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온라인 학습의 가장 큰 장점은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없다’는 것입니다. (중략) 그런데 우리가 간과했던 것은,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온라인 교육의 기본 전제인 학습자의 ‘자발성’이란 요소가 빠져있다는 점입니다. 등교 자체가 수업으로 이어지는 대면 수업과 달리, 온라인 수업은 수업을 시작하려면 상대적으로 많은 노력을 해야 합니다. 로그인하고, 클릭하고, 오늘 과제가 무엇인지도 적극적으로 찾아 들어가야 합니다. 일상과 분리되지 않은 집이라는 공간 속에서 학습 상황으로 전환을 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본문 중)

신을진(수업과성장연구소 대표)1)

 

코로나19로 인해 자녀들의 온라인 수업 기간이 길어지면서, 부모들은 새롭고도 낯선 염려를 떠안게 되었습니다. 자녀가 온라인 수업에 집중하지 못할 뿐 아니라, 일상적인 생활 리듬까지도 불안정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는 부모의 마음이 편할 리 없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불안이나 조급함이 커지고 자녀와의 갈등도 심각해지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당분간 이런 상황이 이어질 텐데, 온라인 수업을 받는 우리 자녀를 어떻게 지도할 수 있을까요?

물론 온라인 수업에 관한 자녀 지도도 평상시의 지도와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이 글에서는 온라인 수업 상황의 특성에 조금 더 초점을 맞추어 보겠습니다. 일반적으로 온라인 학습의 가장 큰 장점은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온라인 학습은 성인 학습자가 바쁜 시간을 쪼개어 공부하려고 할 때 매우 유익한 학습 형태입니다. 그래서 처음 온라인 수업이 시작되었을 때에는, 이런 상황이 교육 분야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성큼 앞당기는 계기가 되리라고 기대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간과했던 것은,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온라인 교육의 기본 전제인 학습자의 ‘자발성’이란 요소가 빠져 있다는 점입니다. 등교 자체가 수업으로 이어지는 대면 수업과 달리, 온라인 수업은 수업을 시작하려면 상대적으로 많은 노력을 해야 합니다. 로그인하고, 클릭하고, 오늘 과제가 무엇인지도 적극적으로 찾아 들어가야 합니다. 일상과 분리되지 않은 집이라는 공간 속에서 학습 상황으로 전환을 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pxhere.

 

이렇게 온라인 수업의 특성을 다시 정리해보는 이유는, 자녀와 온라인 수업에 대해 이야기할 때 공감하며 시작하기 위해서입니다. 지금과 같은 온라인 상황이 자녀의 학습에 미치는 영향을 먼저 이해하면서 시작하면, 대화가 한결 수월합니다. 쉽사리 비난하기보다는 공감에 기반을 둘 수 있으니까요. 자녀와 온라인 수업 상황이 얼마나 힘든지를 두런두런 이야기할 수만 있어도, 학습 지도의 절반은 이미 이루어진 것입니다.

자녀와 어느 정도 공감대를 이루었다면, 한발 더 나아가 다음과 같은 학습과 관련된 구체적인 이야기를 나눌 수 있습니다.

첫째는, 온라인 학습을 위한 시간과 공간을 분리하도록 제안하는 것입니다. ‘온라인 학습 공간은 눈에 보이는 표지판이 없으니 우리가 의도적으로 만들어보자’는 제안을 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앞서 언급한 온라인 학습 상황의 특성에 근거한 제안입니다. 온라인 공간은 평소에 학생들이 즐겁게 노는 놀이 공간이어서, 공간 분리가 되지 않으면 놀이에서 수업으로 전환하는 것이 매우 어렵습니다. 거창한 적용보다는, 컴퓨터가 있는 책상에서 음식을 먹지 않는 것, 쉬는 시간에는 컴퓨터가 없는 공간에서 쉬는 것 등 자그마한 실천부터 해보도록 제안합니다.

둘째는, 이제 이렇게 물리적인 표지판 세우기, 즉, 공간과 시간의 구획이 이루어졌다면, 다음으로 해야 할 일은 수업 내용의 표지판을 적극적으로 찾아 세우는 일입니다. 일반적으로 온라인 강의실에는 공지 등을 통해 학습 목표, 수업 자료, 과제, 평가 등을 안내합니다. 출결 과제 혹은 내용 확인 과제 등도 제시됩니다. 대면 수업에서는 이런 안내를 받을 때 놓치더라도 선생님이 반복해서 언급해 주고, 선생님의 말씀을 놓친다 하더라도 친구들을 통해 쉽게 알 수 있는데, 온라인 수업에서는 이를 적극적으로 찾아 이해하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놓쳐버리기가 쉽습니다. 만일 자녀와 함께 온라인 학습 적응을 연습할 기회가 있다면, 이런 표지판을 찾고 이해하는 연습을 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셋째, 이제 수업의 마지막 관문은 과제와 평가입니다. 과제와 평가를 제출하지 않으면 선생님으로부터 독촉 문자를 받게 되니, 자녀의 과제가 부모의 과제처럼 느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자녀에게 과제를 독촉하게 되는데요, 아무리 독촉해도 과제를 제때 제출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럴 때 대부분 그 원인을 부지런하지 않거나 꾸준하지 못한 학습 태도에서 찾게 되는데요, 온라인 수업의 경우에는 또 다른 원인을 고려해야 합니다. 그것은 바로, 대면 수업 때보다 과제를 이해하고 파악하는 것이 훨씬 어렵게 느껴진다는 점입니다. 대면 수업에서는 선생님이 과제를 설명도 해주고 예시도 들어주기 때문에 비교적 쉽게 과제를 이해하지만, 온라인 상황에서 제시된 과제나 퀴즈는 대부분 공지된 내용을 읽고 스스로 파악해야 합니다. 특히, 초등학교 학생의 경우는 이 부분의 어려움이 과제를 제출하지 못하는 중요한 이유가 됩니다. 따라서, 과제를 밀리지 않게 지도하는 것 못지않게, 과제를 잘 이해하고 있는지를 점검해 주는 것도 필요합니다. 이것은 과제를 도와주거나 독촉하는 것과 다른 일이며, 그 자체로 매우 중요한 부분입니다. 과제에 대해서 처음부터 선생님에게 물어보도록 할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은 뭘 모르는지를 몰라서 질문하지 못합니다. 선생님께 질문할 수 있는 온라인 창구가 있어도, 무엇을 물어야 할지 모르기 때문에 이 창구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합니다. 그러나 과제를 잘 이해하면, 무엇을 질문해야 하는지도 분명해집니다. 그런 점에서 과제 이해는 필요하지만 간과하기 쉬운 부분입니다.

그런데, 만일 위의 3가지 내용에 대한 이야기가 부모-자녀 관계에 오히려 부담을 줄 것 같다면, 당장 억지로 시도하지는 말아야 합니다. 이미 학습에 대해 여러 번의 실랑이가 오가서 갈등이 심한 상황이라면 더욱더 그렇습니다. 아무리 중요한 이야기도 부모-자녀 관계가 어긋나 있을 때는 전달 효과가 반감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럴 때는 오히려 이 글의 첫 부분에서 언급한 것처럼, 온라인 수업 상황에 대한 어려움을 공유하는 것부터 대화를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온라인으로 수업을 하려고 하면 정말 집중이 잘 안 될 것 같아. 오늘은 어땠니?”와 같은 말입니다. 그리고 만일 자녀가 온라인 수업을 듣고 있고 그 내용이 조금씩 부모 귀에도 들려온다면, 그 내용에 너무 무겁지 않은 관심을 보이는 것도 좋습니다. 단, 흥미와 관심의 표현이어야지 점검이나 체크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온라인 수업 상황에서의 자녀 학습 지도, 꼭 필요한 일이지만 ‘관계’와 균형을 이루어야 함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됩니다.


1) 저서, 『온라인 수업, 교사 실재감이 답이다』(우리학교, 2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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