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나누는 반찬, 함께 꿈꾸는 교회”

김연진 (백석감리교회 목사)

 

1. 지난 12월 교인들과 회의를 통해 ‘반찬나눔’을 하기로 했다. 백석교회는 성도가 몇 명 되지 않지만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말이 어울리는 교회이다. 회의를 통해 우리가 가장 먼저 한일은 “우리가 누구인가?”라는 질문이었다. 초록가게를 운영하시는 부부와 쿠킹클래스와 반찬사업을 하시는 권사님, 자동차 카마스터로 정년을 앞둔 집사님, 감신대 편입한 청년, 주중에 장애인활동지원사로 일하는 이중직 목사와 사모가 코로나19라는 제한적인 상황에서 어떻게 사회적 나눔과 헌신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하였다. 교회에 대한 희망과 기대가 현저하게 줄어들지만 분명 세상이 기다리는 교회의 모습은 있으리라. 신앙은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비전을 통한 변화와 경험이라는 것을 알기에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성장할 수 있는 길을 열어보기로 하였다. 월 1회 첫 주 토요일에 반찬을 만들어 전달하기로 하였다(현재 4월부터 12월까지 9회 진행).

2. 그것이 ‘반찬나눔’이었다. 시점은 부활절로 잡고 1월부터 3월까지는 차근차근 기획해 나가는 기간으로 잡았다. 가장먼저 반찬나눔의 대상을 ‘독거노인’으로 정하였다. 노인돌봄서비스가 있기는 하나 복지사각지대는 항상 존재하기 마련이다. 주변에 독거노인분이 존재하지만 연결되는 일은 쉽지 않았다. 주민센터는 독거노인 정보를 줄 수도 없고 코로나로 만날 수 있는 자리 마련도 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발넓은 한 사회복지사님을 통해 독거노인 8명을 소개받을 수 있게 되었다. 우리는 반찬을 만들고 사회복지사님이 그 분들에게 반찬을 전달하기로 하였다.

3. 부활절을 맞이하는 전날 토요일, 드디어 교인들이 모여 첫 반찬나눔을 준비하기로 했다. 조리기능장 권사님이 메뉴를 정하면 그에 필요한 준비물을 나눠 구입하였다. 좋은 먹거리를 구매하고 만드는데 최대한 노력을 기울였다. 가스에 불이 켜지고 교회는 음식냄새로 가득 메워졌다. 반찬통 1인 4개로 여유롭게 40개를 구입하였다. 반찬통을 보내고 돌려받지 않으려고 했으나 이후에는 환경을 생각해 좋은 반찬통을 구입하여 그 다음에 갔을 때 돌려받는 식으로 진행했다. 그러나 반환되는 그릇이 3/2정도라 계속 좋은 아이디어를 구상 중에 있다. 가장 친환경적이고 순환할 수 있는 아이디어 말이다. 처음 음식준비는 우왕좌왕 했으니 회가 갈수록 빨라졌고 손발이 맞아 필요에 따라 척척 움직이게 되었다. 감자조림, 시금치무침, 소고기장조림, 부침개, 감자탕, 어묵무침, 들깨탕, 두부조림, 계란말이, 떡갈비 등 우리의 손으로 직접 만들어 전달해드리는 기쁨을 느끼게 해주었다.

4. 그러나 코로나19가 심해지면서 회의를 통해 함께 모여 반찬나눔을 하지 못한다는 판단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권사님께 부탁하여 반찬가게 메뉴를 복지사님을 통해 보내기로 하였다. 반찬비용을 지불하고 교회가 구입하는 형식으로 3달을 하였고 위드 코로나가 시작되는 추수감사절을 시점으로 다시 진행하였다. 토요일에 모여 반찬을 교인들과 만들고 연합하여 무언가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했고 교회공동체의 역할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더 감사한 것은 주변에 과일가게에서 나눔에 동참해 주시기로 한 것이다. 과일컵을 만들어 교회에 가져다주신 것을 전달 할 수 있어서 감사했다. 선한영향력이 널리널리 전파되기를 기도해 본다.

5. 백석교회의 기조는 생명과 평화이다. 이를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 일까?에 대한 고민에서 반찬나눔은 시작되었다. 이는 우리 교회가 가진 달란트(초록가게, 텃밭, 교회공간, 조리기능장)들을 생각하며 나온 생각이었다. 교회의 울타리를 넘어 마을과 지역으로 나아가는 복음, 더불어 살아가는 교회의 역할을 감당하고자 한다. 코로나19로 모두가 힘들지만 그 중 더 힘든 분들이 복지사각지대에 놓은 사람들이자 연약하고 가난한 사람이다. 모두 어렵지만, 점점 개별화되고 파편화되어 가고 있는 상황에 사람들은 여전히 함께 나눌 사람과 공간을 찾고 있다. 백석교회가 이런 공동체가 되기를 소망한다. 오늘 올해를 마무리하는 회의를 끝냈다. 성도들 모두 반찬나눔을 정말 잘한 일이고 귀한 사역임을 서로 칭찬하며 내년에 계속 이어 갈 것을 약속해 주셨다. 성도들의 헌신과 관심 없이는 불가능하기에 하나님께 감사했다. 생명과 평화의 길은 주 안에서 함께 기뻐할 수 있을 때(빌립보서4:4~7) 나온다. 우리부터, 작은 것부터, 자발적인 움직임을 통해 변화는 시작 될 것이다. 누군가에게 기다려지는 교회, 기쁨이 되는 공동체를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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