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이 뿌린 감동의 씨앗,
한반도 평화로 정착시켜야 합니다.”
2월 내내 세계에 감동을 선사했던 평창 동계올림픽이 막을 내렸습니다. 이번 올림픽이 준 가장 큰 감동은 누가 1등을 했고, 그 기록이 어떠했느냐보다는 정치와 경제로 풀지 못하던 해묵은 민족감정과 국가갈등을 인류의 보편적 사랑과 우정으로 한순간 녹여내었다는 점입니다. 서로 오랜 라이벌이며, 한일 간에도 해묵은 민족감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상화-고다이라’가 서로에게 보여준 우정과 존경은 양국 사이의 아픈 역사를 넘는 깊은 감동이었습니다.
또한 무엇보다 우리는 온갖 적대감과 질시, 우려를 안고 탄생한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이 성적과 상관없이 끝까지 보여준 사랑과 우정의 감동을 목격하였습니다. 북한은 또한 잔치를 축하하는 진심을 담아 많은 예술단과 응원단을 보내 평창올림픽이 남북이 함께 치르는 축제처럼 흥을 돋우어 주었습니다. 이에 우리는 한미군사훈련을 연기하였고, 북한도 연례 군사퍼레이드를 축소해 진행하며 화답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김여정, 김영남, 김영철 등 이름만 들어봤던 북한 최고위 권력서열의 인물들을 줄줄이 보내 남북과 북미 사이에 대화와 평화의 물꼬를 터보고 싶다는 적극적인 몸짓을 보여주었습니다. 이와 같이 이번 평창 올림픽은 대한민국의 힘으로만 치른 우리만의 잔치가 결코 아니었습니다. 이것은 대립과 위협의 20세기를 딛고 화해와 평화의 21세기를 열어가라고 우리 민족에게 주신 하늘의 선물이 틀림없습니다.
이에 화답하듯이 마침내 남과 북은 남북을 넘어 주변국 모두를 아우르는 멋진 평화의 청사진에 극적으로 합의했습니다. 남북은 정상회담을 합의했고, 북한은 비핵화의 의지를 분명히 했으며 미국과 적극적인 대화 의지를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미국도 일단 환영의 뜻을 밝혔고, 한국정부는 미국은 물론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주변국들의 적극적인 협력을 이끌어낼 특사를 파견하기로 했습니다.
아직 넘어야할 산은 여전히 많지만, 우리는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해 내 디딘 이번 합의를 적극 환영하며, 남북 정부 뿐 아니라 주변국들 모두의 협조 속에서 흔들림 없이 실천되기를 간절히 소원합니다.
이제 미국은 북한에 대한 무한압박을 중단하고 조건 없는 대화를 시작해야 하며, 북한도 비핵화의 의지를 실천적으로 보여주어야 합니다. 한국정부는 북미 간 중재를 넘어 평화를 위한 적극적인 책임을 계속 떠맡아야 합니다. 그리고 이를 위해 남과 북, 북한과 미국은 어떤 형식, 어떤 의제의 접촉과 대화든 망설이지 말고, 즉각 시작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한반도의 주인인 우리 국민들이 평화를 정말 원한다면, 쉽지만 너무나 무책임한 비난과 욕설 대신, 힘들지만 함께 사는 평화를 선택해야 합니다. 또한 한국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은 민족, 인종, 종교, 성(性)과 문화 등의 차이를 빌미로 배제와 차별을 자극하는 대신 인류의 보편적 연대성과 평화를 향한 무조건적 결단으로 주님처럼 막힌 담을 헐고(엡 2:14), 나누어진 둘을 그 손에서 하나 되게 하는(겔 37:17) 하나님의 사람들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다시한번 이번 남북합의를 환영하며, 지속적인 대화와 평화의 발걸음을 마음 다해 기도합니다.
1. 하나님의 화해와 평화의 힘을 굳게 믿는 우리 그리스도교인들은 이번에 남북 정상회담, 비핵화와 북미회담 추진 등에 대한 극적 합의를 적극지지, 환영합니다.
2. 한국(남)정부는 평창으로 시작돼 이번 극적 합의에 이른 대로 남북, 북미 사이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모든 접촉과 대화를 위해 더욱 적극적으로 행동할 것을 기대합니다.
3. 조선(북)정부는 기왕에 보여준 화해의 발걸음이 한반도 평화의 큰 걸음이 될 수 있도록 핵과 미사일 실험을 동결하고 대화분위기 조성에 더욱 협조해 줄 것을 호소합니다.
4. 미국은 한반도 평화가 동북아와 세계는 물론 미국의 국익에도 필수적인 조건임을 인식하고, 압박과 무시를 앞세운 대북정책을 중단하고, 화해와 평화를 위한 모든 형태의 대화에 적극 나서야 합니다.
5. 분단시대 내내 대결과 적대의식을 조장하여 기득권을 누려왔던 모든 정치세력과 이익집단들은 남북의 공멸을 낳는 무책임한 선동활동을 중단하고, 평화의 한반도 건설을 위해 앞장 서 주기를 호소합니다.
6. 한국교회와 모든 그리스도인들은 민족, 인종, 체제와 신념, 종교, 성(性)과 문화가 다르다고 해서 배제하고 차별하는 반(反)그리스도적 행태를 참회하고, 우리나라와 민족이 평화와 보편적 인권, 공평과 정의의 나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앞장 서 줄 것을 호소합니다.
2018년 3월
기독교윤리실천운동, 성서한국, 한국복음주의교회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