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비춰준 희망의 빛 가운데 그리스도인과 교회가 우선적으로 붙들어야 하는 것은 ‘가정의 회복’일 것이다. 물론 현 상황에서는 가족들과 함께 식사하고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아진 것 때문에 힘들어하는 가정도 많다. (중략) 하지만, 이런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가정에서도, 가족과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는 생활이 익숙하지 않고, 그런 삶이 주는 기쁨을 누려 본 적이 없기 때문에 힘들어하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본문 중)
정병오(기윤실 공동대표, 오디세이학교 교사)
지난 1월부터 우리 사회를 덮친 코로나19 사태는 한국 사회만 놓고 보면 어느 정도 잦아드는 듯하다. 그에 따라 정부는 5월 6일부터 초중고 등교 시작을 포함하는 ‘생활 속 거리두기’ 체제로 이전보다는 조금 완화된 생활방역 지침을 내놓았다. 그러나 언제 감염병이 재유행할지 모르는 상태라 대다수의 사람들은 조심스러운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더군다나 전 세계의 상황을 보면 코로나19의 대유행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그리고 많은 전문가들이 올가을과 겨울에 2차 대유행이 올 것을 경고하고 있으므로, 백신과 치료제가 개발될 때까지는 코로나19라는 새로운 상황에 조심하고 적응하면서 살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코로나19는 우리 사회와 교회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생활의 기본 지침이 되면서 여러 모임이 중단되었고, 꼭 필요한 학습이나 모임은 온라인으로 대체되었다. 사람들이 이동을 자제하면서 많은 소상공인들이 어려움에 처하고 관광 산업과 항공 산업은 직격탄을 맞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교회도 예외일 수가 없었다. 대부분의 교회 모임이 중단되고 심지어 예배마저도 온라인 예배로 대체되었다. 그동안 당연시하던 많은 것들이 더 이상 당연하지 않게 되었다. 물론 ‘생활 속 거리두기’ 상황에서도 재유행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이러한 상황은 많이 개선될 것이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하듯, 우리가 코로나19를 극복한다 하더라도 우리의 삶은 코로나19 이전으로 결코 돌아갈 수 없을 것이다. 현재와 같은 인류의 육식 중심의 식생활과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대규모 축산 산업, 기후 변화, 야생 동물 서식지 침해, 지구촌 시대의 교역과 이동 등의 조건이 지속되는 한, 또 다른 전염병을 피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러한 전염병이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생활 체계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새로운 생활 체계는 한편으로 전염병의 원인을 제거하는 방식이어야 할 것이고, 또 다른 면에서 전염병으로 인해 주어진 생활 가운데 좋은 면들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발전시키는 방향이어야 할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 한국은 물론이고 전 세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작지만 희망의 빛도 보인다. 우선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분쟁 지역들이 휴전을 선포해 평화가 찾아오고 있다. 공장이 멈추고 교통량이 감소하며 사람들의 이동이 줄어들면서 환경이 회복되는 사례들이 늘어나고 있다. 우리나라만 해도 올해는 매년 찾아오던 미세먼지가 사라져 가장 깨끗하고 맑은 봄을 누리고 있다. 이뿐 아니라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여러 모임과 회식이 사라지고 재택근무가 늘어나면서 가정에서 가족들이 함께 식사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늘어났다. 심지어 교회 예배가 온라인으로 전환되고 모든 프로그램이 없어지면서 가족이 함께 예배를 드리고 코로나19의 종식을 위해 기도하는 시간도 늘어나고 있다.
많은 생명을 앗아가고 엄청난 경제적 타격과 생활의 불편을 가져다 준 코로나19가 그 이면에서 우리에게 던지고 있는 메시지는, 인류가 쉴 새 없이 달리고 있던 이 상황을 지금 잠시 멈추라는 것이다. 인류가 이렇게 열심히 달려온 것은 결국 깨끗한 환경에서 평화롭게 가족들과 사랑을 누리며 살기 위한 것이었는데, 오히려 경제가 발전할수록 우리는 이 모든 것을 잃고 있었음을, 그리고 이제라도 본래의 목표로 돌아갈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그러기 때문에 우리는 코로나19를 완전히 극복하더라도, 단지 이전의 삶으로 돌아갈 것이 아니라, 코로나19가 비춰준 희망의 빛을 따라 우리 삶의 체계를 새롭게 세우기 위한 고민을 지금부터 해 나가야 할 것이다.
코로나19가 비춰준 희망의 빛 가운데 그리스도인과 교회가 우선적으로 붙들어야 하는 것은 ‘가정의 회복’일 것이다. 물론 현 상황에서는 가족들과 함께 식사하고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아진 것 때문에 힘들어하는 가정도 많다. 이와는 반대로 생계 문제나 다른 여건이 허락지 않아 부모가 여전히 가정에서 시간을 많이 보낼 수 없어 아이들만 가정에 방치되는 돌봄의 공백 문제는, 사회적으로 가장 우선적으로 돌아보아야 할 문제다. 하지만, 이런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가정에서도, 가족과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는 생활이 익숙하지 않고, 그런 삶이 주는 기쁨을 누려 본 적이 없기 때문에 힘들어하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그러기에 우리는 사회 제도적으로 회식이나 야근 문화를 개선해서 모든 노동자들이 퇴근 후 가정으로 돌아가게 해 주어야 한다. 온라인 근무가 가능한 분야는 최대한 재택근무를 늘리고 유연 근무도 확대해야 한다. 직장 업무의 효율성이 좀 떨어지더라도 가정의 기능이 회복되도록 정부가 재정적 지원을 해야 할 것이다. 온 가족이 요리 및 가사 일을 분담하고, 가족이 함께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가는 일에 온 사회가 노력해야 한다. 아이들을 과도하게 학원으로 내몰지 않도록 입시 경쟁을 완화해 가야 한다. 이러한 일은 기독교적 관점에서는 정말 중요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가 별로 관심을 갖지 않고 있다. 하지만 사회가 경제 회복을 위해 이런 부분을 등한시하더라도 그리스도인과 교회는 이 일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 기회에 가정의 회복을 위한 사회 시스템을 만들어가는 일에 매진해야 할 것이다.
교회 또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 지금까지 교회는 성도들을 교회당으로 모으는 일에 초점을 맞추고 사역을 해 왔다. 그러다 보니 코로나19로 인해 교회의 모든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없는 상황이 되자 당황해 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 교회는, 다시 이전처럼 많은 프로그램을 운영해 교인들을 교회당으로 모을 날을 기다리고 있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성도들이 가정에서 가족과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며 사랑의 가정 문화를 만들도록 돕고 격려해야 한다. 가족이 서로를 깊이 사랑하고 교제하는 가운데 그 사랑을 이웃으로 확대해 나가도록 이끌어야 한다.
무엇보다 교회는 코로나19로 가족들이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이 기회를 가정에서의 신앙 교육이 살아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목회자는 부모들과 정기적으로 전화나 화상회의를 하며 가정 기도회와 가정에서의 신앙 교육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를 점검하고, 부족한 부분을 도와주어야 한다. 교회는 개별 교회 차원, 혹은 연합 차원에서 가정 기도회나 가정에서의 신앙 교육의 좋은 사례를 발굴해서 보급하고, 실제로 진행하면서 부딪히는 어려움을 도와주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목회자가 교회의 많은 사역의 부담에서 벗어나 가족과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자녀들의 신앙 교육에 힘쓰면서, 그런 일에서 오는 기쁨을 누리는 일이 필요하다다. 그래야 가정에서의 신앙 교육에 대한 감각을 가지고 교우 가정을 효과적으로 도울 수 있을 것이다.
코로나19가 언제 완전히 종식될지, 또 이후에 어떤 전염병이 찾아올지 우리는 모른다. 그리고 이러한 전염병을 허락하신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지도 함부로 말할 수 없다. 오직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이 전염병이 빨리 종식되기를 기도하고, 이를 위한 국가적 방역 지침에 최대한 협조하며, 코로나19로 인해 고통당하는 이웃을 최대한 돕는 일이다. 하지만 이와 더불어, 코로나19의 고통 이면에서 비치는 회복의 작은 빛을 통해 하나님의 세밀한 음성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 빛이 비추는 방향을 따라 우리 사회와 교회가 재구성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해야 한다. 이 가운데 ‘가정의 회복’은 지금 그리스도인과 교회가 가장 주목하고 힘써야 할 부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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