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도심은 온통 정치적 히스테리로 가득 차 있었다. … 한국 사회가 마치 두 동강이 나 있는 것처럼 시끄러웠다. 나는 한국 시민들의 역동성과 역량을 믿고 있다. 반드시 이 혼란을 극복하고 또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게 될 것이다. 그러나 조금 걱정이 되기도 한다. 걱정스러운 마음에서 사회 통합의 방안 중 하나를 제시하고자 한다. 민주 사회의 통합에는 역시 민주 시민의 교양을 확립하는 게 가장 좋은 방안이다. 여기서 민주 시민의 교양이란 민주적 공동체 내에서 시민들이 당연히 갖추어야할 기본 지식 혹은 상식이라 할 수 있다. (본문 중)

백종국(경상대학교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 기윤실 이사장)

 

지난 주말을 서울에서 보냈다. 서울의 도심은 온통 정치적 히스테리로 가득 차 있었다. 존경하는 친구들조차도 집단 히스테리에 휘말려 평소에 보지 못했던 행동들을 보여주었다. 한국 사회가 마치 두 동강이 나 있는 것처럼 시끄러웠다. 나는 한국 시민들의 역동성과 역량을 믿고 있다. 반드시 이 혼란을 극복하고 또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게 될 것이다. 그러나 조금 걱정이 되기도 한다.

 

지난 9월 28일, 광화문광장 인근에서 나라지킴이 고교연합 회원들이 문재인 대통령 퇴출 촉구 삭발식을 하며 피켓을 들고 있다. (출처: 뉴시스 갈무리)

 

걱정스러운 마음에서 사회 통합의 방안 중 하나를 제시하고자 한다. 민주 사회의 통합에는 역시 민주 시민의 교양을 확립하는 게 가장 좋은 방안이다. 여기서 민주 시민의 교양이란 민주적 공동체 내에서 시민들이 당연히 갖추어야할 기본 지식 혹은 상식이라 할 수 있다. 난마와 같이 얽힌 상황을 해결하려면 역시 기초로 돌아가는 게 가장 좋다.

 

지난 5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앞 대로에서 집회 참가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출처: 노컷뉴스 갈무리)

 

 

<교양 1> 만민은 법 앞에서 평등하다.

법치주의라는 교양이다. 민주 사회에서 일반 시민은 말할 것도 없고 검찰이나 국회의원이나 장관이나 대통령도 법의 지배하에 있다. 누구든 법을 어기면 법에 따라 처벌을 받아야 한다. 이미 우리 사회는 얼마 전 법적인 절차에 따라 한 분의 대통령을 파면하고 감옥에 가둔 후 재판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중이다. 참 대단한 일이다. 장관 정도야 두말할 나위도 없다. 본인이든, 그의 가족이든 당연히 위법한 사실이 드러나면 법에 따른 처벌을 받아야 한다.

 

<교양 2> 법원의 확정 판결이 있기 전까지는 무죄로 추정한다.

대한민국 헌법 27조가 말하는 “무죄추정의 원칙”이라는 교양이다. 검찰, 언론사, 정당들이 뭐라 떠들든 법원의 확정 판결이 있기 전까지는 무죄로 추정되어야 한다. 특히 한국의 역사는 검찰과 언론이 군사 독재자들의 요청에 따라 진실을 왜곡했던 증거들로 가득 차 있다. 이들이 시민적 신뢰를 얻으려면 앞으로 조금 더 진실하게 처신해야할 필요가 있다. 여하튼 검찰의 기소나 언론의 보도 때문에, 혹은 그들로부터 흘러나온 내부 정보랍시고 사적으로 유포되는 소문 때문에, 공연히 히스테리를 돋우는 것은 민주 시민의 교양에 어긋나는 일이다. 더구나 신뢰도가 현저히 떨어지는 몇몇 유투버들의 불확실하고 편파적 선동을 맹종한다면 민주 시민으로서 매우 창피한 일이다.

 

<교양 3> 서로의 이익이 충돌하면 당연히 이익의 충돌을 피하는 방안을 선택해야 한다.

“이익의 충돌”이라는 교양이다. 이미 김영란 법 토론을 통해 잘 알려졌지만 아직 법제화는 안 되어있다. 예컨대 검찰 개혁을 공언하는 어떤 법무장관 후보 혹은 법무장관이 있을 경우 이 사람의 각종 혐의에 대한 조사를 검찰이 해서는 안 된다. 검찰이 어떤 결론을 내리든 검찰 조직의 이익을 위해 결과를 조작했다는 혐의에서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현재의 검찰 조직과 무관한 특별검찰 혹은 공직수사처가 그 혐의를 조사해야 한다. 그리고 그러한 교양을 제도화하기 위한 검찰 개혁은 계속 진행해야 한다.

 

알고 보면 참 당연한 것들이지만 이 민주 시민의 교양을 필사적으로 무시하고 혼란을 조성하려는 국내외의 세력들이 항상 어느 정도는 있기 마련이다. 이러한 혼란은 대체로 어떤 공동체의 과두적 지배 집단이 자신들의 부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불러일으키는 경향이 있다. 또는 적대국들 사이에서 상대방 국가의 국론을 분열시키고 사회 통합을 저해함으로서 자국의 이익에 굴복시키기 위하여 자주 사용되는 전략이기도 하다. 따라서 극심한 국력 경쟁을 뚫고 자주적인 정상 국가로 나아가야하는 대한민국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민주시민의 교양을 튼튼히 다지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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