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예배 불출석에 대한 다양한 신학적 논의까지 이어지면서 의식의 변화를 가져올 것 같다. 안 그래도 불출석교인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주예배가 아닌 비정규예배로 대체하는 인원들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데 이번 일은 이들에게 정당성을 부여해 줄 것 같다. 안전과 공동체를 위해서 교회에서 드리는 예배는 중단되어도 너무 신학적인 과잉반응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 정말 이 일이 불가피한 일이라는 아픈 마음이 표현되어야 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앙적 각성은 오히려 더욱 필요함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본문 중)
조성돈(기윤실 교회신뢰운동본부장,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교수)
코로나19의 영향은 크다. 우리생활 전반이 뒤바뀔 것으로 보인다. 일시적인 현상이지만 실은 여기서 끝나지 않고 이후 우리의 삶과 신앙생활에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조사 결과는 이후를 가늠해보고 대책을 세우는 좋은 자료가 될 것 같다.
사회에서 공동체 의식이 요구될 것이다
전에 일본에 NGO들을 탐방할 일이 있었다. 특히 NGO가 활발한 고베 지역을 둘러보았는데 거기서 한 활동가를 만났다. 그는 고베 지역이 이렇게 활발하게 된 것에 대해 1995년에 있었던 고베 대지진을 그 배경으로 설명했다. 큰 재난을 겪고 나니 공동체 의식이 높아졌고, 그 여파가 시민운동의 발전을 가져왔다고 했다. 우리나라도 세월호의 영향이 컸다. 사람들은 안전에 대해 새로운 생각을 품게 되었고, 공동체가 붕괴될 때 어떠한 일이 벌어지는지를 깨달았다. 이후에도 사고와 사건이 이어졌는데 그럴 때 마다 사람들은 질서를 지키고 서로를 도와 위기를 극복해 나갔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이번 코로나19의 사태에서 사람들의 경각심과 함께 공동체 의식을 보는데 이번 조사에서도 그런 경향이 보인다. 지난 2월 23일 주일은 전염병에 대한 심각성이 크게 대두되고 맞는 첫 주일이었다. 그런데 교인의 57%가 교회에서 주일예배를 안 드렸다고 대답을 했다. 교회에서 드리는 주일예배에 대한 의식을 생각해 보면 아주 높은 수치이다. 그동안의 신앙고백을 생각해 보면 놀라운 의식 전환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무엇보다도 안전에 대한 의식, 그리고 공적으로 함께 해야 한다는 공동체의식의 발로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이를 위해 기도한 적이 있다고 응답한 사람들의 비율이 높은 것에서도 볼 수 있다. 앞으로 더욱 안전에 대한 의식, 그리고 공동체의식이 더 강조될 것이다. 또 실제적으로 이러한 활동들이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주일성수의 개념이 바뀔 것이다
한국 교회는 그 동안 주일성수는 순교의 각오로 지켜왔다. 최근에도 ‘불의 전차’라는 영화가 보여준 스토리처럼 주일성수는 어떠한 불이익에도 불구하고 감당해야 할 신앙적 원칙이었다. 이 일에 대해서는 어려서 부터 여러 이야기를 통해서 교육을 받아온 바이다. 그런데 절반 이상이 주일에 교회를 안 갔다. 특히 주일성수에 있어서 철저한 원칙을 고수해 왔던 고신교단이 주를 이루고 있는 경상도 지역에서 이번 전염병이 돌면서 이곳들은 교회 안 간 비율이 훨씬 높았다. 이제 돌아오는 주에는 더욱 그 비율이 높아갈 것이다. 아직 분위기를 보고 있었던 교회들이 예배를 중단한다고 선언하고 있고, 교인들의 마음에도 전염병의 여파로 교회를 안가도 되는 것으로 생각이 많이 바뀔 것 같다. 특히 주일예배 불출석에 대한 다양한 신학적 논의까지 이어지면서 의식의 변화를 가져올 것 같다. 안 그래도 불출석교인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주예배가 아닌 비정규예배로 대체하는 인원들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데 이번 일은 이들에게 정당성을 부여해 줄 것 같다.
안전과 공동체를 위해서 교회에서 드리는 예배는 중단되어도 너무 신학적인 과잉반응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 정말 이 일이 불가피한 일이라는 아픈 마음이 표현되어야 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앙적 각성은 오히려 더욱 필요함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해석의 여지가 있는 부분은 교회에 출석하지 못한 사람들 중 대체 예배를 드렸다는 인원이 62%인 것이다. 이것은 다른 의미로 38%는 교회를 안 가거나, 못 가게 되었으니 주일에 드리는 예배도 쉬었다는 것인데 이것을 어떻게 해석할 것이냐다. 62%나 되는 사람들이 그래도 예배당을 떠나도 주일에 하나님을 예배했다고 해야 할 것인지, 38%나 되는 사람들이 교회 예배에 빠지면서 곧바로 예배를 포기했다고 해야 할지는 해석의 여지가 있다. 그러나 기본적인 상식으로 40% 가까운 사람들은 교회가 주도하는 예배가 아니면 예배를 이어갈 수 없다는 데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런 이들에게 예배를 이어갈 수 있는 동기를 제공하고 실제적으로 예배 드릴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줄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서 공동의 기도문이나 예배문을 마련해 주는 것이 시급하다. 특히 자가격리되어 있는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는 기도문이나 예배문을 빨리 배포할 수 있기를 바란다.
교회 공동체에 대한 의식이 드러났다
우리 교인들은 대체 예배에서도 교회중심으로 움직였다. 특히 출석하는 교회의 온라인 동영상을 통해서 대체 예배를 드렸다는 사람이 절반을 넘는 57%에 이른다. 이런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은 작은 교회들은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보면 교회 규모가 작은 교회의 교인들은 그 비율이 현저히 낮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높게 나온 것을 보면 확실히 한국 교회의 교인들은 개 교회에 소속감이 현저히 높다. 외국의 한 종교학자가 한국 교회를 보면서 개인이 기도하는 것을 새벽기도로 모이는 것이 신기하다고 한 것을 들은 적이 있다. 이와 같이 한국 교회는 모든 신앙생활의 중심이 출석하는 교회를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이러한 경향이 이번 조사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결코 나쁘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현실이 이러하다는 것이다. 이에 각 교회들이 중심을 잡고 이번 사태에 잘 대응해 나갔으면 한다. 살펴볼 부분은 그래도 개인적으로 예배를 드리거나 가족이 함께 예배 드린 이들이 12%와 22%이다. 이를 합치면 34%에 이르는 사람들이 외부의 도움 없이 예배를 드리고 있다. 이들이 이런 신앙생활을 이어갈 수 있도록, 명절에 예배예식서를 나누어주는 것처럼 각 교회들이나 기관이 배려해 주면 좋겠다.
국가적으로, 교회적으로 모두 큰 고난을 직면하고 있고 불안을 느끼고 있다. 이번 일을 통해서 우리 사회나 교회 역시 큰 변화를 겪을 것으로 보인다. 감사한 것은 공동체 의식이 살아나면서 서로 돕는 분위기가 형성되었다는 것이다. 앞으로 이런 공동체에 대한 요구들이 많이 생겨날 것이므로 교회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동안 한국 교회가 절대적으로 생각해 왔던 주일성수의 금칙이 무너질 것 같은데,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할 것이고, 이후를 생각해서 너무 과도한 신학적 해석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개 교회에 대한 소속감이 이번에도 확인되었다. 앞으로도 개 교회의 역할이 기대되고 필요하다.
당부하고 싶은 것은 개인이나 가족 단위로 예배를 드리는 이들을 배려하여 온라인뿐만 아니라 공동의 기도문이나 예배문도 마련해 개별적 예배와 신앙생활이 가능하도록 배려해 주었으면 한다.
이 어려운 시기에 기도와 공동체 의식을 통해 선한 사마리아인들이 교회에서 많이 일어나기를 기대한다.
*이 글은 목회데이터연구소 주간리포트 36호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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