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가 하나님을 알고 하나님과 풍성한 교제를 누리며 신앙적으로 독립하도록 돕는 일은 쉽지 않다. 다른 여러 면에서도 자녀는 부모 마음대로 되지 않는데, 신앙 교육은 더욱 그렇다. 이런 상황에서 가정에서의 신앙 교육의 가장 좋은 방법으로 주목받는 것이 ‘가정 예배’다. ‘가정 예배’는 구약 시대 믿음의 족장들로부터 시작해서 신약 시대 믿음의 가정에서 지속되어 온 오래된 전통이며 확실하게 검증된 신앙 교육의 방법이다. 동시에 지금 우리 시대가 겪는 신앙 전승의 실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붙들어야 할 최선의 대책이기도 하다.(본문 중)

정병오(기윤실 공동대표, 오디세이학교 교사)

 

한국교회 위기의 주요 원인 중 하나가 가정에서의 신앙 전승의 실패일 것이다. 많은 신자의 가정에서 자녀가 믿음을 떠나거나 주일 예배에만 겨우 참석하는 소극적인 신앙생활에 그치고 있다. 그래서 교회 내 다음 세대의 구심점이 형성되지 않아 교회의 미래를 기약할 수 없는 상황이 되고 있다.

신앙 전승의 실패는 교회의 위기일 뿐 아니라 보다 본질적으로는 가정의 위기이기도 하다. 자녀가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알아 자신의 모든 문제를 하나님께 아뢰며, 그분의 도우심과 인도하심을 받으며 사는 것은 그리스도인 부모의 제일 큰 바람일 것이다. 하지만 여러 이유에서 자녀가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알아가지 못하고 마음 문을 닫거나, 부모의 눈치를 보며 형식적인 신앙생활만 한다면 이 문제는 부모의 일평생 기도제목이 될 것이다.

하지만 자녀가 하나님을 알고 하나님과 풍성한 교제를 누리며 신앙적으로 독립하도록 돕는 일은 쉽지 않다. 다른 여러 면에서도 자녀는 부모 마음대로 되지 않는데, 신앙 교육은 더욱 그렇다. 이런 상황에서 가정에서의 신앙 교육의 가장 좋은 방법으로 주목받는 것이 ‘가정 예배’다. ‘가정 예배’는 구약 시대 믿음의 족장들로부터 시작해서 신약 시대 믿음의 가정에서 지속되어 온 오래된 전통이며 확실하게 검증된 신앙 교육의 방법이다. 동시에 지금 우리 시대가 겪는 신앙 전승의 실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붙들어야 할 최선의 대책이기도 하다.

그런데 세상 모든 일이 다 그러하듯, 가정 예배는 그 자체로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그것을 어떤 자세와 태도로 사용하느냐에 따라 약이 되기도 하고 독이 되기도 한다. 필자 주변에는 어릴 때 매일 드린 가정 예배가 신앙의 토대가 되었다는 사람도 있지만, 강압적인 분위기에서 드린 가정 예배 때문에 신앙에 대한 흥미를 잃고 냉소적이 되어버린 사람도 적지 않다. 그러므로 가정 예배 자체에 어떤 능력이 있는 것이 아니라, 어떤 태도와 마음으로 가정 예배를 드리는가가 중요하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Unsplash.

 

가정 예배를 드리고자 할 때 몇 가지 주의가 필요하다.

첫째, ‘예배’에 너무 방점을 찍지 않는 것이 좋다. 교회에서 드리는 공적 예배의 요소를 모두 포함시킬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굳이 아빠가 설교를 준비해야 한다는 부담을 가질 필요가 없고, 전형적인 예배 순서를 따를 필요도 없다. 찬양을 중심으로 하든지, 기도나 성경 읽기를 중심으로 하든지, 말씀이나 삶 나눔을 중심으로 하든지, 자녀의 연령과 참여 가능 정도에 따라 자유롭게 하면 된다. ‘가정 예배’라는 말이 부담이 되면 ‘가족 기도회’로 명칭을 바꾸어 부담을 줄이는 것도 좋다.

둘째, ‘신앙 교육’이라는 목적에 너무 무게를 두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신앙 교육’은 가정 예배의 결과이지 목적이 아니다. 가정 예배를 자녀의 신앙 교육의 수단으로만 생각하게 되면 마음이 조급해지고, 부모의 뜻과 달리 잘 참여하지 않는 자녀에게 분노하거나 강압적이 되기 쉽다. 가정 예배는, 하나님을 기뻐하고 매사에 하나님을 의지하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다는 마음을 표현하는 행위다. 부모는 이런 점에 초점을 맞추고, 자녀가 잘 참여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가정 예배는 단지 자녀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부모의 신앙적 성숙을 가져오는 힘의 원천이기도 하다. 가정은 가장 사적인 공간이며 우리의 적나라한 모습이 드러나는 곳이다. 위선이 통할 수 없다. 이 공간에서 하나님을 온전히 기뻐하며 서로의 연약함을 드러내고 이를 위해 하나님께 간구하는 것이 가정의 문화로 자리 잡을 때, 우리와 우리 자녀는 온 삶으로 하나님을 예배하는 자로 자랄 수 있다.

그러기에 가정 예배는 자녀와 함께 드리기 전에 먼저 부부 사이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결혼 전에는 개인적으로 시간을 정해 기도하고 말씀을 묵상하고 수시로 찬양을 흥얼거리거나 순간순간 주님께 간구를 한다. 결혼 후에도 이러한 개인 경건의 시간을 가져야 하겠지만, 배우자와 함께 하루 중 주님이 주신 은혜를 나누고 서로를 위해, 자녀를 위해, 그리고 가정의 여러 문제를 위해 기도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이렇게 부부가 함께하는 예배의 삶 가운데로 자녀를 초대해야 한다. 그리고 나중에 자녀가 독립하더라도 부부는 이런 예배의 삶을 이어가야 한다.

 

ⓒPixabay.

 

셋째, 개인 경건의 삶이 무시와 정시로 이어지듯이 가정 예배도 무시와 정시로 드려져야 한다. 부부는 매일 잠들기 전에 시간을 정해두고 함께 기도할 수 있겠지만, 그와 함께 수시로 서로 삶을 나누고 하나님이 주신 은혜나 고민들을 나눌 수 있다. 마찬가지로 자녀와 함께 드리는 가정 예배도 시간을 정해두고 드릴 것도 있지만, 또한 아침에 일어나서, 식사할 때, 자녀가 학교 간다고 인사할 때, 학교 다녀와 인사할 때, 잠자기 전 등 언제든지 자녀를 안아주고 기도하고 축복할 수 있다. 이렇게 무시로 드리는 예배가 가정의 자연스러운 문화가 될 때, 정시로 드리는 예배도 생명력을 얻을 수 있다.

넷째, 자녀와 함께 가정 예배를 드릴 때는 자녀의 연령이나 신앙의 성숙도를 최대한 고려해서 내용을 구성해야 한다. 자녀가 어릴 때는 자녀가 좋아하는 찬양과 그림 성경 등을 활용하고 부모가 성경 이야기를 들려줄 수도 있다. 자녀가 성장하는 동안에는 성경 읽기나 QT 나눔, 기도 등 다양한 방법을 융통성 있게 사용하되 되도록이면 ‘기도’를 중심에 두는 것이 좋다. 서로 기도 제목을 나누고 가정의 공동 기도제목을 놓고 같이 기도하는 것이다. 하나님이 기도에 어떻게 응답하시는지를 가족이 함께 경험하는 것은 자녀들이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체험하는 소중한 계기가 된다.

다섯째, 가정 예배의 주기는 형편에 맞게 정하면 된다. 주의할 것은, 처음 시작할 때는 1주일에 한 번 정도로 주기를 길게 잡으면 지속하기 어렵다. 오히려 매일 하는 것이 좋다. 대신에 내용을 짧고 간단하게 한다. 자녀가 잠들기 전에 성경 한 절을 읽어주고 기도해 주는 식으로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여 가정 예배가 가정의 문화로 정착되면 적절히 주기를 조정할 수 있다. 또한 자녀들이 학업 등의 이유로 시간을 자주 내기가 어려울 때도 적당하게 조정한다.

자녀가 사춘기에 접어들면 가정 예배를 싫어하거나 거부할 수도 있다. 이럴 때는 자녀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해 주는 것이 좋다. 주기를 길게 하거나 시간을 짧게 하거나 혹은 형태를 가족회의처럼 해 볼 수도 있다. 예배 자체에 대해 거부감이 크고 설득이 어려울 때는 자녀와 함께 드리는 가정 예배를 중단할 수도 있다. 그 대신 부부는 이 예배를 더 소중히 여기며 더 간절하게 드려야 한다. 그리고 자녀를 위해 수시로 기도해 주는 것을 더 자연스럽게 이어나간다. 그리고 가족 내 축하 모임이나 외식 등의 모임을 통해 자녀와 대화하며 친밀감을 강화해가려고 노력해야 한다.

부모의 신앙이 자녀에게 전수되지 못하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우리의 신앙생활이 공적 예배와 교제, 봉사 등 종교적인 활동에 그치고 가정과 직장의 일상생활로 이어지지 못하기 때문이다. 자녀는 부모의 교회 생활이 아니라 가정에서 신앙으로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신앙을 배우는데, 우리는 이 일에서 자주 실패한다. 가정 예배는 이 문제를 극복하는 대안이 될 수가 있다. 그러므로 또 하나의 종교 활동이 아닌, 부모의 신앙이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가정의 문화가 되게 해야 한다.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이를 위한 노력이 오히려 부모의 신앙을 가정에서 잘 구현하는 소중한 계기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자녀가 부모의 신앙을 잘 이어받아 하나님의 자녀로 자라가는 복도 덤으로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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