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도사도 근로자?…”목회자도 사회인으로 인식해야”
대법원, 전도사 근로자 인정 판결 논란
“법적 보호 못받아…장기 대책 마련해야”
# 강원도 춘천시의 교회 담임목사 A씨는 전도사 B씨를 선임해 7년간 사역활동을 하게했다. B씨는 주 6일 근무, 새벽기도회 차량운전까지 맡았다. B씨가 받은 사례금은 월110만 원에서 140만 원 사이였다. B씨는 7년의 근무기간 중 지급하지 않은 임금과 퇴직금에 해당하는 비용을 요청했고, 법적 공방 끝에 대법원은 B씨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 9월 교계를 뜨겁게 만든 대법원 판결 내용이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은 8일 한국기독교회관 조에홀에서 긴급포럼을 열고 “목회 현장에서의 노동법 적용은 상식적이며 필수불가결한 일”이라며 부교역자들에 대한 근로기준법을 비롯한 노동법 적용을 요청했다.
지금까지 교회 현장은 법적인 규율 없이 사역자들의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자율적 운영에 맡겨졌다. 목회자의 생계를 보장하기 위한 명목의 금품 또한 ‘사례비’라고 지칭하며 법의 적용이 미치지 않는 영역으로 취급했다. 목회자는 ‘헌신’이라는 명목으로 노동법 사각지대에 놓여있던 셈이다.
부교역자의 불안정한 근로환경은 그간 여러 부작용을 낳았다. 부교역자들은 추가수당은 고사하고 최저시급조차 사수할 방법이 없었다. 업무와 무관한 담임목사의 사적 일에도 동원되는 일도 잦았다. 심지어 당회의 결정에 따라 하루아침에 해고되는 경우도 부지기수였다.
이재호 위디노무사사무소 대표노무사는 “불안한 지위에서 힘겨운 사역을 감당하는 부교역자들의 피해는 한국교회의 병폐”라며 “부교역자의 노동권을 교회 리더십의 결정에만 기대는 것은 무리다. 금번 대법원의 판결을 효시로 목회자들에 대한 법적인 제도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날 발제자들은 금번 확정 판결이 비슷한 상황 처한 판례로 인용될 수도 있다는 점을 기대했다. 또 전도사를 비롯한 목회자들의 근로기준법 적용으로 확장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상민 법무법인에셀 변호사는 “이번 판결로 5명 이상의 목회자가 일하는 교회에 대해서 근로기준법이 전면적으로 적용될 수 있다”며 “담임목사 외에 전도사 1인만 근무하는 경우에도 산재보험료 납부, 퇴직금 지급 및 최저임금 보장 등 근로기준법의 일부 규정이 적용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재호 노무사 또한 “대법원이 내린 전도사의 근로자성 인정 판결과 더불어 향후 목회 현장에서의 노동 사건들의 구제와 진정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노동위원회와 각 지방 고용노동청에서는 금번 대법원 판례와 궤를 같이하는 행정사무 지침의 개정을 통해 일관적인 법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한국교회는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는 게 중론이다. 목회를 성직으로 인식해왔기 때문이다. 한국교회의 제반 여건상 하루아침에 근로법 규정을 준수토록 하는 건 무리다.
이상민 변호사는 “우선적으로 교회가 표준 근로계약서에 준하는 내용으로 서면 계약을 체결해 분쟁의 소지를 줄일 수 있다”며 “이후 장기적으로는 교회에서 근로기준법과 기타 관련법을 준수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개교회 인식변화도 중요하다. 인사권 주체가 되는 담임목사뿐만 아니라 교회 구성원들도 부교역자를 사회인으로 인식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재호 노무사는 “기존 한국교회의 분위기는 필요 이상의 권위를 목회자에게 부여하며 교역자는 그에 대한 대가로 무한의 헌신과 봉사를 요구했다”며 “목회자도 한 가정의 가장이자 사회인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조율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이날 행사를 주최한 기독교윤리실천운동 신동식 교회신뢰운동본부장은 “담임목사와 부교역자는 하나님 나라를 함께 건설하는 가장 아름다운 관계”라며 “건강한 동역자 관계로 한국교회가 다시 세워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새은 기자 livinghope@good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