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전문의 김현수 선생님이 쓰신 『중2병의 비밀』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금기가 도덕성을 육성하지 않는다”, “금지가 과잉을 만들고, 이해가 조절을 낳는다.”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교육의 목표는 자아 존중감과 자기 통제력을 가진 주체로 양육하는 것입니다. 성적 행동을 함에 있어 어떻게 하면 주체적으로 생각하고 바른 결정을 하는 개인이 될 수 있을까, 어떻게 자녀를 그런 사람으로 양육할까, 저는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본문 중)
김경아, 『성을 알면 달라지는 것들』(IVP, 2020.11.5) 저자 인터뷰
인터뷰: 이종연(IVP 편집부)
편집: 노종문(<좋은나무> 편집주간)
서점에 나가보면 성에 관해 좋은 정보를 제공하는 많은 책이 나와 있다. 그러나 정작 그리스도인 부모로서 자녀와 성에 대해 건강한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은 찾기가 어려웠다. 그런데 이번에 나온 김경아 작가의 『성을 알면 달라지는 것들』은 바로 그 일에 안성맞춤인 책이었다. 책을 읽으면서 ‘아, 이런 문제는 이렇게 생각하고 이렇게 대화하면 되겠구나’ 감탄하며 배우는 순간이 많았다. 무엇보다도, 자녀와 성에 관해서 좋은 대화를 나누려면, 나 자신이 온전한 성숙을 추구해야 한다는 저자의 주장은 선한 부담감을 주면서도 깊이 공감이 되었다.
또한, 필자가 속한 기성세대는 청소년기에 성에 대해서 좋은 정보나 생각을 제대로 접해볼 기회가 없었다. 그래서 오늘날 사회적으로 민감한 이슈가 된 성희롱이나 성추행 문제, 디지털 성범죄에 대해서도 마땅한 만큼의 경각심을 가지지 못하는 것 같다. 우리의 언어와 문화 속에 뿌리 깊게 스며든 차별과 폭력의 요소들에 너무 오래 노출되어 양심이 둔감해졌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니 자녀 세대와 이런 문제들에 대해 어떻게 대화해야 할지는 더더욱 갈피조차 잡기 힘들다. 이 책에서 저자는 ‘젠더 감수성’ 주제와 ‘성차별, 혐오, 성폭력’ 등 핫한 이슈이면서도 기성세대가 쉽게 마음으로 익히기 어려운 주제들을 잘 설명해 주었다. 성경적으로 이런 문제를 다룰 때 필요한 기본 지식, 좋은 관점, 참고 자료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주어, 목회자와 교사들에게도 실용적인 참고도서가 될 것 같다. 아래에서는 이 책의 내용을 좀 더 소개하기 위해 저자와 함께 간단한 인터뷰를 진행해 보았다. (노종문)
이종연: 독자들을 위해 간단히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김경아: 글을 쓰고 말을 하는 일을 하는 김경아입니다. 현재는 ‘진로와소명연구소’ 성교육 팀장으로 주로 성교육을 맡고 있습니다. 제가 하는 성교육 내용을 토대로 지난달(2020.11.)에 『성을 알면 달라지는 것들』을 출간했습니다. 저는 두 아이를 낳고 막내를 입양한 후, 입양 교육 강사, 입양 가족 자조 모임의 지역 대표 등으로 활동했습니다. 입양과 관련해서 개인적 경험과 정보와 이슈 그리고 ‘가족 됨’의 의미를 담아 2018년에 『너라는 우주를 만나』(IVP)를 출간했어요. 그전에는 번역도 하고 수필을 쓰기도 했습니다. IVF에서 발행하는 잡지 편집인으로도 일했고요.
이: 작가님은 어떻게 성 이야기에 관심을 갖게 되셨나요? 또 성교육 강사로까지 활동하시게 된 계기는 무엇인지 들려주세요.
김: 매년 수천 명의 사람이 자기가 낳은 아이를 포기하고, 그만큼의 아이들이 자기를 낳은 부모와 이별해요. 그 슬픔이 마음에 와닿아 한 아이를 입양했고, 입양한 아이가 살아가기 좋은 사회를 만들고 싶어서 입양 교육을 하는 강사로 활동했습니다. 의미 있는 활동이었고 효과도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미혼모 시설에서 어린 엄마들을 만났어요. 이렇게 아이를 포기하고 친생부모와 헤어지는 아픔이 여전한 세상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깊이 고민하게 되었죠. 물론 ‘아이 키우기 좋은 사회’를 만드는 게 정답일 거예요. 그건 제 능력 밖의 일이니, 젊은 친구들과 ‘제대로 사랑하는 법’에 대해서라도 같이 고민하고 싶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즐겁고 건강하고 책임지는 성적 행동을 할 수 있을지 말이죠.
이: 책 제목 『성을 알면 달라지는 것들』에서 보여 주듯이, ‘성을 알면 무언가가 달라진다’는 전제로 이 책을 쓰신 것 같습니다. 독자들이 이 책을 읽고 가장 달라졌으면 하는 점, 가장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점이 무엇인지 말씀해주세요.
김: 살아 보니 배우자나 자식이라 해도, 내가 아닌 ‘남’인 그들을 바꾸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더라고요. 이 책을 읽고 독자들이 자기 자신을 제대로 사랑하게 되기를 바랍니다. 자신을 잘 이해하면 좋겠어요. 다른 사람이 요구하는 내가 아닌, 참으로 나다운 모습이 무엇인지 찾기를 바랍니다. 성과 관련해서 내가 어떻게 느끼는지, 나에게 좋은 것은 무엇인지, 어떻게 하면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는지 깊이 성찰해 보면 좋겠어요.
이: 그렇다면, 성을 알고 나서 작가님 본인에게 달라진 중요한 한 가지를 소개한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김: 책에서도 밝혔듯이, 성을 알고 나서 저 자신을 새롭게 인식하고 아픈 과거를 재해석하는 성과가 있었습니다. 과거에 저는 저를 함부로 다루는 사람들에게 “NO”라고 말하지 못했습니다. 저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게 왜 중요한지 잘 몰랐어요. 이제는 다른 사람이 잘못한 일에 대해 나를 책망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압니다. 내 실수는 무엇이고 잘못은 무엇인지 구별할 수 있어요. 몸에 대해 오해하고 있던 것을 바로잡으면서 진심으로 나를 아끼고 돌볼 수 있게 되었죠. 성을 제대로 알고 이해하게 되자 제 속사람은 부쩍 강건해졌습니다.
이: 책의 1장 제목이 ‘우리는 모두 성적(性的)인 존재다’인데, 여기서부터 어떤 독자들은 흠칫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성 이야기 자체가, 꺼내 놓고 나누기 힘든 이야기이기 때문에 그런 것일 수도 있고, ‘성’ 하면 으레 부정적인 무언가가 먼저 떠오르기 때문인 듯도 합니다. ‘성’에 대해 긍정적으로 바라보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요?
김: 아마도 ‘성적이다’라는 말을 섹스, 성관계와 연관시키기 때문이겠죠. 그러다 보니 성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는 게 민망하고 부끄러운 주제가 되었습니다. 게다가 기성세대는 지금의 10대, 20대와 비교하면 성에 대해 배울 기회가 없었습니다. 각자 알아서 음지에서 호기심을 해결하거나 아예 모르는 채로 결혼하고 아이까지 낳고 살았어요. 잘 모르니까 더 얘기할 수 없다고 생각하죠. 우리가 몸을 가진 존재이고 그 몸으로 사랑을 표현하며 산다는 사실은 부끄러워할 게 아니라 너무나 자연스러운 것인데 말이죠. 일상의 영역에서 소통과 신뢰가 바탕이 된 사람들과 더 많이 이야기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가정이라는 환경이 성에 관해 이야기 나누는 최적의 환경이 될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이: 자녀를 키우는 부모들의 관심은 아무래도 ‘어떻게 하면 우리 아이들에게 성교육을 잘할 수 있을까’일 것입니다. 작가님이 생각할 때, 자녀 성교육의 핵심은 무엇인가요? 어떻게 자녀 성교육을 시작해야 할까요? 자녀 성교육에 대한 작가님만의 팁이 있다면 함께 알려주세요.
김: 부모들의 자녀 성교육에 관한 관심, 굉장히 뜨거워요. “사교육을 시킬까요?”라는 질문도 받았어요. 역시 교육에 대한 뜨거운 관심! 성교육도 예외는 아니죠. 성교육은 사실 나를 아끼고 사랑하는 것을 강조하는 만큼 타인에 대한 배려를 가르치는, ‘인간됨’에 관한 이야기예요. 섹스에 대해서만 가르치는 게 아니고요. 성교육은 그런 게 아니라는 걸 알려 주려고 이 책을 썼어요. 저는 아이에게 성교육하기 전에 부모님들 스스로 자신의 성 의식을 돌아보면 좋겠어요. 성에 대해 내가 갖는 정서의 뿌리는 어디일지,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 생각해 보는 거죠. 자신의 성 의식이 아이를 대할 때 드러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성을 (특히 여자는) 많이 알아서는 안 되는 것으로 생각한다면, 아이가 성에 대해 호기심만 보여도 칠색 팔색을 하겠죠.
아이와 성에 관한 어떤 내용으로 이야기를 나누면 좋을까요? 성에 관한 대화거리는 우리 일상 곳곳에 숨어 있어요. 제가 책 뒤에 부록으로 동화책 목록을 넣었는데요. 동화책을 이용해서 몸과 마음과 관계에 관한 대화를 나눌 수 있어요. 또, 사춘기처럼 아이들이 몸의 변화를 경험할 때, 아니면 갱년기처럼 부모가 몸의 변화를 경험할 때, 그런 걸 소재로 대화할 수도 있겠죠. 아이가 이성 친구를 사귈 때도 좋은 기회고요. 부모님은 이런 대화를 나눌 좋은 교과서가 되어줄 수 있어요. 경험이 있으니까요. 이성을 사랑하고 섹스를 해서 아이를 낳은 경험. 아이들에겐 없는 경험이잖아요. 그 이야기를 하려면 부모님들, 여러분이 먼저 여러분의 경험을 자기 언어로 풀어내 보아야 합니다. 현재 배우자와 사이가 나쁘면 좋은 얘기가 나오지 않겠죠. 부모인 여러분의 결혼 생활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게 필요합니다. 그리고 아는 만큼 대답해 주려는 겸손한 태도가 중요하고요.
“자 앉아 봐라. 우리가 그간 대화가 없었는데 이제부터 성에 관해 이야기하자꾸나.” 절대 이런 식으로는 대화를 할 수 없어요. 아이들이 다 도망가겠죠. 다른 주제보다 성에 관한 대화는 충분한 소통과 신뢰가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성에 관한 대화는 ‘아이가 나와 대화를 자주 하는가’, ‘나와 대화 나누는 걸 좋아하는가’, 이게 핵심이라고 봐요. 주제가 성이든 학습이든, ‘어떻게 하면 아이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을까’ 하는 것이 어른들이 고민해야 할 지점입니다.
이: 교회 안의 성 담론, 성교육 내용이 대체로 금지, 금욕 혹은 ‘〇〇는 죄’와 같은 도식인 것이 참 안타깝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창조 질서가 남자와 여자가 만나 한 몸을 이루는 것, 결혼 관계 안에서 자녀를 낳고 가정을 이루는 것이라고 할 때, 그 이외의 것을 가르치는 것, 가령, 결혼하지 않은 이들에게 피임법을 가르치는 것이나, 젠더 고정 관념에 대한 다른 관점 등을 가르치는 것은 기존 교회의 제도나 교육과 충돌하는 지점이 생기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김: 특정 상황에서 특정 행동을 금지하고 금욕하는 건 필요합니다. 성과 관련한 죄도 분명히 있고요. 자신의 성적 욕구를 채우려고 상대방을 이용하는 것은 매우 나쁜 행동입니다. 남자와 여자가 만나 한 몸을 이루어 결혼 관계 안에서 자녀를 낳고 가정을 이루는 것은 옳고도 아름다운 일이죠. 저 역시 그렇게 살았고요. 교회에서 성교육을 해 보면, ‘〇〇는 죄인가?’라는 질문이 가장 많습니다. 기존 교회의 성교육 결과죠.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정신과 전문의 김현수 선생님이 쓰신 『중2병의 비밀』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금기가 도덕성을 육성하지 않는다”, “금지가 과잉을 만들고, 이해가 조절을 낳는다.”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교육의 목표는 자아 존중감과 자기 통제력을 가진 주체로 양육하는 것입니다. 성적 행동을 함에 있어 어떻게 하면 주체적으로 생각하고 바른 결정을 하는 개인이 될 수 있을까, 어떻게 자녀를 그런 사람으로 양육할까, 저는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청소년 성관계 경험이 늘고 있고, 준비하지 않고 계획하지 않은 채 성관계했다가 곤란한 상황에 부닥친 청(소)년들이 많습니다. 미혼의 청(소)년들에게 콘돔 사용법을 가르치는 것이 당장 성관계하라는 말은 아닙니다. 성관계는 분위기에 이끌려서 하는 게 아니라 준비하고 해야 한다는 것을 알려 주는 것입니다. 우리가 먼 미래를 위해 미리 배워 놓는 게 얼마나 많습니까. 미리 알아 두라고 하는 것과 행동으로 옮기라고 부추기는 것은 다른 것입니다. 콘돔은 최소한의 피임 장치일 뿐만 아니라, 성 매개 감염병으로부터 자기 몸을 지키는 수단입니다.
그간 교회 안에서는 성에 대한 본질주의적 입장, 즉, 남자는 ‘바깥일’을 하고 여자는 ‘집안일’을 하는, 전통적인 입장을 ‘성경적’이라 가르쳤어요. 전통적 성 역할을 강조한 결과 여성이 차별받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죠. 여성과 남성이 평등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성에 대한 감수성을 갖추는 것은 시대적 과제입니다. 들어가는 글에도 썼듯이, 저는 우리 자녀들이 ‘세계 시민’으로서의 교양과 그리스도인으로서의 ‘덕과 성품’을 겸비한 인물로 성장하기를 바랍니다.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 시민이 되는 길이며 그리스도인의 자세일지 고민해 보아야 합니다.
이: 우리 시대 청년들을 가리켜 3포 세대, 5포 세대라고들 합니다. 사회생활의 출발선부터 달라지는 이런 일을 ‘수저론’으로 설명하기도 합니다. 이전처럼 학교-직장-결혼-육아 이런 식으로 자연스럽게 흘러가기 힘든 사회 구조 안에서, 청년들은 연애는 물론이고 결혼을 사치라고 느끼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존재하는 성적 욕구들이 있을 테고요. 이에 대해 어떻게 바라보고 계신가요? 젊은 청년들의 혼전 스킨십(혹은 성관계)에 대해 어떤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줄 수 있을까요?
김: 어떤 청년이 자신들의 상태를 ‘결혼을 포기당하는 세대’라고 표현했어요. 너무 마음이 아파요. 비싼 등록금으로 인해 빚을 진 채로 졸업하는 청년도 많고 집값은 미친 듯이 치솟았어요. 연애하고 결혼하는 게 이렇게 어려운 시대가 되다니, 참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이런 시대에 청년들은 어떻게 사랑을 나누는 게 좋을까요?
성이라는 것은 복잡할 뿐만 아니라 모든 상황과 사람에게 적용할 수 있는 단순하고 명쾌한 해답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성관계를 ‘기분 전환을 위한 오락’으로 보느냐, ‘사랑의 완성’으로 보느냐, 두 극단 사이에 성관계에 대한 다양한 관점이 존재해요. 성관계는 우리의 몸과 마음에 흔적을 남깁니다. 그저 몸을 가지고 노는 게임이 아니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원 나이트 스탠드’를 아무렇지도 않게 여기는 풍조는 배척해야죠. 특히, 섹스 파트너를 여러 명 두는 일은 신체 건강 측면에서라도 절대 권할 만한 일이 못 됩니다. 성관계는 양날의 검과 같아요. 필요한 때에 적절하게 잘 다루면 서로의 인격을 벼리는 도구이지만, 준비 없이 다루었다가 몸과 마음이 다치기도 합니다.
저는 ‘벌거벗었으나 부끄럽지 않은 친밀한 관계’, ‘생명을 여호와의 기업이자 상급으로 기꺼이 맞이하고 책임지겠다는 의지’, 즉, ‘친밀감’과 ‘생명’이라는 성관계의 두 측면은 배타적으로 헌신된 관계 안에서라야 제대로 구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배타적으로 헌신된 관계’가 결혼이라고 생각하고요. 결혼을 안 한 커플이 성관계를 함으로써 얻는 이득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그것이 두 사람의 관계에 어떤 긍정적/부정적 변화를 가져올지 판단해 보면 좋겠어요. 결혼 전에 성관계를 갖는 것이 하나님이 선물로 주신 성을 제대로 누리는 길이 될 수 있을지 꼼꼼히 계산해 보세요. 하나님은 우리가 전인격적으로 행복하기를 바라시는 동시에, 이 세대를 본받지 말고 하나님의 뜻을 추구하기를 바라십니다.
이: 2장에서 성 소수자 관련해서, 5장에서 성차별 관련해서 두 번이나 우리 사회의 혐오 문제를 다루셨는데요. 성교육에서 혐오를 다루는 게 인상적이었습니다. 그 이야기를 해 주실까요?
김: 성 소수자 관련해서 책을 읽다가, 저 역시 그들이 존재하지 않기를 바라는, 백번 양보해서 존재하더라도 내 눈에 띄지 않기를 바라는 일종의 ‘혐오’를 하고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들이 존재를 드러내는 방식이 내 마음에 들지 않았고, 그들을 적극적으로 증오하지는 않았지만 싫어했어요. 그들이 낯설었고 어색했고 실제로 자주 보지 않았기에 나와는 일정한 거리를 두려고 했죠. 명백히 존재하는데도 보이지 않는 존재가 되기를 강요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차별이고 억압이라는 것을 알았어요. 혐오는 낯설게 여기는 데서 출발하는 거였어요. 그런 점에서 혐오는 제 예상보다 멀리 있지 않았습니다.
혐오의 대상은 성 소수자만이 아니었어요. 여성과 남성, 노인, 아이, 재산의 소유 여부, 인종 등으로 매우 다양합니다. 뼛속 깊이 죄인인 우리가 내가 살아 보지 않은 다른 사람의 인생에 공감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에요. 연습이 필요하죠. 배우고 익혀야 합니다. 애쓰지 않으면, 우리는 단순하게 편을 가르고 내 편이 아닌 다른 편 사람들에게 무자비해지기 쉽습니다. 자신의 윤리적 기준을 바꾸지 않고도 나와 같지 않은 사람들에게 이해심을 보이는 것이 예수님의 본을 따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마지막으로 그 외 <좋은나무> 독자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들려주세요.
김: 옳고도 자유롭게 사십시오. 그리하여 아름다운 향기를 내는 그리스도인으로 성장해 가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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