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산 철거민 사망 참사에 대한 기윤실 성명서 –

고통 받는 자들과 함께 우는

한국교회와 그리스도인이 되겠습니다.

2009년 1월 20일 아침, 용산 철거민 농성 진압과정에서 철거민 5명과 경찰 1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하였습니다. 안타깝게 죽은 6인과 유가족께 심심한 조의와 애도를 표합니다.

우리는 철거민과 경찰이 과도한 물리적 충돌을 통해 많은 희생자를 발생시킨 현실을 안타까워하면서 조속히 진상이 밝혀지고, 이러한 참사가 재발되지 않을 방안이 마련되기를 희망합니다. 철거민들이 화염병을 동원하여 지나치게 자신의 주장을 했다고 할지라도,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야 할 경찰과 정부의 임무에 예외는 없어야 하는데 이런 참사를 낳은 무리한 진압과정은 도덕적 비난을 받아 마땅합니다.

급속한 산업화를 통한 근대화의 과정 속에서 도시 개발과 철거민의 생존 문제는 언제나 서로 대립하는 가치였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도시 개발의 이익이 철거민의 생존권에 우선되어 왔습니다. 개발의 과정에서 보호받지 못하고 개발의 이익으로부터 철저히 소외당해 온 철거민이었기에 자신들을 지켜주지 못하는 공권력을 향해 이처럼 극렬하게 저항하였던 것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정부와 경찰에게 촉구합니다.

정부는 무엇보다도 도시 개발의 과정에서 소외당한 철거민들의 목소리에 더욱 귀를 기울여야 했습니다. 그리고 끝까지 무리수 없이 이 문제를 차분히 해결하도록 노력을 했어야 했습니다. 약자를 존중하지 않는 정부는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받을 수 없을 것입니다. 정부는 이번 사태의 원인을 명확히 밝히고, 잘못이 있는 책임자는 처벌하며, 앞으로 이런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게 모든 조치를 강구할 것을 촉구합니다.

우리는 반성합니다.

우리는 그리스도인들이 사회에서 철저히 거부당하고 있는 사회적 약자인 철거민들에 대해 사랑과 관심을 충분히 갖지 못하였음을 고백합니다. 그동안 한국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은 즐거워하는 자들과 함께 즐거워하였지만, 우는 자들과 함께 충분히 울지 못했습니다. 고통을 함께 나눌 따뜻한 친구가 되지 못했습니다. 약한 자와 가난한 자를 사랑으로 섬기라고 하신 주님의 명령에 우리가 온전하게 순종하지 못하였습니다.

한국의 크리스천들에게 호소합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한국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은 우는 자들과 함께 울고, 고통 받는 자들과 함께 고통을 나누는 복음에 합당한 윤리적 삶을 더욱 회복해야 할 것입니다. 한국교회가 이 참사로 인한 분노와 원망과 갈등을 부여잡고 함께 울며 함께 아파하며 치유할 수 있는 공동체로 거듭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2009년 1월 22일

기독교윤리실천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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