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 기사들의 업무는 일반인들이 상상하는 것보다 많다. 요즘 쟁점이 되는 아침 물품 분류 작업 이후에는, 운전, 배송, 반품 회수, 그리고 그 중간중간 걸려오는 온갖 민원과 독촉 전화에 응대해야 한다. ‘물건을 받지 못했다.’ ‘주소가 바뀌었다.’ ‘생물이니 00시까지 와 달라.’ 물건을 주문한 고객의 입장에서는, 무엇을 주문했든지 내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장소에, 원하는 모습으로 도착해 있는 게 당연해 보이지만, 이 모든 것을 기계가 아닌 사람이 한다. 포장재가 이미 심하게 손상된 물품이 기사에게 도달하면, 온갖 ‘복원 수술’을 해서 배송한다. 엄청나게 큰 물건이나 음료와 같이 아주 무거운 물건, 특히, 가을철에 몰려오는 농산물이나 김장 재료 등을 배달해도, 또, 엘리베이터가 없는 게 보통인 개별주택 3~5층까지 물건을 져서 날라도 수수료는 동일하게 건당 700~800원에 불과하다. 물론 상황을 잘 몰라서 그러겠지만, 지불 수수료에 비해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는 고객을 만날 때는 분노를 삼키기도 한다.(본문 중)

구교형1)

 

요즘 들어 택배 기사의 열악한 현실이 많이 소개되니 사회적 주목을 받고 정부 당국과 정치권의 대책도 발표되는 등 관심이 확산되고 있다. 최근에 택배 일을 다시 시작하여 겨우 반년 정도 일해 온 사람이 택배 기사들이 겪는 문제 전반을 온전히 대변하지는 못하겠지만, 기사들이 현장에서 느끼는 문제가 대동소이하므로, 택배 현장의 문제와 그에 대한 대책을 나름 제안해 보고자 한다.

택배 일을 하면서 나는, 같은 시대를 살면서도 그동안 내가 살아왔고, 사람을 만났고, 일해 왔던 세상과는 참 다른 세상에 살고 있다고 느낄 때가 많다. 하루의 흐름, 사용하는 단어와 용어, 시간의 단위, 그리고 날짜와 요일의 의미 등 모든 게 달라도 너무 다르다. 아침에는 6시 40분까지 지하 작업장에 도착해서 오전 10~11시까지 물품 분류 작업을 한다. 사실 우리 일터는 분류 작업이 빨리 끝나는 편이고, 다른 현장에서는 오전 내내 물품 분류에만 매달리는 경우도 많다. 분류 작업을 하고 나서 각자 차에 물품을 실으면, 기사들은 이미 파김치가 되지만 일반인들은 그때부터 택배 기사들을 볼 수 있다.

택배 기사들의 업무는 일반인들이 상상하는 것보다 많다. 요즘 쟁점이 되는 아침 물품 분류 작업 이후에는, 운전, 배송, 반품 회수, 그리고 그 중간중간 걸려오는 온갖 민원과 독촉 전화에 응대해야 한다. ‘물건을 받지 못했다.’ ‘주소가 바뀌었다.’ ‘생물이니 00시까지 와 달라.’ 물건을 주문한 고객의 입장에서는, 무엇을 주문했든지 내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장소에, 원하는 모습으로 도착해 있는 게 당연해 보이지만, 이 모든 것을 기계가 아닌 사람이 한다. 포장재가 이미 심하게 손상된 물품이 기사에게 도달하면, 온갖 ‘복원 수술’을 해서 배송한다. 엄청나게 큰 물건이나 음료와 같이 아주 무거운 물건, 특히, 가을철에 몰려오는 농산물이나 김장 재료 등을 배달해도, 또, 엘리베이터가 없는 게 보통인 개별주택 3~5층까지 물건을 져서 날라도 수수료는 동일하게 건당 700~800원에 불과하다. 물론 상황을 잘 몰라서 그러겠지만, 지불 수수료에 비해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는 고객을 만날 때는 분노를 삼키기도 한다.

식사는 주로 삼각 김밥이나 떡으로 때우게 된다.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시간이 부족하고, 일하는 동선에서 식당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매끼 식사 시간을 가지고, 차와 간식을 먹는 사람들의 평범한(?) 일상이 참 다른 세계처럼 느껴진다. 저녁에 집에 돌아가 뒤늦은 밥을 먹고 잠시 쉬면, 피곤해 꼬박꼬박 졸다가 기도와 성경 읽기도 건너뛰기 일쑤다. 나만 해도 이렇게 하루 10~15시간을 택배 노동에 쏟아야 하고, 몸이 회복되기도 전에 다음 날 아침을 맞으며 6일을 보낸다(월요일만 일이 적다). 이러다 보니 택배 기사들에게 과로사는 언제, 누구에게 일어나도 그리 이상하지 않은 것 같다. 담당 지역과 조건, 형편, 물량에 따라 조금씩 편차는 있겠지만, 우리는 마치 내일도 일하기 위해 오늘 쉬고 잠을 자는 기계와 비슷하다고 말한다면 과장일까?

 

지난 10월 12일, 한진택배 서울 동대문지사에서 근무하던 택배기사 김 모씨가 사망 전 보낸 문자메시지.

 

주위에 10년 안팎 경력의 택배 기사들이 수두룩하므로 이제 반년이 조금 넘은 초보 기사가 나서는 것이 조금 부끄럽지만, 그래도 단지 현실이 이렇게 힘들다고 넋두리만 하기보다는, 내가 직접 느끼고 주변 동료들과 틈틈이 대화하며 발견한 문제점과 대안을 나름 정리해 본다.

 

  1. 대체 불능의 배달 기계

우리 일상생활의 필수 부분이 되었고, 코로나 시대에는 더욱 요긴한 이 택배 시스템이 원활하게 작동하려면, 택배 기사 한 사람, 한 사람이 대체 불가능한 부품으로 잘 버텨야만 한다. 매일 아침 산처럼 쌓이는 물품들을 기사마다 200~500여 개씩 소화해야 하는데, 내게 사정이 생겼다고 물품도 멈추는 게 아니기에, 한 사람이라도 일을 못 하면 다른 사람들이 물량을 나눠 맡아야 한다. 혹시 불가피한 사정으로 당분간 출근이 어려워지면, 자기 돈으로 알바를 구해야 할 만큼 다른 대책이 없다. 얼마 전 죽은 택배 기사의 장례식장에서 그 아버지가 독촉 전화를 대신 받아야 했다는 신문 기사를 읽고, 그의 현실이 고스란히 마치 내 상황처럼 느껴졌다. 코로나 이후 “아프면 쉬세요”라는 공익 광고를 듣게 되지만, 아프다고 내가 쉬면 다른 동료가 그만큼 더 힘들어야 하니, 죽지만 않으면 우리는 일해야 한다. 이게 기사들의 마음을 짓누르는 가장 갑갑한 환경이다.

그러니 택배 기사들에게는 경조사 챙기기나 여가 생활은 사치고, 심지어 가정생활도 거의 없다. 내 주변에도 연애나 결혼을 꿈꾸기 힘든 40대 안팎 동료들이 적지 않다. 교제 중인데도 데이트할 시간이 없는 이도 있고, 결혼한 동료들은 평범한 남편이나 아빠로 사는 생활을 단념한 지 오래다.

 

  1. 총알 배송, 당일 배송, 무료 배송 미명 아래 점점 나빠지는 근무 환경

언제부턴가 택배 회사들의 경쟁이 심해지면서 배달 일정 단축과 수수료 인하가 당연시되었고, 그 와중에 현장 기사들이 희생되었다. 물론 나도 주문자 입장으로 돌아가면 물품을 빨리 받아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기사들이 과도하게 희생된다는 걸 안다면, 그렇게 적은 수수료로 굳이 그렇게나 빨리 물건을 받아야 할 일은 아닌 것 같다. 물론 음식물이나 농산물처럼 배송 시간 엄수를 필요로 하는 물품도 있지만, 그런 경우엔 말하지 않아도 기사들이 우선 챙긴다. 하지만, 물건보다 사람이 우선이다.

 

  1. 택배 만능 시대와 환경 문제

요즘 같은 장기 침체의 시대에 택배 배송은 불황이 없는 유망 산업이다. 그만큼 수요가 많다는 것이다. 이곳에는 나 같은 50대는 찾아보기 힘들고, 30, 40대가 가장 많고, 20대들도 꽤 많다. 그러나 이 일로 돈을 벌면서도, 과연 이런 것까지 택배로 주문해야 할까 싶은 물건이 적지 않은 것 같다. 더구나 매년 계속되는 기후 재앙과 최근 유례없는 코로나 시대까지 맞으며, 생존을 위해서라도 환경을 생각하고 삶의 조건을 바꿔야 하는 이 시대에, 넘쳐나는 일회용 포장재들과 재처리도 불가능한 무수한 아이스박스들을 보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우리 기사들은 수입이 떨어져도 좋으니, 특히 신선도가 중요한 음식이나 쉽게 구할 수 있는 생필품들은 가까운 시장이나 상점을 더 이용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도 생긴다. 또, 소비 욕구를 자극하기 위해 반품 처리를 너무 쉽게 만들어, 쉽게 주문하고 다시 반품하는 과정이 너무 쉽게 진행되는 점은 개선이 필요하다.

 

  1. 수수료의 현실화

택배 기사들의 열악한 현실이 주목받고 최근 희생자도 잇따라 생겨나면서, 사회의 관심도 늘어나고 정치권과 정부의 대책도 발표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대책들을 보면 과연 우리 현장 기사들의 목소리를 수렴한 것인지 의문스러운 것들이 태반이고, 실제 시행되었는지 느끼기도 어렵다. 추석 전후에, 무료 노동 논란이 생긴 물품 분류 작업에 대체 인력을 투입한다는 발표가 있었지만, 우리 일터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다. 또, 최근에 기사들의 과로를 막기 위해 밤 10시 이후 배송을 금지한다고 정부가 발표하니, 우리 현장에서도 밤 10시 이후에는 배달 앱 사용이 막힌다. 이야말로 탁상공론의 전형이다! 택배 기사들이 늦은 밤까지 배송을 하는 것은 매일 소화할 물량이 많아서인데, 물량은 그대로인데 일찍 마치라면서 앱 사용을 제한하니, 현장 기사들은 같은 물량을 더 빨리 처리하기 위해 더 고된 강도로 노동을 하고도 당일 배송 성과가 다음날 전송되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택배 기사들의 열악한 노동 환경을 개선하고 과로사를 막으려면, 수수료를 올리는 것만이 답이다. 택배가 우리나라에 도입된 지 벌써 30년이 넘었지만, 배달 수수료만은 계속 떨어져 개당 700~800원 선이 되었다. 개별 수수료가 적으니 기사들은 무리인 줄 알면서도 과로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주변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개별 수수료를 조금만 더 현실화한다면, 총수입이 조금 떨어져도 더 적은 물량을 맡아 무리하지 않고 일하겠다고 한다. 그래야 택배 기사들도 ‘저녁이 있는 삶’ ‘가정이 있는 생활’이 가능하게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생활인인 동시에 한 사람의 신앙인으로서, 택배 현장에서 일하면서 느끼는 바는 정말 많다. 무엇보다 목사, 운동가로서 온갖 괜찮은 직함들을 달고 살았던 내가 ‘택배 아저씨’로 살아보니, 그동안 내가 행했던 수많은 설교, 강의, 기고문이 실제 현장에서 숨만 쉬며 살아가는 사람들과는 얼마나 동떨어진 것이었는지 돌아보며 부끄러움을 느끼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로 옆 동료 기사는 매일 아침 틈틈이 자기가 다니는 작은 교회 목사님의 설교를 들으며 고단함을 이겨낸다. 최근 아들이 큰 교통사고를 당한 다른 동료도, 자기 아내의 오랜 기도가 이럴 때 힘이 된다고 간증을 한다. 코로나 시대를 맞아 하나님은 천둥 벼락보다 더 큰 무엇을 탐욕과 이기심, 교만으로 얼룩진 세상과 그것을 닮은 교회를 향해 말씀하고 계신다. 이때에 그리스도인들이 그저 원론적이고 추상적인 담론에 머물기보다는, 예수님이 갈릴리 대중들에게 그렇게 하신 것처럼, 고단한 인생들의 삶의 현실과 하늘을 향한 그들의 절절한 마음속 갈망에 좀 더 마음을 기울이면 좋겠다.

 


1) 2015년에 목회를 하면서 7개월 동안 택배 기사로 일했고, 올해 5월부터 다시 반년째 택배 기사로 일하고 있다. 30년가량 목회자와 기독 운동가로 살아왔고, 이제 목회를 다시 준비하면서 뒤늦게 인생을 다시 배워보고자 하는 55세 남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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