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조찬기도회를 왜 폐지해야 하는가

 

국가조찬기도회는 박정희 정권 시절인 1966년 3월 8일 대통령 조찬기도회라는 이름으로 처음 열렸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1968년 5월 8일 개최된 기도회부터 참석했다. 국가조찬기도회를 주최하는 사단법인 ‘대한민국 국가조찬기도회’ 홈페이지에서는 1968년 기도회를 제1회 국가조찬기도회로 표시하고 있다. 국가조찬기도회에 대해서는 그동안 ‘박정희, 전두환 시절에 독재정권을 정당화했고 정교유착의 온상이 되었다’라는 비판이 많이 제기되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2024년 12월 3일 위헌·위법적인 비상계엄을 선포하기 약 열흘 전인 2024년 11월 22일 제56회 국가조찬기도회가 신라호텔에서 8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되었다. 위 법인의 회장인 이봉관 장로(서희건설 회장)가 기도회를 인도했고, 김장환 목사가 설교했다. 윤 전 대통령도 참석해 약 10분간 치적과 국정 과제를 설명하는 내용으로 인사말을 했다. 최근 순직해병 특검은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에 대한 구명 로비 의혹과 관련해 김장환 목사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위 법인의 이봉관 회장은 김건희 씨에게 6천만원대 귀금속을 건넨 혐의로, 부회장인 이배용 전 국가교육위원장은 금거북이를 건넨 혐의로 각각 김건희 특검의 수사를 받고 있다. ‘대한민국 국가조찬기도회’ 법인의 회장, 부회장과 지난해 국가조찬기도회의 설교자가 동시에 특검의 수사대상이 된 것이다. 이에 정교유착의 온상인 국가조찬기도회를 폐지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가조찬기도회를 폐지하자는 주장에 대해서는 ‘그리스도인이 국가를 위해 기도하는 것은 당연한데, 왜 기도회를 폐지해야 하는가’라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 그리스도인은 나라를 위해 기도해야 하고, 한자리에 모여 아침식사를 하면서 기도할 수도 있다. 따라서 나라를 위한 조찬기도회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렇지만 왜 그 기도회 자리에 대통령을 초청해야 하는가. 대통령이 참석해야만 하나님이 나라를 위한 우리의 기도를 들으시는가. 독재정권 시절에 국가조찬기도회는 독재자를 찬양하고 억압적이고 권위적인 통치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역할을 했다. 민주화 이후에는 국가조찬기도회가 교회에게는 대통령 앞에서 기독교의 위세를 과시하는 행사가 되고 대통령에게는 기독교인의 표심 때문에 꼭 참석해야만 하는 자리가 된 것으로 보인다. 기도회가 그런 역할을 하는 것이 온당한가.

혹자는 교회가 대통령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 전도와 선교에 도움이 되고 교계의 숙원 사업도 해결할 수 있으므로 국가조찬기도회가 필요하다고 생각할는지 모른다. 그렇지만 우리나라는 다종교사회이고 우리 헌법은 정교분리의 원칙을 천명하고 있다. 대통령이 참석하는 국가조찬기도회를 계속하려면 다른 종교에도 동일한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될 수 있다. 나아가 교회가 대통령이라는 최고 권력자와의 유대 관계를 통해 교회의 세력을 확장하려고 하는 것이 과연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에 충실한 것인가라는 질문도 던져질 수 있다. 예수께서 이 땅에서 누구와 식사하셨고 어떤 사람의 친구가 되었는지를 생각해 보면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올해는 국가조찬기도회가 열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국가조찬기도회의 문제점을 생각하면 한 해 쉬어갈 것이 아니라 아예 폐지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일 내년 이후에 국가조찬기도회를 다시 개최하고자 한다면, 먼저 국가조찬기도회의 부끄러운 과거에 대해 한국교회와 한국사회 앞에서 통렬하게 반성하고 회개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대통령을 초청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참가자, 기도회 장소, 기도 제목 등을 완전히 바꿔야 할 것이다.

그리스도인은 우는 사람들과 함께 울고 그들을 위해 기도해야 한다. 만일 내년 이후 환골탈태된 형태로 국가조찬기도회를 열려면, 그 자리에 우선 세월호 유가족, 이태원 참사 유가족, 산재 사망 노동자들의 유가족, 이런 분들을 초청하기 바란다. 한국교회 중 일부는 그들과 함께 울기는 커녕 때로는 그들을 조롱하기도 했다. 늦었지만 그분들과 함께 참된 눈물을 흘리면서 안전한 나라를 위해 기도해야 한다.

예수께서는 이 땅에 내려오셔서 섬김의 본을 보이셨다. 만일 내년 이후 국가조찬기도회를 재개하려면, 대통령이나 권력자가 아니라 소외되고 외로운 분들을 초청해야 한다. 부당한 차별을 겪으면서 3D 업종에 종사하는 외국인노동자,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생활하는 조손가정의 아이들, 최저생계선 이하의 빈곤으로 어려움을 겪는 독거노인들, 이런 분들을 초청해 따뜻한 아침밥을 함께 나누면서 그들의 손을 붙잡고 기도하라. 대통령이 참석하는 특급호텔 기도회에서 올려지는 기도보다 그런 기도를 우리 하나님은 들으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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