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많은 학부모들이 아이들을 교육할 때 이런 생각을 해 왔다. “나는 올바른 교육이 무엇인지 안다, 그러나 아이가 이 경쟁 사회에서 살아남는 것은 지상의 과제이니 어쩌겠는가? 학벌을 갖추어 취업 경쟁에서 밀리지 않게 하는 것, 그게 교육의 현실적인 목표가 아니겠는가?” 그런 절망스러운 생각 때문에 지금껏 대학 입시의 모순이 지속되어 왔고, 교실 수업에 변화가 더뎠고, 아이들이 입시 노예로, 사교육 의존적인 존재로 방치되어 왔다. 그래서 아이마다 하늘의 뜻을 따라 자기 속에 있는 것을 펼치면서 각자 독특하고 다양한 삶을 살 권리를 누리지 못했다.(본문 중)

송인수(재단법인 교육의봄 공동대표)

 

기업의 출신 학교 중심 채용 문화를 바꾸어 우리 교육이 봄을 맞이하도록 하는 새로운 운동, ‘교육의봄’이 시작되었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는, 입시 경쟁 같은 고질적 교육 문제를 해결하려 해도 기업의 채용이나 임금 제도 같이 사회가 함께 달라지지 않으면 소용없다는 지적이 많았다. 그러나 그 한계를 넘고자 한 시도는 드물었다. 그런 점에서 교육의봄은 교육 변화의 물꼬를 트기 위해 기업의 채용 문화 개선에 전략적으로 초점을 맞추는 운동이다.

출신 학교 중심 채용이 문제라고 말하면, 이에 이의를 제기하는 경우가 많다. “어느 학교 출신인지 확인하는 것은 그 사람의 능력을 가늠할 중요한 방법이다. 그것을 없애면 무엇을 보고 뽑으란 말인가?” 그러나 이런 주장은 법적이지도 않고 현실적이지도 않다. 1994년 개정된 고용정책기본법 7조 1항은 “채용 과정에서 합리적인 이유가 없다면, 출신 학교, 학력, 연령, 종교 등으로 구직자를 차별하지 말라”라면서, 출신 학교를 능력을 재는 척도로 사용하면 불법이라고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처벌 조항은 없지만, 우리 법률은 출신 학교를 통해 그 사람을 평가하는 것을 인종과 연령 등으로 차별하는 위법 행위와 다르지 않다고 본 것이다.

이것은 또한 현실적이지도 않다. 점차 ‘학벌 좋은 사람’=‘능력자’의 등식이 깨지고 있다. 2010년 OECD 보고서는 미래를 살아가는 힘으로서 ‘문제 해결력’, ‘협업/공감’, ‘자립심’, 이 세 가지를 꼽았다. 이 기준은 세계적인 대세요, 우리나라 학교 교육 과정의 목표이기도 하다. 그런데 출신 학교 간판이 이런 역량들을 보장하지 못한다는 징후가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토드 로즈(Todd Rose) 교수가 쓴 『평균의 종말』, 『다크호스』(21세기북스)에 의하면,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사 같은 국제적 기업들은 ‘출신 학교와 학점’을 자사에 적합한 인재 기준으로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다. 기업이 갑자기 선해져서 이런 변화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아이러니하게도, 글로벌 경쟁 속에서 살아남으려다 보니 이런 변화가 찾아왔다. 국내 기업에서도 IT 기업과 공기업을 중심으로 이런 흐름이 확산하고 있다. SK, LG와 같은 대기업 또한 채용의 혁신을 시도하고 있다. 마이다스아이티라는 회사는 아예 학벌을 보지 않고도 적격자를 발굴할 수 있는 강력한 AI 기반 채용 시스템을 개발해 보급 중이고, 현재 1,100개 기업이 이용 중이다. 이런 변화는 앞으로 대세가 될 것이다.

 

2017년 5월, 사교육걱정없는세상에서 회원 78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의 결과. (출처: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교육의봄’은 일부 기업에서 시작되는 이런 변화를 더욱 확산시키고, 관련된 변화 정보를 샅샅이 조사하여 알림으로써 국민들의 인식을 바꾸어 교육의 새판을 짜도록 하고자 한다.

그동안 많은 학부모들이 아이들을 교육할 때 이런 생각을 해 왔다. “나는 올바른 교육이 무엇인지 안다, 그러나 아이가 이 경쟁 사회에서 살아남는 것은 지상의 과제이니 어쩌겠는가? 학벌을 갖추어 취업 경쟁에서 밀리지 않게 하는 것, 그게 교육의 현실적인 목표가 아니겠는가?” 그런 절망스러운 생각 때문에 지금껏 대학 입시의 모순이 지속되어 왔고, 교실 수업에 변화가 더뎠고, 아이들이 입시 노예로, 사교육 의존적인 존재로 방치되어 왔다. 그래서 아이마다 하늘의 뜻을 따라 자기 속에 있는 것을 펼치면서 각자 독특하고 다양한 삶을 살 권리를 누리지 못했다.

그러나 기업 채용 과정에서 학벌 중심 채용 관행이 바뀐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기업이 학벌을 보지 않고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가를 묻기 시작한다면, 즉 ‘학벌이 능력’이라는 편견을 떨쳐 버리고, “스스로 독립적으로 살아가며, 문제를 해결해 나가고, 남과 소통하고 공감하는 협력적 심성을 갖고 있는지”를 기업이 묻기 시작하고, 그게 대세가 되고 더 나은 길임을 모두가 발견하게 된다면, 학부모들도 자녀를 키우는 방식, 학교 교육에 기대하는 내용에 대해 새로운 각성을 하게 될 것이다. 즉, 아이를 입시 기계로 만들고 사교육에 중독시키는 것이 이젠 실패의 늪에 빠지게 만드는 길임을 알고, 학교에 새로운 요구를 할 것이다. “우리 아이에게 다른 교육을 해 주십시오. 자주적인 존재로 키워주십시오. 정답 찾기 기계가 아니라 문제 해결 역량을 길러 주십시오. 자기 혼자만 아는 존재가 아니라 자신과 다른 사람과도 잘 어울리며 소통할 수 있는 사람으로 만들어 주십시오.” 이렇게 말이다.

교사들도 달라질 것이다. 누군가가 학벌 중심의 현실에 압도되어 “학벌을 위한 입시에 유리한 기술을 하나라도 더 가르쳐 주십시오”라고 말할 때, 이에 주눅 들지 않고, “아니지요. 이런 교육이야말로 앞으로 자녀들이 살아갈 세상에서 꼭 필요한 교육입니다. 기업은 더 이상 입시 기계, 학벌 좋은 사람을 맹목적으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제 말을 믿고 따라오세요”라고 설득할 것이다. 기독교 교육도 그렇다. “이것이 하나님이 원하시는 교육입니다”라는 말에 시큰둥하던 신자들이 “이것은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교육이며 동시에 아이들이 살아가는 힘이 됩니다”라는 말에 마음을 열 것이다. 이렇게 당위가 현실과 통합되는 교육의 봄이 찾아올 것이다.

교육의봄은 이렇게 기업 채용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를 찾아내고 널리 알려서, 그것을 지렛대 삼아 교육의 낡은 체제를 고치고 바로잡고자 한다. 아이들을 입시 경쟁과 사교육 노동의 예속 상태에서 해방해, 각자에게 주신 하늘의 소명대로 진로를 선택해도 현실 속에서 죽지 않는다는 증거를 제시하고자 한다.

이 일은 지난 교육 운동 역사에서 단 한 번도 시도되지 않았던 일이다. 교육 단체가 기업의 작동 원리를 알 수 없으니 나설 수도 없었고, 경제계가 교육을 알 수 없으니 관심을 두지 않기도 했다. 그러나 기업과 교육계는 이제 서로 자신 속에서 시작된 변화를 공유하며 새로운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 교육의봄은 그 두 영역의 가교가 되어 변화를 이끌어 내는 일을 시작하고자 한다.

교육의봄 활동과 별도로 국회는 채용에서 출신 학교로써 차별하는 것을 규제하는 보다 실효성이 있는 법률을 준비 중이다. 교육의봄은 법률이 개정되기 전부터 기업이 스스로 변화하여 법률 개정 이후를 대비하도록 돕고자 한다. 종업원 300인 이상의 민간 기업 30% 정도가 먼저 이 흐름을 만들어 내면, 법률 개정과 관계없이 엄청난 변화가 찾아올 것이다. 요즘, 뜻있는 이들을 만나면 그들은 말한다. “교육의 봄은 만드는 것이 아니라 맞이하는 것입니다. 이미 우리에게 와 있으니까요.” 없는 것을 만드는 일이 아니라, 우리에게 이미 찾아온 변화를 주목하고 그 온기를 확산시키는 일에 초점 맞추자는 말이다. 우리 모두가 곧 교육의 봄을 맞이할 것이다. 그러니 ‘현실’이라는 명목으로 자녀 교육에 대해 패배적으로 취해온 행동을 지금부터 멈춰야 한다.

 

재단법인 교육의봄(이사장: 손봉호 서울대 명예교수)

www.facebook.com/bombombom.org

spring@bombombom.org

02-6338-06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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