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금사용 내역 두루뭉술 기재 말고 증빙서류 첨부 꼼꼼히…

기윤실 건강한 교회재정 관리 원칙 제시

[국민일보 2008.02.21]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

지난해 교회 재정부장을 맡았던 서울 A교회의 김모 장로는 회계 장부를 들여다보다가 난감해졌다. 유치부 여름수련회 행사로 수백만원이나 지출됐지만 단순히 ‘수련회 행사비’라고만 적혀 있을 뿐 구체적으로 어떤 용도에 쓰였는지에 세부 내용은 기재돼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투명한 교회 재정운동’을 펼치고 있는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 등 기독시민운동단체에 따르면 A교회뿐 아니라 적지 않은 교회가 재정관리를 하면서 두루뭉술한 포괄적인 계정 과목을 사용하고 있다. 동일한 집행내역임에도 불구하고 교회나 회계 담당자별로 이를 다르게 기재해 일관성과 투명성이 떨어지는 사례도 적지 않다.

최근 종교계의 재정 투명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기윤실이 21일 발표한 ‘건강한 교회재정관리 지침’은 각 교회가 지켜야 할 기본원칙을 담았다(표 참조). 기윤실은 조만간 교회 재정조례 가이드북 및 매뉴얼을 발간해 전국 교회에 배포할 계획이다.

기윤실은 우선 교회가 헌금사용지침안을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성도들의 헌금을 어떤 용도로, 얼마나 사용할 것인지 먼저 정한 뒤 연간 예산규모를 꾸려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지침은 헌금이 많이 들어오거나 부족할 경우 과부족분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의 기준이 되며, 재정집행 결과를 감사(監査)할 때도 적절성 여부를 따지는 잣대가 된다.

모든 지출 내역을 문서화하는 작업과 회계내역 공시도 중요하다. 필요할 경우 누구라도 언제든지 집행내역을 열람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은 재정 투명화를 위한 기본이다. 따라서 헌금이 사용된 모든 내역은 증빙을 첨부해 문서로 남겨둬야 한다.

단식부기가 아닌 복식부기 방식을 도입하는 것도 교회 재정의 투명성을 높인다. 현금 잔액의 증감만이 기록되는 단식부기는 모든 자산, 부채, 자본의 증감변동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다. 반면 복식부기는 교회의 재산이나 부채의 변동 원인과 결과를 파악할 수 있다.

이 밖에 재정 수입·지출 현황의 감독 및 감사를 주기적으로 실시하고 교단 노회나 총회 차원에서 소속 교회 재정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한 재정관리 교육도 필요하다. 회계 담당자 및 감독자, 집행자의 기능을 엄격히 분리하는 것도 중요한데, 각각의 기능이 분리될 때 객관적인 재정 관리에 한층 가까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최호윤 기윤실 집행위원은 “한국 교회가 사회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급선무는 교회 재정 투명화”라며 “각 교회가 내부 구성원들의 협의를 거쳐 이 관리지침이 제도적으로 적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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