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벨트는 또한, 사람뿐 아니라 수많은 생명의 보금자리이다. 따라서 개발이 유보되어 있다고 생각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훼손된 곳마저도 되살려서 모든 생명들을 하나로 연결하여 공존하려는 생각이 필요하다. 지금 내가 사는 곳에서 가까운 그린벨트가 어디인지 알아보고, 한번 찾아가 머물러 보자. 잠시 머무르면서, 그곳이 왜 그린벨트로 지정되었겠는지, 그린벨트를 신앙적으로는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생명이라는 가치를 위해 어떤 선택이 옳을지 깊이 성찰해 보자.(본문 중)
유미호(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 센터장)
낯선 코로나19 상황 중에도 우리를 버티게 하는 건 우리 주변의 초록 생명이다. 아직도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두운 터널을 건너려면 보다 짙은 초록의 위로가 필요할 듯하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얼마 전 도시의 초록 공간인 그린벨트 해제 논란이 있었다. 대통령이 해제를 검토하지 않겠다고 하긴 했으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그린벨트, 왜?
그린벨트(Green Belt)는 도시 주변의 녹지대를 보호할 목적으로 도시 개발을 제한하도록 지정한 곳을 말한다. 도시의 무질서한 확산을 방지하고, 도시 주변의 자연환경을 보전하여 도시민의 건전한 생활 환경을 확보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그린벨트는 도시의 허파와도 같다. 기후 위기로 인한 폭염은 물론, 미세 먼지가 심각해지는 상황 때문에 날로 그 가치가 높아지고 있다.
그린벨트는 1971년 처음 지정된 후 77년까지 총 5,379㎢가 지정됐다. 서울의 9배 넓이로 전 국토의 5.4%다. 많은 부분이 하남, 의왕, 과천과 같은 경기도에 있고, 서울의 그린벨트는 서울 면적의 25%정도 되며 외곽 둘레의 149㎢이다. 이들 지역은 매번 정부의 주택 공급 확대 정책에 밀려 번번이 훼손되었는데, 이번뿐 아니라 2년 전에도 해제를 주장하는 정부 입장에 대해 서울시는 ‘그린벨트는 최후의 녹지요, 해제는 오히려 다른 투기를 부를 수 있다’고 맞선 바 있다. 처음 지정된 이후 1999년에 30%(1,560㎢)나 해제되었고, 이후 은평의 뉴타운과 서초의 보금자리 주택 건설 등을 이유로 훼손되었는데, 서울시는 이제는 단 한 평도 해제하지 않고 오히려 보전함으로써 모두의 생명권을 지키겠다고 생각한 듯하다.
내 주변의 그린벨트는 어디에?
우리나라, 특히 서울은 온도가 지난 100년 간 세계 평균의 3배를 웃도는 4℃가 상승했기에, 더욱 더 그린벨트를 잘 보전할 필요가 있다. 도시의 과밀화로 도심 온도가 계속 상승하였고, 대기 정체시에는 미세 먼지 정체도 심화되어 코로나19가 아니어도 마스크를 쓰고 외출할 수밖에 없다. 기온은 도심의 경우 도시 외곽과 평균 5℃ 이상의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 이런 상황을 생각하면 현재의 그린벨트만으로 녹지가 부족할 수도 있다. 따라서 그린벨트를 미래 세대들을 위한 생존 환경으로 여기고 지켜야지, 지금처럼 계속 건드리면 안 될 것이다.
그린벨트는 또한, 사람뿐 아니라 수많은 생명의 보금자리이다. 따라서 개발이 유보되어 있다고 생각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훼손된 곳마저도 되살려서 모든 생명들을 하나로 연결하여 공존하려는 생각이 필요하다.
지금 내가 사는 곳에서 가까운 그린벨트가 어디인지 알아보고, 한번 찾아가 머물러 보자. 잠시 머무르면서, 그곳이 왜 그린벨트로 지정되었겠는지, 그린벨트를 신앙적으로는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생명이라는 가치를 위해 어떤 선택이 옳을지 깊이 성찰해 보자.
우리 삶의 기본을 돌보는 그린벨트
사스, 메르스에 이어 코로나19까지 전례 없는 전염병의 위험에 직면한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미세 먼지로 숨쉬기조차 힘들고, 기후 위기로 인해 생존 자체가 위협받는 지구 상황에서 우리에게 가장 시급한 일은 무엇일까? 앞으로 더 큰 환경 재앙이 닥쳐올 때 우리 삶의 기본을 돌봐 주게 될 것은 도시 녹지가 아닐까.
지금도 우리나라는 미세 먼지 농도로 보면 세계 최하위 등급에 속하고(세계보건기구, WHO), 기후 위기를 부추기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7억 9백만 톤(2017년)으로 세계 7위나 된다. 반면, 우리나라의 녹지에 의한 자연적 이산화탄소 흡수량은 배출량의 20분의 1에 불과한 4천 160만 톤 정도이다.1) 만약 이런 상황인데도 그린벨트를 보존하지 않고 계속 해제해 나간다면 우리나라는 전 세계적으로 ‘기후 악당’이라는 오명을 벗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므로 지금은 그린벨트를 해제할 것이 아니라 할 수 있다면 오히려 확장이라도 하여 대기의 자연적 정화 능력을 향상해야 할 때다.
생명을 위한 선택, 해제냐? 보존이냐?
환경적인 이유에 더하여 수도권 과밀화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 올해부터 수도권 인구가 비수도권 인구를 넘어섰다. 수도권의 면적은 겨우 전국의 12%인데, 인구는 나머지 88% 면적에 사는 인구보다 많을 만큼 수도권 초집중화가 심각한 상황이다. 경제는 70%나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다. 그런데도 수도권 2600만 명에게 안정적으로 주택을 공급한다는 명목으로 그린벨트를 해제한다면, 과거의 반복된 사례와 같이 서울과 수도권의 외연을 넓혀 수도권으로의 과밀과 집중을 부추길 뿐이다. 오히려 국토 균형 발전을 통해 과밀화를 해소하는 것이 더 올바른 방향일 것이다.
우리는 이 같은 상황 속에서 그린벨트를 해제할 것인지 보존할 것인지를 잘 선택해야 한다. 무엇보다 생명을 위한 선택을 하게 되길 소망한다. 우리의 삶의 질을 높이는 선택, 모두의 생명을 위한 선택, 그런 선택이 주저된다면, 다음 두 가지를 추가로 고려해 보자.
하나는, 그린벨트와 같은 자연은 한번 훼손되면 원 상태로의 복원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앞서 설명했듯이 그 가치는 돈으로 환산하기 어려울 정도로 크다. 다른 하나는, 도시공원으로 지정된 지역들 중 공원 조성이 안 된 땅들이 올해 7월 1일부로 지정이 해제되었다는 사실이다.2) 이미 조성된 공원들이 사라지는 건 아니지만, 도시 자연 경관 보호와 시민 건강, 휴양 및 정서 함양에 도움을 주었던 우리의 일상 가까이에 있던 녹지들이 난개발될 위험에 처했다. 여의도 면적의 126배, 축구장 5만여 개 만큼의 면적인 364㎢가 올해 해제되었고, 2025년까지 83㎢의 도시공원 지정 면적이 추가로 해제될 수 있다.
모두를 위한 생명의 그린벨트
마스크 없이는 한 걸음도 밖에 나갈 수 없는 요즘, 맘 놓고 숨 쉴 수 있는 곳이 그립다. 아주 작은 곳일지라도 도시 녹지(숲)가 보이면 잠시라도 머물며 깊은 숨을 쉬려 애쓰곤 한다. 그런 곳이 아직 남아 있어 태초의 하나님이 불어넣으셨던 그 숨을 기억해 낼 수 있고, 온전한 삶을 살아낼 용기를 얻는다.
일상에서 하나님이 지으신 초록의 공간과 얼마나 가까이하고 있는지 돌아보자. 집이나 교회 안과 밖에 있는 나무를 살펴보자. 얼마나 있는지, 특별히 보호하고 있는 나무는 있는지…. 교회 안에 어떤 나무가 얼마나 있는지 알아보는 일은 작은 실마리가 되어, 우리로 하여금 창조주 하나님의 마음을 알아채게 할 것이며, 코로나19와 기후 위기에 대한 해결책을 추구하게 될 것이며, 그린벨트 문제도 생명을 위한 선택을 하게 될 것이다.
도시에 살수록 초록의 공간은 필수적이다. 앞마당은 꿈도 꾸기 어려운 삭막한 도시에서 도시 공원이나 그린벨트 인근에 산다는 건 부러운 일이다. 그곳이 있기에 쫓겨났던 생명들이 돌아오고 우리는 그들과 끊어졌던 관계를 회복할 수 있다. 나비가 춤추고 새들이 다시 노래하고, 그 속에서 우리도 온 우주 만물과 함께 드리는 풍성한 찬양과 예배를 올릴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린벨트든, 도시공원이든, 도심 속 어딘가 남아 있는 초록 공간이 있는 한, 우리는 잃어버린 하나님의 정원의 기억을 되살리고 하나님과 함께하는 낙원을 소망하게 될 것이다.
이제라도 초록의 공간을 망가뜨리는 계획은 멈추고, 믿음의 친구들과 함께 남아 있는 초록의 공간을 거닐어 보자. 보도블록 틈새나 돌계단 구석 틈바구니를 비집고 뿌리내려 꽃을 피워내는 생명이 있어 하나님의 정원이 지속된다. 도심 속에서 아슬아슬하게 살아가면서도 자기보다 더 작은 곤충들에게 먹이가 되고 쉼터가 되어 주는 풀꽃들처럼, 우리도 오늘 하나님의 정원의 한 그루 초록의 나무이길 소망해 본다.
1) 국가 온실 가스 배출 현황은 다음을 참조: http://www.index.go.kr/potal/main/EachDtlPageDetail.do?idx_cd=1464.
2) 공원일몰제 관련 정보는 다음을 참조: https://www.molit.go.kr/USR/NEWS/m_71/dtl.jsp?lcmspage=1&id=95083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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