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긴급 승인되었거나 승인을 기다리는 코로나바이러스 백신들은 기존의 백신과는 전혀 다른 방식의 백신이다. 이미 긴급 승인을 받은 화이자와 모더나의 백신은, 지금까지는 인간에 대한 사용이 허용되지 않아 백신으로는 사용되지 않았던, 인공적으로 만든 mRNA 유전자를 인체에 직접 주입하는 방식이다. 코로나바이러스를 둘러싼 껍질의 스파이크 단백질을 합성하는 유전 정보대로 배열한 유전물질(mRNA)을 우리 몸에 직접 주입하여, 우리 몸의 세포가 그 정보대로 코로나바이러스의 껍질 단백질을 만들게 하는 것이다. 그러면 우리 몸의 면역계는 이를 외부 침입자인 코로나바이러스로 알고 공격하며 항체를 만들게 된다. 이것은 바이러스를 이루는 단백질 조각을 우리 몸에 넣는 독감 바이러스와도 전혀 다른 방식의 백신이다.(본문 중)

성영은(서울대학교 화학생물공학부 교수)

 

올 2월부터 우리의 일상을 멈추게 한 코로나바이러스가 1년이 다 되어 가는데도 그 기세를 누그러뜨리지 않고 있다. 그런데 연말에 접어들면서 드디어 바이러스와의 전쟁을 끝낼지도 모른다는 희망 섞인 뉴스들이 나오고 있다. 바로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이 개발되었다는 소식이다. 내년 말이나 되어야 나올 것이라던 백신이 긴급 사용 승인을 받았고, 미국을 필두로 접종이 시작되었다. 백신 접종으로 코로나바이러스의 공격을 무력화하면, 더 이상 이 바이러스는 인류에게 위협이 되지 못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 놀라운 일을 생명공학(바이오)이라는 과학기술이 해냈다. 이 백신 개발 속에는 그동안 인류가 축적한 생명에 대한 모든 과학과 기술이 총 집약되어 있다. 그래서 이미 과학계에서는 올해 최고의 과학 뉴스로 이 백신 개발을 들고 있다. 언론도 이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에 대해 연일 뉴스를 쏟아내고 있다. 이 과정에서, 기술과 막대한 돈이 있어 이런 백신을 개발하고 쉽게 구입하고 접종할 수 있는 나라들과 그렇지 못한 나라들 사이의 기술적 경제적 빈부격차도 더 극명해지는 것 같다. 우리나라도 연일 이 코로나바이러스 백신 소식으로 시끄럽다. 이럴 때일수록 신자들은 먼저 그의 나라와 의를 구하라는 주님의 말씀을 생각하며, 좀 더 차분히 상황을 바라보면 좋겠다.

 

 

바이러스는 유전정보를 가진 DNA나 RNA라는 유전 물질(유전자)을 단백질이 둘러싸고 있는 작은 입자이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유전 정보를 가진 RNA(리보핵산)라는 유전 물질을 왕관 모양의 스파이크 단백질이 둘러싸고 있다. 유전 물질 중 두 가닥 실로 꼬여 있어 안정한 DNA와 달리, 코로나바이러스의 중심인 한 가닥의 RNA는 불안정하여 복제될 때 변이나 변종을 만들기 쉽다. 그래서 코로나바이러스도 수많은 변이와 더 나아가 여러 변종이 생길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영국에서 전파력이 훨씬 강한 코로나바이러스가 생겼다는 것도 코로나바이러스의 그런 특성 때문이다. 독감 바이러스가 그 변종이 워낙 많아 매년 우리가 새로운 독감 백신을 맞아야 하는 것과 유사하다.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백신 개발이 어려운 것은 이렇게 불안정한 RNA 유전물질을 가지고 있어서이다. 백신은, 약하게 만든 바이러스나 죽은 바이러스 혹은 그 조각(단백질)을 우리 몸에 주입하여 우리 면역계로 미리 약한 싸움을 싸우게 하여, 바이러스와의 진짜 싸움에 대비한 준비를 하게 하는 예방약이다. 백신과 싸움으로써, 그 싸움을 기억하는 기억세포와 항체(바이러스가 우리 세포 속으로 들어가지 못하도록 막는 단백질)를 만드는 것이다. 백신의 효능은 우리 몸이 항체를 만들어 내게 하느냐 그렇지 못하느냐에 달려 있다.

그런데 이번에 긴급 승인되었거나 승인을 기다리는 코로나바이러스 백신들은 기존의 백신과는 전혀 다른 방식의 백신이다. 이미 긴급 승인을 받은 화이자와 모더나의 백신은, 지금까지는 인간에 대한 사용이 허용되지 않아 백신으로는 사용되지 않았던, 인공적으로 만든 mRNA(messenger-RNA, 전령 RNA) 유전자를 인체에 직접 주입하는 방식이다. 코로나바이러스를 둘러싼 껍질의 스파이크 단백질을 합성하는 유전 정보대로 배열한 유전물질(mRNA)을 우리 몸에 직접 주입하여, 우리 몸의 세포가 그 정보대로 코로나바이러스의 껍질 단백질을 만들게 하는 것이다. 그러면 우리 몸의 면역계는 이를 외부 침입자인 코로나바이러스로 알고 공격하며 항체를 만들게 된다. 이것은 바이러스를 이루는 단백질 조각을 우리 몸에 넣는 독감 바이러스와도 전혀 다른 방식의 백신이다.

물론, 이런 RNA 유전자를 백신으로 직접 사용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가 나온 지는 이미 수십 년이 되었고 그사이에 엄청난 연구가 진행되었지만, 실제 우리 몸에 투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평소 같으면 오랜 시간 동안 철저한 임상 실험을 하여 방대한 자료로 안전성 검증을 한 다음에 사용 승인을 했겠지만, 이번에는 미국을 중심으로 일부 국가들이 팬데믹 상황이라는 이유로 긴급 승인을 해 준 것이다. 제약 회사들로서는 코로나바이러스 덕분에 뜻밖의 기회를 얻은 셈이다. 이런 새로운 방식의 백신을, 실제 인간의 몸에, 그것도 전 인류를 대상으로 투여해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번에 승인받은 두 회사 중 화이자(Pfizer)는 국제적인 대형 제약 회사로 잘 알려져 있지만, 모더나는 미국 MIT와 하버드 대학이 있는 매사추세츠의 대학 도시 케임브리지에서 2010년 설립된 바이오 업체로서, 아직 상품을 내놓거나 양산한 경험이 없는 연구 개발 업체이다. 이 두 회사의 mRNA 백신은, 위에서 말한 대로 RNA 자체가 불안정한 분자로서 유전 정보의 변형이 쉬워 영하 70도나 영하 20도의 저온에서 운반하고 보관해야 한다.

그리고 아스트라제네카나 얀센(혹은, 존슨 앤드 존슨) 백신도 긴급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영국의 케임브리지에 있는 아스트라제네카는 영국-스웨덴 국제 회사로 옥스퍼드 대학과 공동으로 이 백신을 개발했고, 존슨 앤드 존슨은 벨기에 자회사인 얀센을 통해 백신을 개발했다. 이 회사들의 백신은 mRNA 대신 코로나바이러스의 유전정보를 가진 DNA 유전자를, 이미 잘 알려진 바이러스 벡터(바이러스 운반체)를 통해 우리 몸에 주입하는 백신이다. 즉, 감기 기능을 상실한 아데노바이러스에 이 DNA를 넣어 우리 몸의 세포 속으로 전달하도록 만든 백신이다. 즉, 코로나바이러스와 유사한, 코로나바이러스의 DNA를 가진 아데노바이러스를 투여하는 방식이다. 이 백신이 우리 몸에 주입되면, 주입된 DNA가 코로나바이러스 단백질을 만들고, 이 단백질이 면역계를 작동시켜 기억 세포와 항체를 만들게 한다. 불안정한 RNA 대신 안정한 DNA를 사용하기에 상온에서 보관이 가능하며, 기존에 알려진 바이러스를 운반체로 사용한다는 점에서 화이자나 모더나 백신보다는 다소 전통적 방식 같지만, 이 방식 역시 유전 물질을 인체에 직접 넣는다는 점은 마찬가지다. 물론, 이들 회사 외에도 새로운 방식이나 전통적 방식으로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개발하는 전 세계의 무수한 회사들이 있다.

이번에 개발된 이 새로운 방식의 백신이 별다른 부작용이나 후유증 없이 그 효과를 발휘하면, 향후 유전 물질을 직접 투여하는 암 백신이나 수많은 약제들이 시장에 쏟아져 나올 것이다. 그야말로 유전자를 이용한 생명공학 산업이 본격화되는 것이다. 코로나바이러스를 이기려는 노력 속에서 유전자를 이용하는 생명공학 기술이 또 한걸음 성큼 우리 가까이 다가왔다. 이런 기술의 초기 단계인 유전자변형식품(GMO)에 대한 논란이 있었던 시절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이다. 이제 유전자를 마음대로 다루고, 또 인체에 직접 넣는 시대가 온 것이다. 지금의 생명공학 기술은 초기에 유전자를 다루던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정교하게 발전했다. 그렇지만 여전히 유전 물질을 인체에 직접 주입했을 때 어떤 일이 생길지는 그 누구도 예측하기 어렵다는 신중한 시각도 있다.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에 대한 각종 우려와 검증되지 않은 유사 과학이나 가짜뉴스들 역시 이런 방식의 백신에 대한 의구심을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신자로서 우리는 이 정도 상황에서 백신이 개발된 것을 하나님께 감사드리고, 생명공학도 하나님의 선물임을 알고 선하게 사용하는 것이 마땅하지만 동시에 이런 우려와 염려들에 대해 충분히 경각심을 가지는 일은 필요하다.

코로나바이러스의 유전자 정보를 밝혀 그 유전 정보를 가진 유전자를 인공적으로 만들어 우리 몸 안에 넣으면, 그 바이러스 단백질을 우리 몸이 그대로 복제한다. 이는 생각할수록 신기한 현상이다. 마치 어떤 파일을 컴퓨터로 작성하여 USB에 보관하였다가 다른 컴퓨터에 연결하면 똑같이 작동하는 것과 비슷하다. 유전 정보만 있으면 어떤 생명체에서든지 그 정보대로 생명 현상을 일으킬 수 있다는 뜻이다. 인간이 생명의 신비에 점점 더 가까이 다가가고 있는 것이다. 이번에 코로나 백신이 성공하면, 유전자를 이용한 기술과 상품들이 쏟아져 나올 것이다. 코로나바이러스 백신 개발로 생명공학 기술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는 누구도 모른다. 그러나 인간이 생명의 핵심인 유전 정보를 마음대로 다루며 생명을 지배하는 시대로 갈 것은 분명해 보인다. 반도체를 이용한 2진법 디지털 정보가 온 세상을 바꾸었는데, 이제 DNA나 RNA를 이용한 4진법 유전 정보가 그다음 세상으로 우리를 또 이끌고 가려 한다. 코로나바이러스가 단시간에 비대면 세상을 만들더니, 또 단시간에 생명공학 시대를 만들려 하고 있다. 우리는 코로나바이러스 백신 개발을 보면서, 우리 앞에 현실로 다가오는 이런 미래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며 그에 대비해 나가야 한다. 생명공학의 엄청난 발전과 생명공학(바이오) 산업의 급속한 성장은, 우리 신앙에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엄청난 도전을 던지게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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