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YVE letter 87호 보러가기
써퍼님, 역사는 종종 굵은 선으로 그려집니다. 영웅과 악당, 독립군과 친일파처럼 말이죠. 하지만 실제 삶은 그 굵은 선 사이를 가로지르는 수많은 가는 선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번 뉴스레터에는 방현석 작가의 소설 <범도>의 리뷰를 담아보았는데요. <범도>는 독립운동가 홍범도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일제강점기를 살아간 다양한 인물들의 삶을 그려냅니다. 이 소설은 우리에게 익숙한 ‘독립군 vs 친일파’라는 굵은 선들 사이에 존재했던 수많은 가는 선들을 조명합니다.
과연 우리는 그 시대를 살았다면 어떤 선 위에 서 있었을까요? 굵은 선의 한쪽 끝에 서 있었을까요, 아니면 그 사이의 어딘가에 있는 가는 선 위에 있었을까요? 이 질문은 오늘날 우리가 마주한 현실 속에서 우리는 어떤 선 위에 서 있는지 돌아보게 만듭니다.
이번 웨이브레터를 통해 역사 속 다양한 삶의 모습들을 마주하고, 우리가 지금 서 있는 자리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함께 고민해보는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우리의 작은 선택들이 모여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갈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아참! 지난 호에서 공지드렸던 것처럼 2025년 올해부터는 월간 WAYVE로 개편되어 매월 마지막주 수요일에 발행됩니다. 올 한해도 잘 부탁드려요! 💖 – 냉이 드림
책 <범도> : 독립군 or 친일파?
글_오리너구리(윤진영 기윤실 청년위원)
글_오리너구리(윤진영 기윤실 청년위원)
장교로 군 생활을 하던 시절, 가까운 후임과 수시로 하던 이미지게임의 질문입니다. 부대 내 간부들을 대상으로 “만약 OOO이 일제강점기에도 군인이었다면 그는 항일운동을 했을까, 아니면 친일 부역을 했을까?”를 평소 언행과 태도를 고려해 양자 중 하나로 임의분류하는 겁니다. 물론 당사자를 찾아가 직접 묻는 것이 아니라 철저히 저와 후임 두 사람의 대화와 토론으로만 가상의 친일인명사전을 만드는 아주 고약한 소일거리였지요. 중소위의 계급의 실무자 두 사람이 위아래로 받은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시간여행을 곁들인 황당무계한 뒷담화’를 꾸준히 해왔다고 너그럽게 이해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가상의 친일인명사전이나 뒷담화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게 저희 기준에선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친일파’로 귀결되었습니다. 이미지게임이라는 게 보통 가장 넓은 범위에 해당하는 중간 값들은 무시되고 양극단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강제하는 편이잖아요. 아주 소수의 훌륭한 동료들을 제외하곤 자연스럽게 친일파의 비중이 많아지더라고요. 전우 여러분 미안합니다. 그때는 제가 너무 어렸고, 또 너무 스트레스가 많았나봐요. 오늘 여러분께 소개드릴 소설 <범도>를 읽으며 그 시절 이 철없던 이미지게임이 문득 떠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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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호 고민 : 계엄이 폭로한 우리들의 현실
12.3 계엄 이후, 정치적 신념이 다른 사람들을 공동체로 포용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생겼습니다. 이건 저와 남자친구의 정치 성향 차이에서 시작된 질문인데요. 남자친구는 보수 정당을, 저는 진보 정당을 지지하지만, 우리는 서로의 이야기를 들으며 대화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교회 소모임에서 이 이야기를 나눴더니, 한 친구가 “나는 절대 못 만난다”고 하더라고요. 그 말을 들으니 정치적 차이가 꼭 단절을 뜻해야 하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처럼 계엄 이후, 정치적 성향이 다른 사람을 밀어내는 모습이 더 자주 보입니다. 온라인에서는 “계엄 옹호 발언을 듣고 정털렸다”거나 “생각이 다른 메시지를 받고 말 섞기 싫다”는 반응들이 많아요. 상대방 이야기를 들어보기도 전에 마음의 문을 닫아버리는 게 과연 맞는 걸까, 그런 태도에 의문이 생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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