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의 원인을 모르면 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실패의 원인을 알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또한, 실패할 만한 이유가 있으면 실패를 받아들이는 것이 억지로 병든 몸을 끌고 가는 것보다 나을 수도 있습니다. 필자는 현재 한국교회의 ‘욕먹는 기독교’로의 추락과 ‘욕하는 기독교’로의 몰락이, 기독교 진리의 후퇴나 쇠락이 아니라 오히려 기독교 진리의 전진이요 증명이라고 믿습니다. 교회와 기독교인을 포함하여 ‘인간은 모두 죄인’이라는 기독교의 진리가 한국교회의 추락을 통하여 역사 속에서 계시적으로 증명되고 있기 때문입니다.(본문 중)
이병주(기독법률가회 사무국장, 변호사)1)
욕먹는 기독교
최근 2017년부터 2019년까지 한국교회는 가장 큰 두 교단의 대표적인 두 교회가 일으킨 스캔들로 말미암아 ‘욕먹는 기독교’가 되었습니다. ‘명성 높던’ 교회의 부자 세습 사태와 ‘사랑 많던’ 교회의 불법 목회, 불법 건축 사건은, 기독교인들 안에서의 분노와 한탄을 넘어 사회 일반으로부터도 큰 걱정을 받는 부끄러운 상황을 낳았습니다. 특히, 1517년 종교개혁이 정확히 500주년이 되던 2017년에 때마침 벌어진 명성 높던 교회의 목사 부자 세습 사태에 대해, 해당 교단은 명백한 교단 헌법 위반임에도 이를 치리하지 못하는 혼란상을 보였습니다. 이것은 한국교회가 더 이상 ‘종교개혁의 주체’가 아니라 ‘종교개혁의 대상’이 되어버렸음을 웅변적으로 보여주었습니다.
욕하는 기독교
여기에 더하여 2019년 하반기에 갑자기 부각된 것이 전광훈 목사를 필두로 일어난 ‘욕하는 기독교’의 모습입니다. 2017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 사태 당시 나타났던 태극기와 십자가의 동맹이 다른 시기 다른 모습으로 확대된 전광훈 사태는, 교회의 일각이 정치적 보수 세력 및 극우적인 태극기 세력의 가장 강력한 동원 대상이 되어 온건한 보수 세력까지도 압도하는 모습으로 나타났습니다. 무력하게 ‘욕을 먹던’ 기독교가 강력하게 ‘욕을 하는’ 기독교로 변신한 것입니다. 정치적 극우와 정치적 보수가 뒤섞이고, 정치적 보수와 신앙적 보수가 혼합되고, 교회와 정치가 융합되자, 그동안 중도, 온건, 합리적 신앙인으로 존경받아온 많은 원로 목사님들이 전광훈 목사의 정치적 행각을 신앙적으로 지지하고 나섰습니다. 기독교의 변방에 있던 ‘욕하는 기독교’가 일거에 기독교의 중심으로 밀고 들어왔습니다. 각 교회와 구역의 신도들도 홍해가 갈라지듯 두 갈래로 쫙 갈라졌습니다. 심판받던 기독교가 심판하는 기독교로 자리를 바꾸어 앉으려는 시도는 이외에도 여러 방면에서 나타났습니다. 그러나 2020. 8. 15. 전광훈 목사의 태극기 집회가 가라앉던 코로나19 바이러스 재확산의 진앙이 되면서, ‘욕하는 기독교’를 따랐거나 지지했거나 묵인했던 한국교회는 다시 수치와 부끄러움을 떠안게 되었습니다.
씨름하는 기독교
그동안 ‘욕먹는 기독교’로 힘들어하던 한국교회 교인들은, 이제 ‘욕먹는 기독교’와 ‘욕하는 기독교’의 사이에 끼어 더욱 민망하고 고통스러운 처지가 되었습니다. 여기에 2020년 상반기에 닥쳐온 코로나19 사태는 교회의 활동을 크게 제약할 뿐만 아니라, 신자들의 신앙생활 자체도 흔들어 놓고 있습니다. 이제 ‘욕먹는 기독교’와 ‘욕하는 기독교’에 더하여 ‘코로나19 사태’까지 맞이한 기독교인들은, 당장 무너져 내릴 것만 같은 한국교회를 바라보면서 그저 눈물과 한숨만 쏟고 있어야 할까요? 아니면, 이 사태를 헤치고 한국교회와 기독교를 다시 세우는 새로운 길로 나가야 할까요?
필자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담아 최근에 『욕하는 기독교, 욕먹는 기독교』(대장간, 2020)라는 책을 냈습니다.2) 이 책의 핵심 메시지는 간단합니다. ‘포기하지 말자’, ‘할 수 있다’입니다. 실패의 원인을 모르면 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실패의 원인을 알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또한, 실패할 만한 이유가 있으면 실패를 받아들이는 것이 억지로 병든 몸을 끌고 가는 것보다 나을 수도 있습니다. 필자는 현재 한국교회의 ‘욕먹는 기독교’로의 추락과 ‘욕하는 기독교’로의 몰락이, 기독교 진리의 후퇴나 쇠락이 아니라 오히려 기독교 진리의 전진이요 증명이라고 믿습니다. 교회와 기독교인을 포함하여 ‘인간은 모두 죄인’이라는 기독교의 진리가 한국교회의 추락을 통하여 역사 속에서 계시적으로 증명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욕먹는 기독교’와 ‘욕하는 기독교’가 무너진 폐허 가운데에 ‘씨름하는 기독교’라는 새로운 길이 나 있습니다. 성이 무너졌으니, 이제 우리에게 편안하고 자랑스러운 기독교 신앙은 없어졌습니다. 하나님이 과거에 예루살렘 성을 무너뜨리시고 이스라엘 백성을 포로 생활의 광야 길로 내보내셨고, 이를 통해 하나님의 백성을 다시 세우신 것처럼, 우리도 이제 성문 밖으로 나가서 하나님의 광야 길을 찾아보자고 여러분에게 권유하고 도전합니다. 혼자서는 힘들어서 할 수 없는 일이겠지만, 여러 사람이 마음을 모으고 지혜와 힘을 합하면 얼마든지 가능한 일입니다. 여러분과 제가, 또렷한 정신과 지혜로 우리 한국교회의 병을 알고, 그 병을 고칠 처방을 찾아 치유함으로써, 다시 ‘당당하고 유쾌한’ 기독교 신앙을 향유할 수 있게 되기를 소원합니다. 그리고 그 일을 위해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용기와 자신감과 지혜를 주시기를 기도합니다.
1) 이병주 변호사는 서울영동교회 장로, 기독법률가회 사무국장으로 섬기고 있으며, 『욕하는 기독교, 욕먹는 기독교』(대장간, 2020.10.22)를 저술하였다.
2) 이 책의 1부에서는 ‘교회의 사회적 실패’와 ‘욕하는 기독교’와 전광훈 사태를 다루었고, 2부에서는 기독교가 ‘욕먹는 기독교’가 된 원인을 진단하고, 3부에서는 한국교회 회생의 처방으로서 ‘씨름하는 기독교’로 나가는 길을 모색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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