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팔레스타인 연대의 날,
팔레스타인 – 이스라엘 평화를 위한 한국 그리스도인 선언
 
팔레스타인은 우리의 적이 아니라 형제입니다 !

‘하늘에는 영광 땅에는 평화’를 기도해온 한국 기독교는 지난 11월 18일~20일까지 열린 제61회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총회 결의에 따라 지난 11월 14일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침공에 대한 우려와 반대를 표명하는 성명서를 11월 20일자로 발표한 바 있습니다. 한국 그리스도인들은 ‘세계 팔레스타인 연대의 날’을 맞아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과 가자지구 봉쇄는 그리스도의 평화를 파괴하는 죄임을 선언하며 다음과 같이 우리의 입장을 밝힙니다.

1. 이스마엘의 후예라고 하는 아랍인들은 기독교인의 적이 아니라 형제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이스마엘에게도 복을 주어 크게 생육하고 번성하게 할 것이라고 믿음의 조상 아브라함에게 약속하셨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독교인들이 아랍인들에 대해 적대적 감정을 갖게 된 것은 신앙적 입장의 결과가 아니라, 서양 중세시대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기독교 세계와 아랍 세계의 패권 다툼 속에서 형성된 비 성경적 적대의식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성경에서 아브라함을 통해 주신 하나님의 약속을 믿는 신앙인으로서 하나님의 언약의 상대자는 이삭이지만 아브라함의 자손으로서 이스마엘의 후예인 아랍인들의 삶과 권리를 존중해야 합니다.

2.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인에 대한 일방적인 추방과 탄압은 정당하지 않습니다.
모세의 영도아래 팔레스타인(가나안) 땅에 정착하여 다윗 이후 번영을 누리던 유대인들은 AD 135년 로마에 의해 세계 각지로 쫓겨나 1,800년 동안 디아스포라로 살았고, 그 땅은 팔레스타인인들이 살아왔습니다. 그러나 2차 세계 대전 후인 1948년에 유대인들이 팔레스타인 땅에 이스라엘을 건국하면서 양쪽의 대립은 극단적으로 격화되었고, 오늘에 이르기까지 여러 번의 대규모 전쟁과 목숨을 건 갈등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1,800년 이라는 긴 세월동안 나라 없이 나그네로서 살아온 디아스포라 유대인들의 고난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같은 세월동안 그 땅에서 대대로 살아온 팔레스타인들을 하루아침에 난민으로 만들고 온갖 탄압을 가하여 죽음으로 내모는 것은 하나님을 믿는 신앙에 합치하지 않습니다. 어떻게 하든 양쪽이 대화와 협상을 통해 공존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 합니다. 어느 한쪽의 완전한 승리는 전쟁을 불러오며 이는 결코 해결책이 아닙니다.

3. 팔레스타인에서 발생한 반(反) 생명적 전쟁과 탄압, 인권 유린을 묵인한 한국교회의 죄악을 참회합니다.
한국 교회는 막연히 이스라엘은 가까운 형제요, 아랍은 적대적 이방인이라는 그릇된 도식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우리에게 복음을 전해준 서방 기독교 세계가 지니고 있었던 아랍인에 대한 적대감과 두려움을 그대로 수용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한국 교회의 편협한 인식은 이스라엘을 심정적으로 지지하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서방 세계의 무기와 자본을 기반으로 한 이스라엘의 잔인한 침략에 대해서도 애써 외면하는 죄로 이어졌습니다. 이것은 선한 사마리아 비유에서 죽음에 처한 이웃을 외면한 제사장이나 레위인의 죄를 그대로 재연한 것입니다. 팔레스타인인들의 울부짖음과 평화에 대한 염원을 외면하는 것 또한 팔레스타인의 고통을 지속시키는 것임을 고백하며 참회합니다.

4.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봉쇄는 즉각 중단되어야 하며, 다시는 무력공격이 재발되어서는 안됩니다.
지난 11월 14일부터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들이 쫓겨나 살고 있는 가자지구를 공격했습니다. 이번 폭격으로 이미 약 1,000명 이상의 어린이와 여성, 노약자등 무고한 시민들이 목숨을 잃거나 다쳤고, 정부 관련시설뿐 아니라 수많은 민간시설들이 폭격을 당했습니다. 특히 11월 20일 팔레스타인 기독교 단체 연대(National Coalition of Christian Organizations in Palestine)가 발표한 성명서에 기록되어 있듯이 5명의 아이들을 포함한 11명의 가족이 완전히 전멸한 가자의 달루 가족 사망 사건은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은 2008년 겨울에도 가자지구에 지상군을 투입하여 무고한 시민들 약  1,400명이 희생되었으며, 지난 5년 간 약 2,300여명의 팔레스타인들이 이스라엘군에 의해 희생되었고 이중 25%는 힘없는 여성과 아이들이었습니다. 현재 가자지구에는 160만 명이 살고 있으며 지구상 가장 인구 밀도가 높습니다. 2007년 이후 지속된 이스라엘의 불법적인 가자지구 봉쇄로 인해 인구의 80%는 구호물자로 살아갈 수밖에 없으며 안전하지 않은 식수와 농어업용 물, 청년층 50%를 포함한 높은 실업률, 그리고 3,900개의 기업들이 대부분 도산하고 그 중 23개만이 살아남았습니다. 이것은 아브라함과 이삭의 후예인 유대인들이 지난 날 전 세계에 흩어져 당했던 눈물과 고통을 팔레스타인인들에게 전가하려는 잔인한 죄입니다. 팔레스타인의 땅과 자원을 빼앗고 인권을 유린하는 이 같은 행위는 반(反) 신앙적 죄이기에 신앙인으로서 우리는 팔레스타인 불법 점령과 가자지구 봉쇄가 즉각 중단되어야 함을 촉구합니다.

5. 팔레스타인 평화 문제는 전 세계가 관심하며 해결해야 합니다.
이것은 종교 문제가 아니라 인종 차별이자 식민지 영토 문제이며 중동의 지정학적 질서에 대한 패권문제입니다. 대등한 전쟁이 아니라 일방적인 침탈이며 그 과정에서 일어나서는 안될 끔찍한 인권 침해와 죽음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특별히 국제연합(UN)과 서방 세계는 수많은 UN의 결의안과 국제 인권법 그리고 국제 인도주의 기준과 관행을 무시하는 이스라엘의 불법적인 행위를 묵인해 왔습니다. 이제 국제 사회는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평화와 공존의 해법을 찾는데 진심을 모아야 합니다. 정치적 타결 이전에 세계 시민의 인권 차원에서 인간의 기본권을 존중하는 세계의 모습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UN의 결의안에 따라 팔레스타인의 독립과 평화로운 공존이 인정되어야 합니다.

6. 한국의 그리스도인들은 팔레스타인 평화를 위한 전 세계 시민들의 노력을 지지하며 동참합니다.
소란한 세상에 평화를 주기 위해 오시는 아기 예수를 맞이하는 대림절기가 곧 시작됩니다. 우리는 죽음의 연기가 걷히지 않고 있는 팔레스타인 땅에 그리스도의 평화가 먼저 임재하시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그리고 이를 위해 기도하며 행동하는 세계의 모든 이들에게도 평화의 주님이 함께 하시기를 간절히 원하며 한국 그리스도인들은 팔레스타인의 평화를 위해 앞으로도 계속 기도하며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2012년 11월 29일
세계 팔레스타인 연대의 날 한국 그리스도인 평화 기도회 참가자 일동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한국YWCA연합회, 성서한국, 교회개혁실천연대, 한국교회여성연합회, 기독교윤리실천운동, 한국기독학생회총연맹, 촛불교회, 한국YMCA전국연맹, 기독교환경운동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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