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속 작은 실천으로 창조질서를 지키다
근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 곳곳에서 연일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의 7월 상순 평균기온이 30도를 웃돌고, 최고 37.8도까지 오르는 ‘열돔’ 현상이 심화되며 온열 질환자와 사망자가 전년 같은 기간보다 약 2.5배 증가했다.(질병관리청, 7월 10일 기준 온열 질환자는 1228명, 사망 추정 8명) 이렇듯 해마다 반복되는 집중호우, 산불, 가뭄, 태풍 등은 더 이상 일시적 자연재해가 아니라 ‘기후 일상’이 되면서 ‘기후위기’는 더 이상 막연한 미래의 이야기가 아님을 우리에게 생생히 보여주고 있다. 우리가 마주한 ‘기후위기’는 단순히 날씨의 변화나 환경 문제가 아닌, 우리 삶의 방식, 경제 구조, 신앙의 태도까지 되돌아보게 하는 총체적인 위기다.
지금 우리는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이 세상을 돌보고 지킬 것인가, 아니면 그대로 외면할 것인가의 갈림길에 서 있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땅을 다스리고 지키라는 사명을 주셨다. 하지만 우리는 편리함과 욕망을 좇아 무분별하게 자원을 소비하며 창조세계를 훼손해 왔다. 폭염과 같은 기후위기는 창조세계를 지켜야 하는 청지기로서의 역할을 못한 불순종에 대한 경고이자, 지금 당장 회개하고 변화해야 한다는 하나님의 강력한 말씀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성경은 “피조물이 다 이제까지 함께 탄식하며 함께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을 우리가 아느니라”(롬 8:22)라고 말하며, 기후위기는 인간의 탐욕이 만든 불의의 구조이며, 약한 자부터 먼저 고통받는 생명의 위기임을 강조하고 있다.
우리 신앙인은 기후위기 시대에 교회와 가정에서 어떤 실천으로 창조세계를 지켜갈 수 있을지 깊이 성찰해야 한다. 특히 기후위기로 더 고통받는 농어민, 노년층, 어린이, 저소득층, 개발도상국 국민, 난민 등 ‘기후 약자’에 대한 돌봄과 연대라는 ‘기후 정의’의 문제로 바라보고 우리의 일상에서 ‘나부터, 지금부터, 작은 것부터’ 실천하고자 하는 ‘기후 대응’이라는 결단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우리 신앙인은 일상 속에서 어떻게 창조질서를 지킬 수 있을까? 기후 위기 대응은 국가적이며, 전세계적인 해법만을 기대할 수는 없다. 거창한 시작과 변화보다는 작지만 꾸준한 실천이 중요하다. 이웃과 자연에 대한 책임을 갖는 신앙인 한 사람, 한 가정에서 시작되는 ‘자발적 불편’의 새로운 생활방식에서 출발해야 한다. 개인과 성도 가정이 일상에서 할 수 있는 작지만 꾸준한 기후위기 대응 방안을 실천해 볼 것을 권한다. 예를 들어 불필요한 전등 끄기, 플러그 뽑기, 실내 적정 온도 유지, 샤워 시간 줄이기 등은 누구나 가능한 실천이다. 자원 재활용과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분리수거를 철저히 하고,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며, 장바구니와 텀블러를 사용하고 배달음식을 줄이는 습관도 중요하다.
의류 소비에서는 오래 입을 수 있는 옷을 구매하고, 수선하거나 재사용·리사이클 의류를 활용해 볼 수 있다. 의류 생산과정에서 전체 탄소 배출량의 10%가 발생한다고 한다. 식생활에서는 육류 소비를 줄이고 1주일에 하루는 채식 위주의 식단으로 개선해 가는 것도 실천해 볼 만하다. 축산업은 전 세계 온실 가스 배출량의 14.5%를 차지할 정도로 높기 때문이다. 또한 ‘승용차 안 타는 날’을 정하고 대신 걷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도 실천해 보자. 승용차를 이용하지 않는 것이 개인의 행동 중 탄소 배출을 가장 많이 감축할 수 있는 행동으로 조사됐다.
다음으로 가정에서 ‘묵상과 기도’의 시간을 활용해 볼 수 있다. 기후 관련 말씀이나 글, 영상 등을 함께 보고 환경과 기후약자를 위한 기도를 드리는 시간을 가져보자. 교회에서 실천할 만한 아이디어로는 교회 소그룹 모임에서 ‘환경 챌린지’를 기획해 일정 기간 동안 환경 실천 과제를 정해 서로의 경험을 나누며 격려할 수 있다. 텃밭 가꾸기, 재활용품을 활용한 만들기 활동, 자연을 산책하거나 플로깅과 반려식물을 입양해 기르는 것도 생태 감수성을 키우는 프로그램으로 제안할 수 있다.
교회는 성도들이 이러한 실천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독려하고 지원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교회 건물의 에너지 효율 개선, 친환경 물품 사용, 기후위기 교육과 탄소중립 캠페인 운영 등 교회가 모범을 보인다면, 성도들에게도 강력한 동기 부여가 된다.
이제 우리는 더 이상 기후위기를 외면할 수 없다. 폭염 속에서 우리가 각자의 자리에서 실천하는 것이 작고 보잘 것 없어 보일지라도 겨자씨 한 알이 큰 나무가 되듯이, 우리의 작은 실천들이 모여 병들어가는 창조세계를 치유하고 회복시키는 거룩한 첫걸음이 될 것이다. 우리의 ‘자발적 불편’은 단순한 환경 보호 운동이 아니다. 이웃과 창조세계를 지키기 위한 신앙의 고백이자 실천이다. 우리가 포기하는 편리만큼 하나님 나라의 정의와 평화는 더욱 가까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