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회 끝나도 달라진 건 없어”···쿠팡에 노동조건 개선 요구

 

‘쿠팡 택배노동자 고 정슬기님과 함께하는 기독교와 시민사회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가 4일 오후 서울시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쿠팡에 국회 청문회에서 약속한 대로 노동조건을 개선하라고 촉구했다.

강한승 쿠팡 대표, 정종철 쿠팡풀필먼트서비스 대표, 홍용준 쿠팡로지스틱스 대표는 지난달 2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진행한 ‘쿠팡 택배노동자 심야노동 등 근로조건 개선을 위한 청문회’에 출석해 △블랙리스트 공익 제보자와 언론에 대한 소송 취하 △다회전 배송 개선 △택배 분류 노동 개선책 마련 △사업장 내 노동조합 활동 보장 △물류센터 노동자의 휴게시간 확대를 약속한 바 있다.

기자회견에서 대책위는 쿠팡 경영진이 청문회에서 약속한 사항이 현장에서 지켜지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택배노동자의 분류 작업과 반복 배송이 계속 이뤄지고 있으며, 노동조합 활동도 제한됐다고 지적했다.

강민욱 서비스연맹 택배노조 쿠팡본부준비위원회 위원장은 “쿠팡 택배노동자들은 하루 2~3회 반복 배송 노동, 프레시백 회수·반납 업무와 택배 분류 작업, 배송 마감 시간제, 상시적 구역 회수 제도인 클렌징 제도 등 상상도 힘든 업무 환경 속에서 일했다”며 “청문회가 끝난 지금도 달라진 건 없다. 여전히 쿠팡 택배노동자들은 열거한 조건 그대로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성용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 지부장은 “청문회 3일 뒤 조합원과 함께 인천센터 앞에서 선전전을 했다. 노조 간부이자 재직자인 노동자가 선전물을 배포하니 사측에서 몸으로 막았다”며 “청문회의 약속이 거짓이었음이, 유족의 분노와 투쟁을 중단시키려는 허울임이 3일 만에 드러났다”고 전했다.

이서영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활동가는 쿠팡이 노동조건 개선을 이행하지 않으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 후 연대한 시민들이 쿠팡에 노동조건 개선을 촉구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서영 활동가는 “쿠팡이 약속 이행을 차일피일 미루면 광장의 분노는 쿠팡으로 향할 것”이라며 “쿠팡은 살인적인 노동조건을 은폐하려 하고, 노동운동 탄압으로 일터의 민주주의를 뺏어왔다”고 이야기했다.

김현아 기독교윤리실천운동 사무처장은 “지난 1월 국회 청문회에서 쿠팡 경영진은 노동 환경 개선을 약속했다. 이를 언제 어떻게 이행하는지 끝까지 지켜봐야 한다”며 “유가족과의 합의와 청문회에서 한 약속의 진정성은 쿠팡 책임자와 경영진의 태도, 기업의 변화를 통해 시민들이 판단할 것”이라고 했다.

기자회견에서 대책위는 쿠팡의 익일배송 서비스인 로켓배송을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도 함께 전했다. 택배노동자들이 로켓배송의 배송 기한을 맞추기 위해 하는 야간노동이 과로사의 직접적인 원인이라 보았기 때문이다.

강민욱 위원장은 “청문회에 참고인으로 출석한 임상혁 녹색병원장은 연속된 야간노동으로 대표되는 장시간 노동과 야간 3회 반복 배송 등 고강도 노동 수준을 줄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했다”며 “연속된 야간노동에 하루 3회 반복 배송까지 하는 건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외면하는 행위와 다름 없다”고 말했다.

강성남 대책위 고문 겸 백기완노나메기재단 상임자문위원은 “고 정슬기 씨, 고 장덕준 씨, 고 김명규 씨 사고를 대하는 태도를 보고 판단하건데 쿠팡의 약속을 믿을 수 없다”며 “더구나 쿠팡이 약속을 실천하더라도 노동자를 죽음으로 보는 과로사의 원인이 되는 로켓배송과 심야노동은 여전하다. 사회적 관심이 적어지면 다시 노동자를 사선에 세울 것”이라고 했다.

박득훈 대책위 고문 겸 성서한국 사회선교사는 “심야노동으로 인한 과로로 노동자가 죽는 일이 없도록 반노동 체제를 뜯어고쳐야 한다”며 “쿠팡처럼 노동을 상대적으로 더 억압하고 착취하는 기업을 지목해 강력히 저항해야 한다. 그들이 최소한의 사회적 양심을 지킬 수 있게 압박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대책위는 택배노동자의 업무 강도 완화를 위해 쿠팡에 택배 분류 인력을 투입하라고 촉구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소비자를 대상으로 택배노동자에게 수거 업무를 더하는 프레시백 대신 종이 상자로 상품을 받도록 하는 캠페인을 계획하고 있다.

쿠팡 홍보실은 대책위의 기자회견에 대해 “청문회 이후 충분히 나왔던 지적 사항에 대해 앞으로 쿠팡이 무얼 해야 할지 말했고, 이를 수용하겠다는 준비를 하고 있다”며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청문회 때 언급된 부분들을 대부분 다시 한 번 촉구해줬다”는 입장을 전했다.

홍용준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 대표는 지난달 21일 청문회에서 택배 분류 업무에 대해 “현장 종사자의 의견을 수렴해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답한 바 있다. 또 노동조합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입차가 제한된 노동자의 피해 보상과 업무 복귀를 비롯해 사업장 내 노동조합 활동을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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