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는 그리스도인 [성명]
더 이상 나중은 없습니다!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은 즉각 제대로 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제정하십시오!
1. 지금 국회의사당 앞에서는 28일째 목숨을 건 단식 농성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故 김용균 씨의 어머니 김미숙 이사장(김용균재단)과 故 이한빛 PD 아버지 이용관 이사장(한빛미디어인권센터), 민이상진 부위원장은 이 엄동설한에 ‘제대로 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촉구’를 요구하며 국회의사당 앞에서 28일째 목숨을 건 단식 농성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지난 6월에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발의한 정의당 강은미 원내대표는 단식 농성 23일 만에 건강 악화로 병원으로 이송되며 단식을 중단할 수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왜 이들은 너무나도 괴로운 ‘단식 농성’이란 절박한 수단에 몸과 생명을 맡긴 채, ‘제대로 된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요구하는 것일까요? 그것은 제대로 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있어야만, 이 땅의 수많은 노동자와 가난한 이들이 ‘안전하고 평등한 일터’에서 별일 없이 일하다가 집으로 돌아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를 위해 그런 안전장치 역할을 하는 법이 없어, 어처구니없고 억울한 죽음으로 가족과 동료를 잃은 피해자 유가족과 노동자, 누구의 곁에서 정치를 해야 하는지 질문하는 정치인이 곡기를 끊었습니다.
그리고 이들의 간절함이 담긴 단식은 성서가 제시한 “부당한 결박을 풀어 주는 것, 멍에의 줄을 끌러 주는 것, 압제받는 사람을 놓아 주는 것, 모든 멍에를 꺾어 버리는 것”이기에, 이 자리에 모인 그리스도인들은 신앙의 양심에 따라 적극 연대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 가운데 ‘노동의 가치란 귀한 밥 한 끼이며 생명과 존엄의 문제’라는 것을 명확히 하기 위하여, 가족을잃은 슬픔을 넘어 목숨을 걸고 농성 중인 분들에게 맘 깊이 고개를 숙입니다.
2. 기업하기 좋은 나라는 정당하고 투명한 기업 운영과 사회적 책임 위에서 이뤄져야 합니다.
그런데 이처럼 엄중한 상황 앞에서도 몇 번이나 법 제정 의지와 약속을 번복하고 미뤄 온 정부여당은 ‘대기업을 비롯한 사용자의 입장’에 치우친 법 제정 논의를 진행하려고 합니다. 우리는 이 자리에서 분명히 말합니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라는 허울만 좋은 이야기는 지금처럼반복되는 ‘노동자의 끝없는 희생’ 위에서 논의되어서는 안 됩니다. 당연히 ‘정당하고 투명한 기업 운영과 제대로 된 사회적 책임’ 위에서 이뤄져야 마땅합니다.
또한 ‘인권과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문재인 대통령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말이 ‘거짓말’이 되지 않으려면, 174석의 거대 여당인 민주당은 더 늦지 않게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비롯한 ‘전태일 3법’ 제정에 적극 앞장서야 합니다. 그런데 법 제정을 위한 논의과정에서 이와 반대로 정부여당의 ‘다양한 물타기 시도’가 들려오니 참담할 뿐입니다. 그러므로 정부 여당에 요구합니다. ‘경영책임자의 의무 규정, 인과관계 추정 조항, 징벌적 손해배상, 50인 이하 사업장 적용’ 등에 대한 어떤 무력화도 허용되어서는 안 됩니다. 이는 사업주에게만 책임을 묻는 법이 아니라, 오랫동안 묵인되어 온 ‘한국 사회의 구조적 책임’을 드러내는 법이기 때문입니다. 나아가 이처럼 반복되는 ‘산재를 관리할 독립적 기구 구성’까지 이뤄져야만 중재대해기업처벌법은 완성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경영책임자의 경영상 판단’이란 이유로 숱한 노동자의 죽음을 회피해 온 관리 책임자들에게더 이상 면죄부를 주어서는 안 됩니다. ‘진짜 사장과 사용자’가 책임을 져야만, 이 죽음의 쳇바퀴를 멈출 수 있습니다. ‘인과관계 추정’ 또한 반복적이고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는 사업주와 책임자들에게 해당합니다. 모든 산업재해에 대한 요구가 아닙니다. 무거운 ‘징벌적 손해배상’ 은 이 법이 실질적으로 작동할 수 있게 하는 힘입니다. 무엇보다 대부분의 사고가 ‘50인 이하 사업장’에서 일어나는데, 이를 장기간 예외로 하겠다는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의 무력화 시도는 생각도 하지 마십시오.
3. 더 늦지 않아야 합니다.
우리는 바로 지금, 제대로 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요구합니다! 정부 여당은 지난 12월 9일,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는 한 신문사 데스크 칼럼의 제목을 기억하기 바랍니다. “‘먼저’라는 사람이 ‘먼지’처럼 사라진다.” 현 문재인 정부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촛불 정부’란 이름을 자처하며 행정부도 차지했고, 개혁할 힘이 모자란다는 여러 번의 읍소로 170석 이상을 차지하며 입법부도 손에 쥐었습니다. 그런데 대체 언제까지 ‘적폐’ 때문에 안 된다는 핑계를 대며, ‘사회적 합의를 거쳐 나중에’ 하겠다는 수사 뒤에 숨을 겁니까? 인권과 노동 존중이라는 원칙 아래, 그 ‘사회적 합의’를 책임지고 이끌어 가야할 정부여당의 책무를 언제까지 모른 척할 겁니까?
그러므로 ‘노동과 인권이 존중받는 안전하고 평등한 사회’를 위해 일하는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분명히 요구합니다. 생색내기용 물타기 법이 아닌, 사람을 살리는 제대로 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속히 제정하십시오. 이미 많이 늦었지만, 여당이 약속한 임시국회 회기를 넘겨서는 안 됩니다. 그 과정에서 어떤 무력화도 허용되어서는 안 됩니다. 그것만이 부당한 결박을 풀어 끝없는 노동자의 희생을 멈추고, 왜곡된 자본주의의 억압에서 가난한 이들을 놓아주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기뻐하는 금식은, 부당한 결박을 풀어 주는 것, 멍에의 줄을 끌러 주는 것, 압제받는 사람을 놓아 주는 것, 모든 멍에를 꺾어 버리는 것, 바로 이런 것들이 아니냐?” (이사야 58:6, 새번역)
2021년 1월 7일
‘노동과 인권이 존중받는 안전하고 평등한 사회’를 위해 일하는 그리스도인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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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개 교회/기관/단체 연명 (1월 6일 오전 11시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