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노동자들은 근로 계약도 체결하지 않고, 시간적·공간적 제약을 받지 않으며, 월급이 아닌 배달 수수료를 받는다. 따라서 배달을 많이 할수록 배달 수수료가 많아져 수입이 많아진다. (중략) 그러나 수입이 일정치 않고, 많은 돈을 벌기 위해 더 많은 배달을 하기 때문에 몸에 무리가 가기 쉽다. 특히, 비 오는 날에는 사고 위험이 높아진다. 만약 사고가 나게 되면 일을 못 하기 때문에 수입은 0이 된다.(본문 중)
우상범(한양대 겸임교수, 경영학)
플랫폼은 기차를 타고 내리는 곳이다. 우리는 노란 선 밖에서 전철이나 기차가 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기차가 도착하면 승차하여 어디론가 떠난다. 플랫폼은 사람과 기차를 만나게 해 주는 장소이며 기차가 올 때까지 잠깐 기다릴 수도 있는 곳이다. 기차역을 떠오르게 하는 이 플랫폼이란 말이 최근 뉴스에서 자주 언급되고 있다. 사람과 기차를 연결해 주듯이,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해 주는 플랫폼이 우리 생활에서 빈번히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밤에 TV를 보다가 출출해지면, 우리는 휴대폰을 꺼내 음식 배달 앱을 열고 치킨이나 피자를 시킨다. 30분 정도 후에 ‘배달의 OO’이란 로고가 박힌 오토바이를 타고 아저씨가 와서 음식을 전해 주고 간다. 배달료 3,000원은 이미 지불했을 것이다. ‘예전에는 배달료가 따로 없었던 것 같은데 요즘은 왜 이렇지?’ 3,000원이 아깝다고 생각하며 음식을 먹는다. 배달 대행 서비스의 플랫폼 경제는, 제품을 만드는 사람(생산자)과 그 제품을 사는 사람(소비자)을 배달 대행업체(앱, 인터넷)가 연결해 주며, 배달 기사(플랫폼 노동자)가 그 제품을 전달하는 방식으로 돌아간다.
이렇게 플랫폼을 활용하는 사업이 많아지고 거기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증가하면서, 플랫폼 경제의 실체를 밝히려는 노력이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단체가 ILO(International Labour Organization: 국제노동기구)이다. 이 기구는 국제적인 노동 문제를 다루며 노동자들의 임금 및 노동 조건을 향상시키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ILO는 플랫폼 경제를 두 가지로 구분했다. 먼저, ‘지역 기반 플랫폼’은 수요자가 모바일 또는 인터넷(온라인)으로 예약이나 주문을 하고 지역(오프라인)에서 서비스가 제공되는 것이다. 우버, 에어비앤비, 배달의민족 등이 대표적이다. 한편, ‘웹 기반 플랫폼’은 지역(오프라인)에서 서비스가 이루어지지 않고 주문과 서비스가 모두 온라인에서 수행된다. 서비스는 특정 지역에만 국한되지도 않는데, 이런 예로서는 웹툰, 웹 소설 등이 있다. 이러한 플랫폼 경제는 온라인 플랫폼(앱), 고객(소비자), 중개자(플랫폼 노동자), 외부 생산자(공급자) 등으로 구성된다. 플랫폼 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소비자와 공급자를 연결해 주는 앱과 그 앱의 내용을 실현하는 노동자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약 22만 명, 미국에서는 161만 명 정도가 플랫폼 노동자로 일하고 있다.
앱을 통해 중개되는 제품을 배달하여 생계를 유지하는 것을 플랫폼 노동이라고 하고, 그런 방식으로 일하는 사람을 플랫폼 노동자라고 한다.2) 플랫폼 노동은 기업에 소속되어 근로 계약을 맺고 사무실에 출퇴근하는 방식으로 운영되지 않는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직장 생활과는 다른 형태의 노동이다. 예를 들면, 카페에서 책을 읽다가 앱을 통해 배달 요청이 오면, 식당에 가서 음식을 받아 소비자에게 배달한다. 플랫폼 노동자들은 근로 계약도 체결하지 않고, 시간적·공간적 제약을 받지 않으며, 월급이 아닌 배달 수수료를 받는다. 따라서 배달을 많이 할수록 배달 수수료가 많아져 수입이 많아진다. 자유롭게 원하는 때에만 일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그러나 수입이 일정치 않고, 많은 돈을 벌기 위해 더 많은 배달을 하기 때문에 몸에 무리가 가기 쉽다. 특히, 비 오는 날에는 사고 위험이 높아진다. 만약 사고가 나게 되면 일을 못 하기 때문에 수입은 0이 된다.
그러다 보니, 플랫폼 노동자들의 보호 문제가 발생한다. 일반적으로 노동자는 근로 계약을 체결하면 법적인 보호를 받을 수 있는데, 플랫폼 노동자는 근로 계약이 어렵고 자율성도 높아 일반 노동자와 다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플랫폼 경제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정규직보다는 비정규직 고용 형태를 가진다. 이런 점 때문에 일부 학자는 정규직보다 비정규직(계약직, 시간제, 임시직 등) 등을 활용하는 긱 노동자(gig worker)와 플랫폼 노동자를 동의어로 보기도 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22만 명에 가까운 플랫폼 노동자를 보호할 법적 장치가 없어 이들의 임금 및 노동 조건이 열악한 상황이다.
노동자를 보호하는 대표적인 사회 안전망은 사회 보험이다. 우리나라가 채택하고 있는 중요한 사회 보험은 4대 보험, 즉 산재보험, 고용보험, 국민연금, 건강보험이다. 산재보험은 일하다가 다쳤을 때 국가가 치료해 주는 보험이고, 고용보험은 실직을 당했을 때 최저 생계비 등을 지급하고 다른 직장을 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보험이며, 국민연금은 은퇴 이후 기본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는 보험이고, 건강보험은 질병 등의 치료비를 국가가 지원하는 보험이다. 산재보험은 기업이 전액 부담하지만, 고용보험, 국민연금, 건강보험은 기업과 노동자가 절반씩 부담한다. 법에 따라 기업은 근로 계약을 맺고 일하는 노동자를 위해 4대 보험을 부담하는 것이다.
그런데,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플랫폼 노동자들은 근로 계약을 체결할 기업이 없고, 따라서 4대 보험의 보험료를 내줄 기업이 없어 사회 보험 가입률이 낮다. 예를 들면, 음식 배달 노동자는 음식을 주문한 소비자, 음식을 만드는 식당, 소비자와 식당을 연결해 주는 배달의 민족 앱 중 누구와 근로 계약을 체결할지가 불분명하고 애매하다. 이러다 보니, 플랫폼 노동자들은 스스로 4대 보험에 가입하고 자기 돈으로 보험료 전액을 부담해야 한다. 그런데 대표적인 플랫폼 노동자인 음식 배달 대행, 대리운전, 퀵서비스 노동자들의 한 달 순수익은 플랫폼 앱 사용료, 이동비, 보험료 등을 제외하면 200만 원 정도에 불과하다.3) 그 돈으로는 먹고살기도 힘든데 4대 보험을 생각하기가 어렵다. 실태 조사에 따르면 위의 3개 플랫폼 노동자들의 사회 보험 가입률은, 고용보험 19.1%, 국민연금은 35.8%, 건강보험은 49%로 매우 낮다.4)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가가 적극적으로 플랫폼 노동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독일 연방 법원은 최초로, 스마트폰 앱을 통해 일감을 잡고 일하여 보수를 받는 플랫폼 노동자를 노동자로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또한, 독일 정부는 ‘플랫폼 경제에서 공정한 노동’이란 정책을 통해, 플랫폼 경제에서 활동하는 1인 자영업자에게 노동법과 사회보장법상 보호를 확대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런 세계적 흐름을 따라 우리나라도 플랫폼 노동자 보호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는 플랫폼 노동에 대한 고용보험 및 산재보험 가입 의무화를 추진하고 있다. 또한, 고용노동부는 ‘사람 중심의 플랫폼 노동’을 표방하며, 플랫폼 노동자의 권익 보호와 사회안전망 구축을 위한 별도의 법을 만들기로 결정했다.
플랫폼 경제는 벌써 우리 생활의 중요한 부분이 되어 있다. 플랫폼 노동자의 수고 덕택에 우리는 많은 편의를 누리고 있다. 특히, 올해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집에서 생필품이나 먹거리를 배달시키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리고 우리의 가족, 친지, 친구 중 누군가는 플랫폼 경제와 관련된 일을 하고 있을 것이다. 플랫폼 경제가 우리의 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만큼, 플랫폼 노동자의 문제가 바로 나의 문제가 될 수도 있음을 기억하고 관심을 가져야 한다. 아직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 플랫폼 경제와 노동은 발전의 초기 단계에 있다. 그러므로 첫 단추를 잘 꿰어야 할 때이다. 지금은 플랫폼 노동자의 보호와 처우 개선을 제도화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시기임이 확실하다.
1) ILO(2018), Digital labour platforms and the future of work: Towards decent work in the online world, ILO. 이정희 외(2020), 『2020년 노사관계 실태분석 및 평가』, 고용노동부,
2) 최근에는 플랫폼 노동을 긱노동(Gig work), 크라우드 소싱(Crowd sourcing), 디지털 노동(Digital labor) 등과 같은 뜻으로 사용한다. 이 글에서는 우리 생활에 가장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지역 기반 플랫폼’의 배달 대행 노동자의 경우를 중심으로 설명하려고 한다.
3) 구체적으로 통계를 살펴보면, 음식 배달 대행은 229만 5,000원, 대리운전은 181만 5,000원, 퀵서비스는 187만 4,000원 등으로 월 최저 임금 정도이다.
4) 이정희 외(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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