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의 본질에 대해서 다시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교회당에 모이지 못하게 되면서, 우리는 ‘교회는 건물이 아니다’라는 말이 현실화되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주일학교에 전적으로 맡겨 두었던 자녀의 신앙 교육에 다시 부모들이 관심을 갖고 함께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중략) 해외와 국내로 향하던 선교의 발걸음이 모두 중단되면서, 성도가 보냄받은 선교의 현장이 다름 아닌 매일 발을 딛고 서 있는 가정, 캠퍼스, 직장이라는 사실에 다시금 눈뜨게 되었습니다. 물론 이것들은 교회에서 늘 강조되어 오던 가치였지만, 온몸으로 어려운 시간을 겪어 내면서, 우리는 이것들을 몸에 새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본문 중)

송태근(삼일교회 담임목사, 기윤실 이사)

 

올 한 해 우리 모두가 참 힘겨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우리 국민 전체, 아니 전 세계인 모두가 이렇게 공통의 어려움을 겪은 적이 또 있었나 싶을 정도로 2020년은 인류 전체에게 냉혹한 시간이었습니다. 많은 이들이 사랑하는 가족을 잃었고, 전염병의 고통과 두려움 속에서 신음해야 했습니다. 이 여파로 경제적 어려움도 찾아왔습니다. 사람들 사이의 경계심과 적대감이 높아지고, 전 세계 곳곳에서 대립과 분열이 일어났습니다. 모두가 아파하고 모두가 힘들어 했던 2020년이었습니다.

오랜 기간 목회를 해 온 저에게도 올해는 참 당혹스러운 시간이었습니다. 1월에는 교회의 해외 선교 일정을 모두 취소했습니다. 이때만 해도 지금과 같은 어려움은 상상도 못하고, 단지 조심해야겠다는 생각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곧이어, 대구 경북지역의 상황이 심각해져 2월 23일부터는 예방적 차원에서 급히 예배를 비대면 예배로 전환하는 결정을 해야 했습니다. 그야말로 초유의 일이었기에,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다 토요일 밤에 급히 당회를 소집하고 성도들에게 비상 연락을 돌렸던 긴박했던 순간들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그때부터 두 달 가까운 시간을 텅 빈 예배당에서 카메라만 바라보고 설교해야 했습니다. 교회의 기본적인 모임과 심방도 비대면 온라인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했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 전파가 매우 심각한 상황일 때는, 심지어 장례 집례도 불가능하여 온라인으로 장례 예배를 드려야 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어려운 상황에서 비대면으로나마 함께할 수 있음은 감사한 일이었지만, 그것이 대면할 때 느낄 수 있는 온기와 정서까지 채워주지는 못했습니다.

한편, 몇몇 교회에서 발생한 집단 감염으로 인해 한국교회는 연일 언론과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려야 했습니다. SNS와 인터넷 댓글에는 한국교회를 비난하고 모욕하는 글들이 가득했습니다. 성도들 또한 예배에 출석했다는 이유로 직장과 사업장에서 직간접적으로 많은 압박을 받아야 했습니다. 반면 교회를 향한 다소 무리하고 기계적인 방역 정책의 시행도 교회에게 많은 상처를 주었습니다. 정말 어느 것 하나도 교회가 감당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2020년이 잃어버린 시간만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우리가 일상의 그늘 속에서 잊고 있었던 소중한 것들을 되찾을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하나님께서 일상 속에 감추어 놓으신 보물을 발견할 수 있는 눈을 뜨게 된 것입니다. 일상이 뒤죽박죽이 되었을 때야, 역설적으로 우리는 그 어느 것 하나 당연한 것이란 없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처음 비대면 예배를 결정했을 때는, 그 시간이 그렇게 오랜 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었습니다. 그러나 한 주가 두 주가 되고, 한 달이 두 달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부분적으로나마 재개되었던 첫 대면 예배의 감격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그제야 우리가 너무 당연하게 드려왔던 예배가 당연한 것이 아니었음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성도가 함께 모여서 자유롭게 하나님을 찬양하고 예배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우리는 다시금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습니다.

또한, 우리는 교회의 본질에 대해서 다시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교회당에 모이지 못하게 되면서, 우리는 ‘교회는 건물이 아니다’라는 말이 현실화되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주일학교에 전적으로 맡겨 두었던 자녀의 신앙 교육에 다시 부모들이 관심을 갖고 함께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이와 더불어 여러 교회에서 가정 예배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성도들을 독려하기 시작했습니다. 해외와 국내로 향하던 선교의 발걸음이 모두 중단되면서, 성도가 보냄받은 선교의 현장이 다름 아닌 매일 발을 딛고 서 있는 가정, 캠퍼스, 직장이라는 사실에 다시금 눈뜨게 되었습니다. 물론 이것들은 교회에서 늘 강조되어 오던 가치였지만, 온몸으로 어려운 시간을 겪어 내면서, 우리는 이것들을 몸에 새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우리는 진정하고 영원한 가치, 곧 하나님에 대한 소망을 되찾게 되었습니다. 하나님은 만물의 창조주이시며, 우리는 연약한 피조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유한한 세상 속에서 우리가 바라보아야 할 분이 영원하신 하나님밖에 없음을 다시 확인하였습니다. 잠시 세상의 좋은 것들에 한눈 팔렸던 우리의 시선을 다시금 하나님 나라로 되돌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교회와 성도는, 우연이란 없으며 모든 일이 하나님의 주권 안에서 그 선하신 뜻에 따라 일어남을 믿고 고백합니다. 우리에게 무의미한 시간은 없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어두웠던 2020년을 뒤로하고, 2021년을 희망으로 맞이할 수 있습니다. 물론, 우리는 내년에도 상당한 기간 동안 지금과 같은 답답한 생활을 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우리가 2020년의 긴 터널을 지나오면서 다시 발견하고 몸에 새긴 소중한 가치들은, 우리가 2021년을 넉넉히 감당할 힘이 될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소망 없이 신음하는 세상 속에서 교회와 성도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질 것입니다. 영원하고 온전한 가치를 붙들고 있는 그리스도의 교회는, 어두운 세상의 빛과 소금이라는 정체성을 다시 회복하게 될 것입니다. 성도들은 삶의 현장에서 그리스도를 증거하며 이웃을 섬기게 될 것입니다. 고난의 시간을 통해 그분의 교회를 정결하게 하신 주님께서 우리를 사용하실 것을 기대하며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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