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 있는 리더는 자신의 취약성을 인정한다. 취약성을 드러내는 것이 왜 중요한가? 리더십의 기초는 취약성에서 잉태되기 때문이다. 취약성을 드러내면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 더욱 발전할 수 있다. 자신의 약함을 통해 다른 사람과 공감하고 연결하면서 리더십의 영역을 더 확장한다. 취약성을 인정하지 않는 리더는 자신이 가진 능력 범위 내에서만 영향력을 행사하고 거기에 머무른다. 더 이상은 발전이 없다.(본문 중)

류지성(삼성의료원 HR혁신실장)

 

브렌 브라운 | 『리더의 용기』(Dare to Lead)

강주헌 옮김 | 갤리온 | 2019년 12월 09일 | 428쪽 | 16,200원

취약성을 인정하는 용기. 결코 쉽지 않은 이야기이다. 저명한 경영학자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짐 콜린스가 ‘겸손’을, 로버트 그린리프가 ‘섬김’을 최고의 리더십으로 제시한 것은[1] 수긍이 간다. 그러나 브레네 브라운이 주장하는 ‘약함을 드러내 보이는 리더’는 왠지 좀 어색하다. 우리는 자주, 아무리 리더라도 실수할 수 있는 인간이고, 실수할 때 사과할 줄 아는 리더는 멋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현실에서도 정말 그런가? 결코 아니다. 리더가 취약성을 보일 때 그것은 두고두고 그에게 약점이 된다. 대통령 선거 같은 때에는 그런 리더는 ‘한 방에 가버린다’. 그만큼 우리는 완벽한 리더를 원한다. 그러니 대부분은 취약성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애쓴다. 변명하고 거짓말하고 남에게 뒤집어씌운다. 저자는 이런 행태가 리더에 대한 잘못된 믿음에서 비롯되었다고 말한다. 리더의 취약성은 약점이고, 리더는 나약하게 보여서도, 속마음을 드러내서도 안 되고, 모든 것을 혼자서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는 잘못된 믿음 말이다.

취약성은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불확실성으로 인해 위험이 감지되는 상황, 감당하기 어렵다는 두려운 생각 속에서 경험하는 정서이다. 지금은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극심한 불확실성의 시대이다. 어떤 리더라도 그 속에 있는 수많은 위험과 실패 가능성을 두려워하지 않을 수 없다. 취약성 자체는 약점도 아니고 나약함도 아니다. 오히려 대담하고 용기 있는 리더는 그 취약성을 인정할 줄 안다. 그리고 그것을 극복해낸다. 리더십의 특성 이론(trait theory)에 따르면, 용기는 리더가 선천적으로 가진 기질이라고 한다. 그러나 저자는 용기는 학습될 수 있는 능력이라고 한다. 취약성을 인정하고, 가치관에 따라 살고, 대담하게 신뢰하고, 다시 일어서는 법을 배우면, 용기라는 능력이 습득된다고 한다.

 

『리더의 용기』 표지. ⓒ갤리온.

 

취약성 인정하기

용기 있는 리더는 자신의 취약성을 인정한다. 취약성을 드러내는 것이 왜 중요한가? 리더십의 기초는 취약성에서 잉태되기 때문이다. 취약성을 드러내면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 더욱 발전할 수 있다. 자신의 약함을 통해 다른 사람과 공감하고 연결하면서 리더십의 영역을 더 확장한다. 취약성을 인정하지 않는 리더는 자신이 가진 능력 범위 내에서만 영향력을 행사하고 거기에 머무른다. 더 이상은 발전이 없다.

많은 리더들은 취약성을 감추기 위해 갑옷을 입는다. 갑옷으로 무장한 리더들은 완벽주의를 추구하고 실패를 두려워한다. 다른 사람을 칭찬하거나 인정하지 않는다. 패자와 승자, 가해자와 피해자라는 잘못된 이분법을 갖고 있다. 비판을 자기방어 수단으로 사용한다. 반면, 대담한 리더는 갑옷을 과감하게 벗어 던진다. 두려움과 불확실성을 공개적으로 인정한다. 진실한 마음으로 조직을 끌어간다. 배우는 자세로 바로잡으려고 노력한다. 의견을 제시하고 그에 따른 위험을 감수한다. 항상 고마움을 표시하고 중요한 성과와 승리를 칭찬한다.

용기 있는 리더는 조직 구성원들이 취약성이 드러낼 수 있는 조직 문화를 만들어낸다. 그 속에는 심리적 안전감(psychological safety)[2], 공감, 배려, 연결이 있다. 심리적으로 안정된 환경에서는, 누군가 실수를 하거나 생뚱맞은 아이디어를 제시할 때나 도움을 요청할 때도 동료들이 경멸하거나 무시하지 않고 긍정적으로 반응해 준다. 사람은 누구나 취약성이 드러날 때 수치심을 느끼게 되는데, 그때는 다른 사람의 위안이 필요하다. 그 위안은 바로 공감하는 것이다. 공감은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고 배려한다. 공감은 더 이상 사랑받지 못하고 소속되지 못할까 걱정하는 사람을 다른 사람과 연결해 준다. 연결이 되면 서로가 열린 마음으로 해결 방법을 찾고 기꺼이 협력한다.

 

가치관에 따라 살아가기

용기 있는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자신이 올바르다고 믿는 가치관에 따라 행동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리더가 취약성을 드러낼 때, 그가 감당해야 할 현실은 만만치 않다. 자기가 처한 현 상황을 솔직하게 털어놓으면 다른 사람에게 하찮게 여겨질 수 있다. 약점을 잡힐 수도 있다. 실수가 드러나면 주변에서 날카로운 비판으로 달려든다. 심지어는 그 리더를 자리에서 끌어내리려고 한다. 이때 대부분의 리더는 주변의 비위에 맞추어 그 상황을 빨리 벗어나고 싶어 한다. 적당히 감추고 비판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고 한다. 그러나 대담한 리더는 다르게 행동한다. 자신이 무엇을 믿고,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명확히 밝히고 그것에 따라 생각하고 행동한다. 편안함보다 용기를 선택하고 성급하고, 쉬운 것보다 올바른 것을 선택하는 성실함(integrity)을 보인다.

리더는 올바른 가치관이 주도하는 문화를 만든다. 리더는 조직에서 누군가가 취약함으로 인해 공격받을 때 침묵하지 않고 자신의 가치관에 따라 행동한다. 다른 사람들과 공감하고 연결하는 영향력을 발휘한다. 취약성을 드러내는 문화를 만들어내는 리더는 가치관에 따른 피드백을 주고받는다. 피드백을 할 때, 맞은편에 앉지 않고 상대방 옆에 나란히 앉는다. 경청하고 질문하며 상대가 그 문제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는 것을 이해한다. 상대가 자신의 강점을 활용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격려한다. 상대에게 수치심을 주거나 비난하지 않는다.

 

대담하게 신뢰하기

취약성을 드러내는 용기를 갖기 위해서는 신뢰가 필수적이다. 신뢰는 ‘소중한 것이 다른 사람의 행위에 의해 취약해지는 위험을 감수하는 마음’이다. 신뢰가 있으면 나의 취약성이 드러나도 다른 사람이 안전하게 지켜준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취약성의 용기를 낼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신뢰가 먼저 있어야 안심하고 취약성을 보여줄 수 있다는 의미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이다. 우리는 신뢰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먼저 취약해질 필요가 있다. 취약성의 위험을 무릅쓰지 않고는 신뢰를 구축할 수 없다. ‘취약해지는 위험을 감수한다’는 신뢰의 정의는 신뢰에는 이미 취약성에 노출하는 행위가 포함됨을 말해 준다.

다른 사람을 얼마나 신뢰하느냐는 ‘자기 자신을 신뢰하는 힘’에 크게 좌우된다. 자기 신뢰는 우리가 실패하거나 실망과 좌절을 경험할 때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다. 신뢰를 위해서는 너그러움(generosity)이[3] 필요하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은 질문에 답하는 것이다. 실패했을 때 나 자신에게 너그러웠던가? 자기 연민이 있었던가? 나 자신에게도 친절하고 공손히 말했는가? 스스로 격려하고 위로했는가, 아니면 자기 사랑을 건너뛰고 곧바로 자신을 질책했는가? 자기를 신뢰할 수 있으면 내가 취약한 존재라는 걸 그대로 보여줄 수 있는 용기를 갖게 된다. 외로운 늑대를 더 이상 고집하지 않는다. 자신에 대한 신뢰와 타인에 대한 신뢰와의 관계는 깊이 연결되어 있다.

 

다시 일어서는 법을 배우기

리더가 취약성을 인정하는 용기를 가지려면 실패와 추락에서 다시 일어서는 회복 탄력성을 가져야 한다. 다시 일어서는 능력을 갖추지 못한 사람은 실패의 위험을 무릅쓰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다시 일어서는 데는 ‘감정의 인정 – 진실한 대화 – 혁명적 변화의 과정’이 필요하다.

용기 있는 리더는 감정을 인정하고 그것이 어떤 것인지를 인식한다. 인간은 감정적인 존재이다. 힘든 일이 닥치면 감정이 먼저 반응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감정을 다른 사람에게 쏟아낸다. 다른 사람을 탓하고 변명하고 보복을 가하면서 자기방어를 한다.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리더는 자신이 어떤 일로 인해 현재의 감정에 사로잡혀 있는지를 즉각적으로 알아챈다. 그리고 정직하고 진실한 대화로 해결하려고 한다. 난감하고 부정적인 문제들을 신속하게 건설적인 방법으로 표면화하고 피드백을 주고받으면서 용기 있는 리더로 거듭난다.

 

본서는 신앙 서적은 아니지만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을 생각하게 한다. 취약성은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이다. “형제들아 너희를 부르심을 보라. 육체를 따라 지혜로운 자가 많지 아니하며, 능한 자가 많지 아니하며, 문벌 좋은 자가 많지 아니하도다”(고전 1:26). 위대한 사도이자 리더인 바울도 고린도 교인들 앞에서 “약하고 두려워하고 심히 떨었다”(고전 2:3). 그리스도인은 자신의 취약성을 과감하게 드러내는 용기를 갖고 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그 취약성을 기뻐한다. 약함이 우리를 강하게 해주기 때문이다(고전 12:10). 브레네 브라운은 취약성은 다른 사람과 공감하고 연결할 수 있게 해 준다고 했는데, 그리스도인에게 취약성은 하나님과 연결되며 하나님이 일하시게 하는 통로가 된다.


[1] 짐 콜린스는 『좋은 기업에서 위대한 기업으로』에서 ‘겸손’을, 로버트 그린리프는 ‘서번트 리더십’을 최고의 리더십으로 제시했다.

[2] 심리적 안전감은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에이미 에드먼슨(Amy C. Edmondson)교수가 제시한 개념이다. 그녀의 저서 『두려움이 없는 조직』(The Fearless Organization)을 보면, 팀워크가 좋은 팀이 그렇지 않은 팀에 비해 오히려 더 많은 실수를 저지른다(20). 정확히 말하면, 팀워크가 좋은 팀은 서로의 실수를 솔직하게 드러내기 때문에 실수가 많은 것처럼 보인다. 이것이 가능한 것은 내가 실수해도 내 주변의 사람들이 비난하지 않고 나의 취약성을 공격하지 않을 거라는 심리적 안전감이 있기 때문이다. 심리적 안전감은 ‘인간관계의 위험으로부터 근무 환경이 안전하다고 믿는 믿음’(41)이다.

[3] 저자는 신뢰를 위한 7가지 행동 양식으로 ‘대담하게’(BRAVING)를 제시했다. 경계(Boundary), 신망(Reliability), 책임(Accountability), 함구(Vault), 성실(Integrity), 무비판(Nonjudgment), 너그러움(Generosity)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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