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YVE letter 61호 보러가기
– 진느 드림
책 <돌들의 춤; 강정에 사는 지킴이들의 이야기>
돌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면
글_냉이(기윤실 홍천행 간사)
이 책의 엮은이 중 하나인 딸기는 평화바람 활동가다. 평화바람 사람들은 2019년 평화활동가대회에서 처음 봤고, 그 이후에는 내가 2020년 군산에서 일하던 단체 근처에 평화바람부는여인숙(현. 군산평화박물관)이 있어서 거리를 오가며 종종 뵀다. 이 책에서 딸기는 강정 지킴이들을 처음 봤을 때, “얼굴에 시커멓게 탄 사람들이 머리에 이상한 거 쓰고 있으니까 ‘이 사람들 뭐지? 미쳤나?’”라고 생각했다지만, 이 생각은 내가 평화바람 사람들을 봤을 때 느꼈던 감정이기도 했다. 외적으로는 너무나 초라해 보이는 사람들인데 태도에는 긍지가 넘쳐흘렀다.
– 중 략 –
이렇듯 지킴이 중 꽤 많은 이들이 신적인 부르심에 응답해서 강정으로 갔지만, 현재 지역교회 공동체와 연결되어서 지지와 응원을 받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교회에서 희망을 찾고 있는 나로서는 이들을 응원하고 기꺼이 사랑으로 보내주는 교회 공동체가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나는 8월 초부터 기윤실 간사로 일하고 있다. 활동가의 삶을 살아야겠다고 생각한 뒤, 내가 하는 일을 무엇으로 정의할 수 있을지 고민하다가 시민사회 활동가, 그리고 사회선교사라고 생각했다. 기독교 시민단체 간사, 또는 활동가로 불리는 건 익숙하고 자연스럽다. 하지만 사회선교사는 그렇지 못하다. 꽤 오랜 시간 동안 하나님의 부르심은 목회자나 선교사로의 부르심이라고만 생각해 온 데다가 이 일을 하는 사람들을 대개 선교사라고 부르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자신을 스스로 사회선교사라고 정체화한 이유는 내 활동의 동력이 그리스도교 신앙이기 때문이고, 하나님이 나를 이 일로 부르셨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나님은 작은 자의 모습으로 나타나셔서 우리를 부르신다. 마태복음 25장 40절의 말씀을 “내가 진정으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가 여기 내 형제자매 가운데, 지극히 보잘것없는 사람 하나에게 귀를 기울이는 것이 곧 내 음성을 듣는 것이다.”라고 바꿔 읽는다면 신의 음성은 마이크를 쥔 이들이 아닌, 말하는 힘을 잃어버린 주변으로부터 들을 수 있다. 강정 지킴이들이 구럼비 바위 소리를 듣고 강정으로 모였듯 말이다. 우리가 돌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면 평화와 사랑이 필요한 곳에 찾아가서 연대하고 위로할 수 있다. 우리에게 주어진 복음이 고작 개인의 구원과 영생을 말하는 좁은 의미의 복음이 아닌, 정의가 하수처럼 흐르는 세상을 현실로 만드는 복음임을 나는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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