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에 발표한 새 앨범 <All that you can’t leave behind>는 출시되자마자 팬들과 평단의 환영을 받았다. … 이 앨범의 기획 의도에 대해 보노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나는 1990년대 삼부작과는 대조를 보여주려고 했습니다. 새 앨범은 ‘기쁨’을 이야기 합니다. 1990년대 우리 음악은 점점 더 어두워졌습니다. 그러나 빛은 어둠 구석에서 밝아옵니다. 이것이 내가 성서에서 발견한 복음의 핵심이기도 하고요.”(본문 중)

윤영훈(성결대학교 신학부 교수, 『윤영훈의 명곡 묵상』 저자)

 

1990년대 포스트모던 3부작의 모험적인 실험을 마치고, 2000년대에 U2는 이전의 록큰롤 사운드로 회귀하였다. 하지만 이 시기 마흔 살 중년기에 접어든 밴드는 이전보다 힘의 절제를 통해 서정적인 멜로디를 강화하고 특유의 샤우팅은 의도적으로 강도를 낮추는 원숙미를 보여준다. 가사에 있어서도 직접적인 사회 비판적 메시지보다는 솔직한 자기 각성과 성찰을 강조하면서 도덕적 행동의 실천 방법을 제안하였다. 평론가 캐리 소퍼(Kerry Soper)는 U2의 새로운 행보에 대해 다음과 같이 평했다. “보노는 그의 다양한 페르소나를 벗어 버리고 이제 거울 앞에서 자신을 돌아보며 보노로서의 역할을 하고자 한다.”[1]

2000년에 발표한 새 앨범 <All that you can’t leave behind>는 출시되자마자 팬들과 평단의 환영을 받았다. 22개국에서 차트 1위에 올랐을 뿐 아니라, 두 해에 걸쳐 8개의 그래미상을 휩쓸며 새천년 대중음악 시장을 석권하였다. 이 앨범의 기획 의도에 대해 보노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나는 1990년대 삼부작과는 대조를 보여주려고 했습니다. 새 앨범은 ‘기쁨’을 이야기 합니다. 1990년대 우리 음악은 점점 더 어두워졌습니다. 그러나 빛은 어둠 구석에서 밝아옵니다. 이것이 내가 성서에서 발견한 복음의 핵심이기도 하고요.”[2]

 

2000년 10월 발매된 U2의 앨범 “All That You Can’t Leave Behind”의 자켓 사진.(출처:Wikipedia)

 

2000년대 첫 앨범인 <All that you can’t leave behind>에서는 1990년대의 세기말적 혼돈의 시대를 넘어 새로운 희망의 여행을 상징하는 곡 “Beautiful Day”가 그 시작을 알린다.

나를 인도해주세요. 나를 새로운 땅으로 데려가 줘요.

내게 가르쳐주세요. 절망에서 벗어나는 법을 말예요.

오늘은 아름다운 날입니다!

로버트 바각스는 이 노래에서 U2는 신의 “종말론적 희망을 현재로 불러와 새로운 잠재력과 가능성을 통한 대안적 삶을” 노래한다고 해석하였다.[3] 이런 상징적 의미는 공항 게이트에서 비행을 기다리는 모습을 담아낸 앨범 재킷에 잘 드러난다. 이 사진은 파리의 드골 국제공항에서 촬영했는데 실제 게이트의 안내판은 “F21-36”이었지만 U2는 이를 “J33-3”으로 변경하였다. 그것은 성서의 예레미야 33:3을 의미했다. “너는 내게 부르짖으라. 내가 네게 응답하겠고 네가 알지 못하는 크고 은밀한 일들을 네게 보이리라.”[4] 이 구절은 보노가 가장 사랑하는 성경 구절로 미지의 신의 나라를 갈구하는 자신의 인생 여정을 담아낸 구절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앨범의 주제곡이라 할 수 있는 노래는 “Walk on”이다. U2는 이 노래로 2002년 47회 그래미상에서 “최우수 노래”(The Record of the Year) 상을 수상하였다.

집, 집이 없었다면 집이 무엇인지 알기 어렵죠.

집, 어딘지는 모르지만, 난 집에 갑니다.

아픔이 있는 곳으로.

난 당신의 마음이 아프다는 것을 압니다.

그러나 당신은 아픔을 이제 겪을 만큼 겪었어요.

계속 가세요, 계속 걸어가요.

버리고 떠나세요. 다 버리고 떠나야 합니다.

당신이 좋아하는 것들, 당신이 만든 것들,

당신이 세운 것들, 당신이 깨뜨린 것들,

당신이 계산한 것들, 당신이 훔친 것들,

이 모든 걸 버리고 가세요.

당신이 판단한 것들, 당신이 느낀 것들,

당신이 말한 것들, 당신의 꾸민 것들, 당신의 계획들까지도.

이 노래의 중심 이미지인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U2의 신앙적 본향인 신의 나라에 대한 종말론적 희망을 담아내고 있다. 기타리스트 디 에지는 이 노래의 의미를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이 노래는 궁극적으로 죽음과 종말에 대한 상념입니다. 그 너머엔 본향(home)이 있죠. 동시에 이 노래는 삶과 생명에 대한 사랑과 기쁨을 말하고 있습니다. 죽음과 삶은 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본질로 돌아가는 전환점을 통해 우리의 집착과 이기심을 극복하게 되니까요.”[5]

 

U2의 곡 “Walk On”의 뮤직비디오 중.(출처: Youtube 갈무리)

 

새천년을 맞이하며 보노는 아주 중요한 운동을 주도하였다. “희년(Jubilee) 2000”으로 명명된 이 캠페인에서 보노는 새천년을 시작하며 선진국들은 최빈국들의 부채를 탕감해줌으로써 그 국가들이 국민들의 식량과 보건을 위한 재정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역설하였다. 이를 위해 그는 각국의 정상들과 거물급 인사들을 만나 정치 로비스트로서의 활동을 펼쳐갔고, 언론의 주목을 이끌어내며 많은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2005년 그는 G8 정상 회담에 참석해 서방 선진국들이 아프리카에 빌려준 40억 달러의 차관을 면제해 주어 그 돈을 빚을 갚는 대신 건강과 교육 기반 시설 확충에 사용하도록 설득했다.

1985년 라이브 에이드 콘서트에 참가한 후부터 보노는 아프리카의 질병과 가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조직적이고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유명세를 선한 목적을 위해 적극 활용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저는 유명세라는 것은 어리석지만 분명히 힘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우리가 가진 명성을 좋은 목적을 위해 지혜롭게 사용하려고 노력합니다.”[6]

보노는 지속적으로 세계의 지도자들과 정치인들을 만나 다양한 문제의 해결을 위한 협력을 호소하였다. 그는 정치인들과의 만남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함께 노력하면 문이 열립니다. 나보다 큰 권위를 가진 사람들을 만나는 것은 더 큰 힘이 있겠죠. 나는 그들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신은 바로 가난한 사람들 가운데에 계십니다. 그러니 정치인들이 그들을 두려워해야 합니다.”[7] 그는 또한 2008년엔 미국 전역을 순회하며 교회 강단에 서서 아프리카의 AIDS 퇴치를 위해 교회가 나서줄 것을 호소했다. ‘미국의 마음’(Heart of America)이라 명명된 이 캠페인에서 ‘설교단에 선 록스타’는 다음과 같이 호소하였다.

기독교인들은 속으로 (에이즈 환자들이) 그들이 심은 대로 거둔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그렇게 생각하면 신약 성경 전체를, 새로운 약속을, 은혜의 개념을 모두 놓치는 셈입니다. 성경에는 죄에 경중이 있다는 말씀은 없습니다. 성적 부도덕이 서구 사회의 물질적 탐욕보다 더 무거운 죄는 아닙니다. 예수님은 나병 환자들과 함께하셨는데 우리는 에이즈 환자들을 외면합니다. 우리의 정체성이 위기에 빠졌습니다. 기독교 문화가 위기에 빠졌습니다. 이 위기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면, 교회는 수용소로 가는 기차에 오르는 유대인들의 모습을 구경만 했다는 말을 듣던 것과 같은 꼴이 될 것입니다. 우리는 아프리카의 형제자매들이 죽음으로 가는 기차에 오르는 모습을 구경만 한 세대가 될 것입니다. … 사람들은 성경을 왜곡했고, 주로 교회가 그 일에 앞장섰지요. 에이즈 문제는 오늘날 왜곡되고 잘못된 기독교의 모든 것을 보여주는 중요한 예입니다. … 저는 죄의 경중이 아니라 은혜를 다시 생각하자고 교회에 간청하려 하는 겁니다. 실수한 사람들에게 돌을 던지지 말고 약을 던지기 시작하는 것이 어떻습니까?[8]

이처럼 그는 세계 각지에서 벌어지고 있는 여러 사건과 현안의 해결을 위해 각국의 지도자를 만나고 다양한 장소에서 양심의 목소리로 부르짖으며 강연하고 있다. 그는 아프리카의 빈곤 문제와 에이즈 퇴치, 제3세계 빈곤 국가의 부채 탕감을 위한 캠페인을 주도하였고, 이로 인해 2005년 시사주간지 「타임」(Time)은 보노를 음악인으로는 최초로 ‘올해의 인물’(Person of the Year)로 선정하였고, 그는 지금까지 세 차례 노벨 평화상 후보에 올랐다. 부채 탕감을 위한 “희년 2000” 캠페인이나 아프리카의 에이즈 퇴치 운동을 하면서 U2는 기독교의 공통 가치를 강조하였다. 그것은 곧 ‘은혜’(grace)이다. U2가 바라본 본향은 바로 은혜의 땅이다. 보노는 한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지난 수천 년간 세상에 찾아온 최고의 사상은 ‘은혜’(grace)입니다. 이것이 내가 기독교인이 된 이유입니다. ‘카르마’(karma: 업, 업보)가 최종적 판단의 근거라면 저에겐 희망이 없습니다. 기독교 복음은 카르마(karma)가 아니라 은혜(grace)입니다.”[9]

2001년부터 2년간 진행된 순회공연에서 U2는 무대를 사랑의 상징인 하트 모양으로 제작하였고, 공연 내내 종교적 은총을 강조하는 호소와 코멘트로 공연을 이끌었다. <All that you can’t leave behind> 앨범의 마지막 곡의 제목은 바로 “Grace”이다. 이 노래는 ‘Grace’를 여인의 이름으로 비유하며 “모든 추한 것들을 아름답게 변화시키는” 은혜의 가치와 능력을 찬미하였다. U2는 그 사랑과 은혜 안에서 세상의 문제들에 대한 분노와 비판을 넘어 실제적인 해결 방향과 목표를 찾았던 것이다.

그레이스, 그녀는 비난을 감내하고 수치를 덮어주죠.

그레이스는 한 소녀의 이름이죠.

그 이름은 또한 세상을 변화시킨 위대한 가치이구요.

은혜는 모든 것 안에서 선함을 찾게 하죠.

그레이스는 응보(karma)를 넘어 거닐죠.

그녀가 일할 때 당신은 그녀의 선율을 듣게 될 거예요.

그레이스는 모든 것 안에 아름다움을 찾게 하죠.

상처가 있는 곳에, 공포가 있는 곳에,

이제 더 이상 아픔은 없을 거예요.

그레이스는 모든 추한 것을 아름답게 변화시키기 때문이죠.

2001년 9월 1일, U2의 아일랜드 순회 공연 영상 중. 무대가 하트 모양으로 설치되었음을 알 수 있다. (출처: Youtube 갈무리)

 


[1] Hank Bordowitz, U2 Reader: A Quarter Century of Commentary, Criticism, and Reviews (Milwaukee: Hal Leonard Corp., 2003), 228-229.

[2] Bono and Assayas Michk, Bono (New York and London: Penguine Books, 2006), 287.

[3] Robert Vagacs, Religious Nuts. Political Fanatics: U2 in Theological Perspective. (Eugine, OR, 2005), 61, 63.

[4] 킴 와쉬번, 『U2 보노 스토리』 (서울: IVP, 2005), 110.

[5] Robert Vagacs, Religious Nuts. Political Fanatics, 65.

[6] 킴 와쉬번, 『U2 보노 스토리』, 109.

[7] Ibid., 121.

[8] Falsani, “Bono’s American Prayer,” Christianity Today (2003/03). http://www.christianitytoday.com/ct/2003/marchweb-only/2.38.html.

[9] Bono and Assayas Michk, Bono, 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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