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청년재무상담지원사업 참여청년

 

월화수목금금금 열심히 바쁘게 사는데 삶은 나아지는 것 같지 않았다. 힘들 땐 통장잔고를 확인하거나 월급날을 떠올리며 ‘존버’를 외쳤다. 때마침 열어본 메일함 속 ‘재무 상담’이란 키워드가 눈에 들어왔다.

 

상담은 받고 싶은데 독립자금을 마련하고 싶은 것도 신청 사유가 될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돈 공부가 필요하단 생각이 들었지만, 그리스도인이 돈에 관심을 가져도 될지 불편했다. 사실 그보다도 돈이 내 고통을 사라지게 해 줄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있었기에 내가 가진 금융 고민이 불순한 것 같았다. 발신자를 확인했다. ‘기윤실’이었다. 돈에 대한 바른 관점을 갖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상담을 받게 된 건 한참 뒤였다. 일로 인해 여러 번 미뤄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그때마다 상담사님은 여유가 생기면 보자고 기다려주셨다. 결국 퇴사 후에야 상담을 받게 됐다. 독립의 꿈은 버려두고 마음을 비운 채 상담사님을 만났다.

 

 

먼저 한 달 소비내역을 파악하고 예산을 짰다. 상담사님이 나에게 하고 싶은 게 뭐냐고 물어보셨다. 자연스레 돈 얘기에서 삶 얘기로 이어졌다. 글이 쓰고 싶지만 빨리 재취업을 해야 할 것 같다고 말씀드렸다.

 

소비내역을 정리하면서 돈을 사용하는 흐름을 보니 관심사는 확연하게 나타났다. 매달 꾸밈비는 0원에 가까웠지만, 책이나 잡지 등을 구매하는 데는 아끼지 않고 있었다. 지출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카페에서의 지출도 혼자 책을 읽고 글을 쓰기 위해 찾는 공간에 대한 비용이었다. 내 욕구는 독립보다 글쓰기에 있었다. 독립하고 싶은 이유도 나만의 공간에서 글을 쓰고 싶기 때문이었다.

 

상담을 받으면서 글을 써야만 하겠다는 마음이 들었지만, 꿈에 투자하는 것은 사치를 부리는 일 같았다. 최대한 돈을 안 쓰고 알바를 하면서 다시 취업을 준비하는 게 현실적인 것 같았다. 상담사님은 최소한의 독립자금을 유지하면서 일정 기간 동안 하고 싶은 일에 도전해보는 방안도 생각해보라며 예산을 다시 짜보라고 권유하셨다, 이어 예산에 ‘나의 사랑, 나의 기쁨’ 등 라벨을 붙여보라고 하셨다.

 

마지막 상담 날, 한 달 소비를 재점검해보니 예산과 딱 맞는 생활을 했다. 빡빡하지 않게 예산을 짜고 소비를 할 때마다 이름을 붙인 게 더 큰 소비를 방지하는 데 도움이 됐다. 커피 한 잔을 마시게 되더라도 그냥 소비가 아니라 나의 기쁨이라고 생각하고 썼더니 죄책감은 덜하고 기쁨은 컸다. 이런 과정 하나하나가 작은 성취감을 주었다.

 

이런 과정이 하고 싶은 일을 해보자는 용기를 내는 데 도움이 되기도 했지만 솔직히 아직 ‘텅장’을 경험하지 않아서 내릴 수 있었던 결정인 것 같다. 안정적인 기반이 없는 청년들에겐 오늘의 실패가 인생의 실패가 되어버리기 때문에 쉽게 도전하기가 힘들다. 그래도 청춘을 향한 립서비스 같은 위로보다 이와 같은 재무 상담 등 프로그램이나 정책이 큰 실제적인 도움이 된다. 현재 상황을 판단하고 대안을 생각해 볼 수 있게 해주며, 큰 해결책이 아니더라도 삶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을 수 있게 도와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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