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이어 올해도 아프리카 출신의 복음주의 신앙인이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아비 아흐메드는 현재 에티오피아의 총리로 100번째 노벨평화상 수상자가 되는 영예를 안았다. 만 43세의 젊은 정치인이 집권 18개월 만에 평화와 화해의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상을 수상한 것은 꽤나 파격적인 일이다. 그가 추천되던 올해 초는 그의 집권 9개월 만이었으니 그의 공로에 대한 인정이 얼마나 파격적이었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본문 중)

김종호(IFES 동아시아지역 부총무)

 

작년에 이어 올해도 아프리카 출신의 복음주의 신앙인이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아비 아흐메드(Abiy Ahmed)는 현재 에티오피아의 총리로 100번째 노벨평화상 수상자가 되는 영예를 안았다. 만 43세의 젊은 정치인이 집권 18개월 만에 평화와 화해의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상을 수상한 것은 꽤나 파격적인 일이다. 그가 추천되던 올해 초는 그의 집권 9개월 만이었으니 그의 공로에 대한 인정이 얼마나 파격적이었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아비 아흐메드 에티오피아 총리.

 

그는 오로모(Oromo) 무슬림 아버지와 암하라(Amhara) 기독교인 엄마 사이에 태어났다. 그는 오로모인으로 알려져 있지만 동시에 암하라인이기도 하다. 이런 개인적인 배경이 그로 화해의 사도가 되게 하였다. 그는 에티오피아 연방공화국의 제4대 총리로 작년 4월 2일 전격 취임했고, 순복음 교회에 속한 신실한 교인이다. 그는 16세 나이에 군에 입대하였고, 정부의 여러 보직을 수행하며 공부를 병행했다. 그는 군대에 있는 동안 컴퓨터공학 학사를 마쳤고, 이후 런던의 그리니치 대학과 아디스아바바의 국제리더십센터의 협력과정으로 변화의 리더십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과학기술부 장관으로 재직 중이던 2017년에는 아디스아바바 대학 평화안보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도 취득했다. 그는 졸업 이후 에티오피아 IVF(그 나라 명칭은 EvaSUE)와 긴밀한 관계를 맺으며 각종 강의와 훈련을 맡기도 했고, 2017년에는 에티오피아 IVF 전국 리더수련회에서 주 강사 중 한 명으로 섬겼다. 당시 그는 과기부 장관이었다. 젊은이들을 향한 열정이 많은 지도자로서 학생사역에 다양한 방법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여러 사람들에게 격려와 귀감이 되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가 총리직에 취임하던 당시는 하일레마리암 데살렘 전 총리는 대규모 반정부 시위로 총리직을 돌연 사임하였고 국가비상사태가 선포된 혼란스런 상황이었다. 그는 취임 후 개각을 단행하고 신속하게 민심을 안정시키며 예상보다 훨씬 빠른 시기에 계엄령을 해제하며 국가를 정상화시켰다. 또한 인터넷과 방송을 통제하던 조치도 해제하여 사람들의 언로를 열었다. 그리고 아프리카의 북한이라고 알려진 이웃나라 에리트리아와 오랜 군사, 외교적 긴장 관계와 영토 분쟁을 해소하며 닫혔던 국경을 열고 양국 간 화해를 이루는 놀라운 성과도 이루었다.

 

2018년 7월 15일,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에서 수많은 군중이 환호하는 가운데, 아비 아흐메드 알리(오른쪽 두번째) 에티오피아 총리와 이사이아스 아페웨르키 에리트리아 대통령이 손을 맞잡아 치켜 올리고 있다. 두 사람은 이날 양국 간의 오랜 적대적 분쟁에 종지부를 찍는 평화협정에 서명했다. (출처: AP연합뉴스 갈무리)

 

그의 평화의 리더십은 에티오피아 국내 정치 상황을 고려할 때 더욱 빛이 난다. 노벨 평화상 후보로 그를 노르웨이 노벨 위원회에 추천했던 영국의 Awol K Allo 교수는 추천사에 이렇게 썼다.

경제, 정치적 폭발 직전에 있던 1억 8백만 인구의 국가를 구함으로써, 그는 자신의 나라뿐 아니라 아프리카 모든 민족들에게 평화의 상징이 되었다. … 그리고 그의 평화, 관용, 사랑, 이해의 메시지는 에티오피아를 넘어 널리 퍼지고 있다.

에티오피아는 여러 민족의 연정으로 국가가 운영되고 있다. 그로 인해 늘 내부적인 갈등과 분쟁의 소지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인구상으로는 아비 총리의 오로모인이 더 많지만, 늘 정치와 사회 모든 영역에서 암하라인이 주도권을 잡고 차별과 탄압을 해왔다. 에티오피아 최초로 오로모인 총리가 나왔는데, 그는 보복이 아니라 화해의 행보를 펼치고 있다. 실제로 그는 자신의 정적으로 알려진 안다르가츄 치게를 비롯한 수천 명의 정치범을 석방하고 화해의 물꼬를 텄다. 또한 자국과 주변 지역의 평화 구축을 국정 목표로 삼고 정치를 하고 있다. 그는 국가의 안정, 평화, 번영은 아프리카 북동부 지역의 평화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역설한다. 그는 평화, 용서, 화해, 일치, 단합, 이해 등의 메시지를 끊임없이 선포하고 있다. 연방 정부기구, 심지어 안보, 정보기관까지 평화를 이루는 일을 하도록 감독하는 장관급의 인사를 단행하여 평화가 국정 지표가 되도록 하였다.

아직도 에티오피아의 평화, 안정, 번영의 길은 멀고 험난해 보인다. 그는 작년 6월에는 암살의 고비를 넘겼고, 내년에는 새로운 선거를 치러야 한다. 여전히 정적들은 그를 노리고 있고 언제든 위기를 조장할 가능성이 산재해 있다. 노벨 위원회가 집권 초기에 그에게 평화상을 수여한 것은 단기간에 보여준 공로를 인정한 의미도 있지만, 향후 그의 노력에 힘을 실어주어 평화체제가 정착되길 기대하는 의도도 있다. 그에게는 평화의 길을 달리라는 박차로 해석되길 기대한다.

그의 취임과 이후 행보를 통해 남북 대치를 70년 넘게 이어온 한반도의 현실을 반성해 본다. 그는 복음주의자로서 국가 최고 지도자의 위치에 올라 평화의 사도가 되었다. 우리의 정치현실은 어떠한가? 신앙인들이 화해에 앞장서고 있는가, 아니면 오히려 분열을 조장하는가? 남북관계의 긴장을 풀고 대화와 화해로 나아가도록 하는 일에 한국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은 어떤 노력을 기울이며, 어떤 기도제목으로 기도하고 있는가? 한반도의 평화는 분단이 가져온 긴장을 해소하고, 분단유지에 들어가는 막대한 비용을 줄이며, 새로운 기회를 열어 우리의 자녀 세대에게 희망과 에너지를 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날이 갈수록 반목과 분열의 강도가 심화되고 있는데 이럴 때일수록 그리스도인들은 정치논리, 진영싸움의 도구가 되지 않도록 깨어 있어야 한다. 교회는 우리 민족이 이념 대립을 넘어 화해와 상생의 길을 찾고 평화와 번영의 미래를 열어가는 일에 기여해야 한다. 에티오피아의 아비 아흐메드 총리가 보여준 리더십처럼, 한국교회가 길러내고 복음주의 학생운동이 길러낸 사람들이 평화의 길을 열어가는 일꾼들이 되기를 주께 구한다.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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