소수자와 연대하는 교회를 바랐어요. 이러한 가치에 맞는 교회를 정말 찾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두 군데의 교회를 함께 가 봤지만 섬기고 싶은 교회, 가치관에 잘 맞는 교회를 끝내 찾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좋은 공동체를 찾을 때까지 임시 보호처 같은 역할,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이 되자는 마음으로 시작했습니다.”

 

엄청난 사건이 있어서 교회를 떠난 건 아니었다. 그보다는 자잘하고 끊임없는 사건들이 그를 교회에서 밀어냈다. 청년들의 노동은 헌신·봉사라는 이름으로 치부됐고, 결혼하지 않은 30대 중반 여성에게 따라붙는 시선은 불편했다. 남성이라면 이걸 해야 하고 여성이라면 저걸 해야 한다는 성 역할에 따른 고정관념도 여전했다. “다음 세대가 희망입니다”라고 외치지만, 교회는 믿음 좋은 청년 몇몇의 과중한 헌신으로 돌아가는 구조였다. 차수민 씨는 그 톱니바퀴 중 하나였다. 숨이 막혔다.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 이 말을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누군가 교회에서 끊임없이 봉사해야 한다는 점을 차수민 씨는 피부로 경험했다. 그는 주일에 온전히 쉰 적이 없었다. 교회에서 행사 기획과 진행을 맡았고, 청년들과 함께 열심히 성경 공부를 했다. 하나님과 예수님을 사랑하려면 교회 안에서 섬김을 잘 감당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노력했다.

 

하지만 이런 활동이 정말 성경 말씀처럼 다른 사람의 신앙에 좋은 영향력을 끼치는지 의문이 들었다. 그저 교회 시스템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노동이라는 생각이 커졌다. 주 5일의 힘든 노동 끝에 온 주일은 안식일이 아닌 ‘6일 차 노동’이었다.

 

취업 준비를 할 때도 교회 일은 부담이 됐다. 시험공부를 하면서도 교회 행정을 맡았고 소홀히 하지 않았다. 하지만 교회는 냉정했다. 시험에 떨어져 상심할 때도 업무는 줄어들지 않았고 오히려 늘었다. 당연히 해야 한다는 압박이 힘겨워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자신이 소모되고 있다고 생각했다.

 

“30대 중반까지 어떻게든 교회에 적응하려고 행정부를 맡는 등 열심히 섬겼어요. 다른 교인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노동이었는지 생각해 보면 그렇지 않아요. 청년의 노동이 소모되면서 한국교회가 유지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교회는 그에게 또 다른 스트레스도 줬다. 차수민 씨는 40대 초반 미혼이다. 그가 30대 중반이 되자 ‘결혼 압박’이 찾아왔다. 미혼 여성을 보는 교인들의 시선이 불편했다. 교회는 그를 청년부로 분류했지만, 20대 취업 준비생들과 관심사가 달라 어울리기 어려웠다. 마치 교회가 결혼하지 않은 30대 중반 청년을 환영하지 않는다는 느낌, 은근히 밀어내고 있다는 소외감을 지울 수 없었다.

 

교회와 심리적으로 조금씩 멀어지던 중 코로나19가 발발했다. 오프라인 모임이 중단되자 차수민 씨는 자연스럽게 교회에서 멀어졌다. 온라인 예배에 익숙해진 데다, 이사까지 겹치며 더 이상 교회에 나가지 않았다. 하지만 신앙생활을 멈추지는 않았다. 매일 기독교 방송을 챙겨 봤고 꾸준히 큐티를 했다. 혼자 성경을 읽다가 어려워지면 주석을 사서 보기도 했다. 하지만 개인의 노력으로 채워지지 않는 답답함이 있었다. 그때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공동대표 정병오·신동식·이상민)이 보낸 뉴스레터를 읽고 교가싫순을 발견했다.

 

교가싫순은 기윤실의 소모임 플랫폼인 잇슈ON에서 만든 모임이다. 이름 그대로 저마다의 이유로 ‘교회 가기 싫은 사람들’이 참여해 각자 경험을 나누고 스터디를 진행한다. 2024년 시작한 모임은 벌써 네 번째 시즌을 마쳤고 다음 시즌을 준비 중이다. 멤버들은 ‘방학’이라고 부르는 비시즌에도 최소 한 달에 한 번 만날 정도로 끈끈하다.

 

차수민 씨는 시즌 1부터 참여한 원년 멤버다. 첫 모임은 커리큘럼이 없었던 탓에 ‘교회 욕’만 하는 시간이었다. 쌓여 있던 게 많아 서로 끊임없이 성토했고 공감했다. 차수민 씨는 당시를 회상하며 “4주 동안 계속 교회 욕만 했다. 그런데 되게 재미있었다. 욕하는 게 너무 재미있어서 다음 시즌도 하고 싶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시즌 2부터는 지속성을 고려해 멤버들과 스터디를 시작했다.

 

특히 <교회, 경계 위를 걷는 공동체>(비아토르)의 저자 최종원 교수를 초청해 진행한 강연은 차수민 씨에게 큰 도움이 됐다. 교회의 역사와 역할, 바람직한 방향 등을 멤버들과 함께 배우고 고민하며 차수민 씨는 그동안 자신이 생각했던 교회와 예배의 고정관념이 깨지는 경험을 했다.

 

“우리가 지금 형태처럼 주일을 ‘성수’하는 역사가 굉장히 짧다는 걸 그때 알았어요. 가장 큰 충격이었어요. 교회에서 절대 가르쳐 주지 않잖아요. 강의를 들으면서 더 자유가 생겼어요. 하나님을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방식으로 만나더라도 괜찮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차수민 씨가 말하는 교가싫순의 매력은 ‘안전함’이다. 교가싫순에서는 누구도 정죄하지 않는다. 교회에서 꺼내기 어려운 성소수자 지지 발언에도 모두가 그저 끄덕거린다. 무슨 이야기를 해도 괜찮다. 다른 종교 이야기도 거리낌이 없다. 타 종교를 함부로 비판하지 않기 때문에 불자가 와도 상관없다. 장애인 관련 기관에서 일하는 그는 모두를 환대하는 교가싫순의 모습을 턱이 없는 광장에 비유했다.

 

“제가 광장으로 비유하는 이유는 턱이 없기 때문이에요. 광장은 휠체어를 탄 분, 시각장애인, 성소수자 등 누구나 올 수 있어요. 교가싫순은 교회의 틀을 부정하는 게 아니라 더 넓고 많은 사람을 품는 공동체라고 생각해요. 누구나 참여해서 교회에서 상처받고 불편했던 경험을 나누었으면 좋겠어요. 교회에서 말하는 것만이 진리인지 궁금한 사람들, 교회를 더 깊게, 잘 알고 싶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올 수 있어요”

 

교가싫순 모임을 하며 차수민 씨는 ‘이것도 예배구나’, ‘내가 예배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종종 한다. 소위 말하는 ‘예배의 회복’을 경험을 교회 바깥에서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서로의 감정을 나누고 이해받고, 정죄 없이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예수님의 사랑을 발견하는 것이 곧 예배의 회복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차수민 씨는 교가싫순이 ‘대안 교회’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다른 교회를 찾기 전까지 잠시 머물 수 있는 쉼터 같은 곳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이 잠시 교가싫순에 머무르길 바란다고 말했다.

 

“교회를 다니다가 신앙의 끈은 놓지 않으면서 1년 정도 쉬고 싶을 때, 다른 신앙 색깔을 가진 사람들과 이야기해 보고 싶을 때 잠시 들릴 수 있어요. 그냥 재미있어 보이고 의미 있는 일들을 하나하나씩 해 나가는 대화 공동체, 쉼터, 임시 보호처라고 생각해요.”

 

여러 상처를 받았지만, 차수민 씨는 지금도 여전히 교회로 돌아가고 싶다. 교회가 주는 편안함이 있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교회가 불편한데도 참고 다니는 청년들을 만나려면 교회로 가야 한다는 생각도 있다. 교가싫순 멤버들과 탐방을 다니기도 했지만 성향과 신앙관에 맞는 곳을 찾기 어려웠다.

 

어떤 사람들은 가나안 교인이 ‘자기 마음에 합한’ 교회를 찾아 쇼핑을 다닌다고도 비판한다. 하지만 차수민 씨는 그저 지치고 상처받은 이들이 돌아갈 수 있는 공동체를 원한다. 그가 제일 먼저 꼽은 첫 번째 조건은 청년을 대하는 태도다. 청년을 그저 밝은 존재, 에너지 넘치는 존재로 바라보는 고정관념을 깨뜨려야 한다. 30대 후반까지 힘겹게 취업 준비하는 청년들, 직장에서 고된 노동을 하는 청년들이 교회에서도 밝은 모습을 유지하길 원하고 강요하는 시선도 바꿔야 한다. 그는 나아가 목회자가 청년들의 말에 귀 기울이고 권위의식을 내려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목사님들이 청년의 고민을 듣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청년들이 담임목사님과 대화해 본 적 별로 없을 거예요. 제가 다닌 대형 교회에서는 부목사님이 담임목사님에게 직접 말하는 걸 막는 느낌이 들었어요. 권위의식이 회사보다 훨씬 심해요. 이런 분위기가 달라져야 해요.”

 

차수민 씨는 교회에서 이뤄지는 노동의 형태도 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흔히 교회에서 식사 준비나 설거지는 여성 교인이 맡는다. 행사에서는 주로 청년들의 노동력을 투입한다. 말은 봉사지만, 대부분 노동 강요로 이어진다. 차수민 씨는 협동조합이나 사회적 기업을 설립해 교인들의 고용을 창출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그는 “교인들이 당연히 (감당)해야 한다는 시각을 버리고 노동의 대가를 인정해야 한다는 생각을 교회가 지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교회의 여성 안수 차별 문제도 지적했다. 차수민 씨는 여자가 목회하면 안 된다는 주장은 정말 화가 난다고 했다. “여성이 목회하는 걸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교회, 여성 목사님이 계시는 교회라면 열린 마음으로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직업 특성상 장애인 동료와 자주 일하는 차수민 씨는 교회가 장애인에게 열린 공간이 되어야 한다는 말을 덧붙였다. 작은 턱 하나만 있더라도 휠체어를 탄 장애인은 접근이 어렵다. 그는 교회 현실 때문에 장애인 동료들을 전도하기조차 어렵다고 지적하면서, 다시 교회에 갈 땐 장애인들과 함께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좋은 교회는 작은 경우가 많아 휠체어가 못 들어가요. 엘리베이터까진 어렵더라도 턱을 없애면 많은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또 직장 동료 중 한 분은 시각장애인 교인인데, 교회에서 주보나 스크린을 볼 수 없는 구조잖아요. 음성 지원이 되는 온라인 주보를 만들면 해결될 문제인데요.”

 

“교회에서 장애인을 특이한 존재로 보는 경우가 있어요. 장애인도 그냥 똑같은 사람으로 보는 시각이 한국교회에 더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턱이 있어 올라갈 수 없고, 주보를 볼 수 없는데 같이 교회에 가자고 할 수 없잖아요. 언젠가는 같이 가길 바라요.”

 

차수민 씨는 교가싫순이 종착역이 아닌 환승역이라고 생각한다. 모임을 거듭하며 구성원의 고민이 깊어지고 마침내 사랑이 우선인 교회를 함께 찾길 바란다. 그는 멤버들이 누구든지 환대하는 교회, 열려 있는 교회, 안전하게 쉴 수 있는 교회를 찾을 때까지 함께 있어 주고 싶다고 말했다.

 

“모임을 할수록 고민이 깊어지고 확장돼요. 각자의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 나눠보자는 취지이기 때문에 우리는 함께 과도기에 있다고 생각해요. 구성원 한명 한명이 다른 교회에 가거나 좋은 공동체 정착할 수 있을 때까지 계속 남아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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