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7 연합예배 자체가 한국교회 위기 초래해

“종교 앞세운 정치집회·· 종교가 정치 도구 되면 종교는 몰락해”
“연합예배, 혐오와 권력 지향의 한국교회 민낯 보여주는 행사”

 

한국 개신교가 오는 10월 27일 대규모 연합예배를 예고한 가운데, 이를 두고 “연합예배 자체가 한국교회의 위기를 초래한다”는 강한 비판이 나오고 있다.

종교개혁 주일을 맞아 한국교회를 위기에서 건지고 분위기를 쇄신해야 한다는 취지로 열리는 이번 ‘10·27 200만 한국교회 연합예배’는 사실상 차별금지법과 동성애 반대를 위한 기도회다. 공동대회장을 맡은 오정현 목사는 서울 로잔대회부터 예장통합·합동 총회 등에 참석해 ‘10월 27일 기도회에 참여해 줄 것을 교단 차원에서 결의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면서 “차별금지법과 동성애 확대법이 보통 문제가 아니다. 악법을 철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우리 다음 세대 아이들이 사느냐 죽느냐다”라며 “이걸 지켜 내야 아이들에게 올바른 믿음을 계승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10·27 연합예배를 두고 교계 곳곳에서 “10월 27일 연합예배는 기독교 모임을 가장한 극우 모임”이라며 “혐오와 권력 지향의 한국교회의 부끄러운 민낯을 보여주는 행사임이 자명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종교가 정치 도구 되면 종교는 몰락해”

‘하나세정치신학연구소’ 박성철 소장은 4일 평화나무와의 통화에서 “이번 10월 27일 연합예배는 기독교 모임을 가장한 극우 모임”이라며 “뉴라이트를 기반으로 해 반동성애로 모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소장은 “차라리 ‘우리는 뉴라이트를 지지한다’, ‘반동성애를 지지한다’고 하면서 정치집회를 열면 괜찮은데, 이걸 종교적 용어로 정당화하고, 종교를 앞세우니 문제가 된다”며 “종교가 정치의 도구가 되면 결국 종교는 몰락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이번 연합예배는 또 다른 의미에서 한국교회의 위기”라며 “정상적인 사유를 하는 사람 입장에서 보면 교회가 종교개혁이라는 이름으로 뉴라이트를 지지하고 반동성애를 주장하는 건데, 이건 나치즘이나 파시즘과 같다”라고 꼬집었다. 그는 “코로나 이후 교회가 어려워지면서 그 책임을 내부가 아닌 외부로 돌리고 있다”며 “내적 성찰이 필요한 때에 내적 성찰을 못 하니 외부에서 자꾸 적을 찾거나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형 교회들도 그런 위기의식을 느끼기에 이런 집회를 여는데, 이런 집회는 일반 대중들도 외면하는, 무식한 종교 행위”라며 “결국 중요한 건 얼마나 모이느냐보다는 이걸 어떻게 해석하고 다루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연합예배, 혐오와 권력 지향의 한국교회 민낯 보여주는 행사”

교회개혁실천연대 기숙영 실장은 “한국교회 내 보수 교단 및 대형 교회 중심으로 광화문에서 진행되는 ‘10.27 한국교회 200만 연합예배 및 큰 기도회’는 혐오와 권력 지향의 한국교회의 부끄러운 민낯을 보여주는 행사임이 자명하다고 본다”며 “하나님이 주신 교회의 사명은 악한 자들에게 정의로, 약한 자들에겐 사랑으로 대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현재 한국 주류 교단과 대형 교회는 ‘악’을 본인 마음대로 규정하고 혐오와 적대의 대상으로 삼아 교인들을 선동한다. 이는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은 무리의 선동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종교개혁 기념 주일은 자신들을 돌아보고 하나님 앞에, 그리고 한국교회와 한국 사회 앞에 피 토하는 심정으로 회개하고 용서를 구해도 부족할 날”이라며 “온갖 범죄와 권력 지향의 행태로 욕먹고 있는 교단과 교회가 스스로 판단자가 되어 배타적 대상을 만들고 그를 적대하는 기도회를 온 세상에 떠들썩하게 진행하는 것은 한국교회를 더 이상 회복 불가능한 천박한 종교로 내모는 행위”라고 꼬집었다.

교회개혁실천연대 남오성 공동대표도 “안타깝게도 올해 종교개혁 주일에는 ‘10.27 한국교회 2백만 연합예배 및 큰 기도회’가 광화문, 서울시청, 남대문 일대에서 열린다”며 “전광훈을 추종하는 극단주의자들의 태극기 집회가 아니라, 한국교회총연합, 한국장로교총연합회, 한국교회연합 등 연합기관들과 대한예수교장로회, 기독교대한성결교회, 한국기독교침례회 등 여러 교단과 여의도순복음교회, 사랑의교회, 새로남교회, 새에덴교회 등 대형 교회들이 개최하는 유례없는 거대한 연합 행사”라고 말했다. 남 대표는 “이 집회는 뉴라이트 역사관을 추종하고, 동성애를 혐오하여 차별금지법에 반대하고, 창조과학을 신봉하는 주류교회들이 모여 자기 세력을 과시하는 자리가 될 것이며, 이로 인해 결국 한국교회의 사회적 이미지는 더욱 실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예배와 기도회 빙자한 주일 정치집회는 예배 정신 훼손하는 일”

기독교윤리실천운동(공동대표 정병오·조성돈·조주희) 역시 지난 2일 성명을 내 “예배와 기도회를 빙자한 주일 정치집회를 공교회 차원에서 진행하는 것은 교단 헌법의 예배 정신을 훼손하고 교회의 사회 참여에 대한 신학적 기초를 흔드는 어리석은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예수교장로회 대다수의 교단이 총회 차원에서 참석을 결정한 10월 27일 광화문 집회는 예배와 기도회라는 이름을 붙였지만, 그 목적이 악법 저지라는 정치적 이슈이고 장소 또한 광화문이라는 정치적 상징성을 가진 곳이라는 것을 생각할 때 정치집회의 성격이 강한 모임”이라며 “그런데 교단 총회가 앞장서 주일 오후 모든 교인이 정치집회에 참여하도록 결정함으로 주일성수에 대한 그동안의 가르침을 무력화시켜 버렸다”고 말했다.

또 “대부분의 장로교회가 표준 신앙고백서로 채택하고 있는 웨스트민스터신앙고백서는 ‘대회와 공회의는 교회적 사안만을 다루어야 한다. 비상시국에 겸허한 청원이나 국가 공직자의 요청을 받아 양심상 행하는 조언 외에는 국가와 연관된 시민적 사안에 개입하지 말아야 한다’(제31장)고 규정하고 있다”며 “그런데 이제 공교회가 결정하여 주일에 전국 단위로 교인들을 정치집회에 동원하고 교회의 이름으로 정치적 사안에 대한 입장 발표와 투쟁 행동을 함으로써 지금까지 지켜온 장로교단의 사회 참여 원칙을 무너뜨려 버렸다”고 비판했다.

 

신비롬 기자 cloud@logosian.com

 

원문 보기



관련 글들

2024.10.10

[언론보도] “청년 대상 사역자, 이제 재무 지식은 필수 덕목” (2024/10/8, 기독교연합신문)

자세히 보기
2024.10.04

[언론보도] 기윤실, '10•27 2백만 한국교회 연합예배' 우려 표명 (2024/10/4, 뉴스파워)

자세히 보기
2024.10.04

[언론보도] 기윤실, "10.27 광화문집회 동원, 공예배 정신·사회참여 원칙 훼손" (2024/10/3, CBS뉴스)

자세히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