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 대해 경영계는, ‘법 조항이 추상적이고 포괄적이며 모호하기 때문에 대비하기 어렵고, 처벌 조항으로 인해 기업 경영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비판한다. 노동계는 기업들이 법망을 피하고자 서류상 사업장을 5인 미만으로 쪼개기 할 수 있고, 대기업의 경우 안전 책임자를 별도로 임명하여 기업 최고경영자(CEO)가 책임을 회피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본문 중)

우상범(한양대 겸임교수, 경영학)

 

2016년 5월,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19살 청년이 혼자서 지하철 구의역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다가 전철과 스크린도어 사이에 끼여 사망했다. 2년 뒤, 2018년 12월에는 24살 김용균 청년이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석탄 컨베이어 벨트에 끼여 가족 곁을 떠났다. 이들의 업무는 위험한 업무이기 때문에 두 명이 함께 작업해야 했지만, 비용 절감 때문에 혼자 하면서 변을 당했다.

 

이처럼 산업재해는 노동자가 일하다가 발생한 정신적 및 신체적 피해를 말하며, 다치거나(사고재해) 죽는(사고사망) 경우가 있다. 2019년 발생한 산업재해 피해자 수는 109,242명이고 이중 사고재해자는 94,047명, 사고사망자는 855명이었다. 특히 사고사망자의 경우, 2010년 이래 조금씩 감소하고 있지만 여전히 1,000명 정도의 노동자가 매년 일하다가 죽는다. 하루에 3명꼴이다. 이런 수치는 독일의 4배, 미국의 1.5배이고 선진국들로 구성된 OECD 국가 중에서도 최상위권에 속한다.

 

 

<그림1>우리나라 산업재해 발생 현황 (자료: 고용노동부)

 

 

2019년 사망사고자 855명을 업종별로 살펴보면, 사망 사고는 건설업, 제조업, 서비스업에서 90% 이상이 발생했으며, 이중 절반가량인 428명이 건설업 종사자였다. 기업 규모별로는 5인 미만 사업장에서 293명(34.3%), 5-49인 사업장에서 364명(42.6%) 등 대부분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에서 발생했다.

 

 

<그림2>업종별 및 기업 규모별 사고사망자 수 (자료: 고용노동부)

 

 

정부는 산업재해 감소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예를 들면, 법적으로 산재 예방 5개년 계획을 수립하여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매년 산업재해로 1,000명 가까운 노동자가 생명을 잃고 있어서 정부 정책이 다소 미흡해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2018년 발생한 김용균 청년의 죽음은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법과 제도 마련이 시급함을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다. 오랫동안 일부 정치권 및 시민・사회단체는 중대 산업재해를 예방할 수 있는 법 제정을 요구해 왔다. 그러나 촛불 시민에 의해 세워진 문재인 정부와 거대 여당이 법 제정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자, 김용균 청년의 어머니를 중심으로 여러 사람이 29일간 국회에서 단식 농성을 벌였다. 이런 노력의 결과, 2021년 1월 국회는 ‘중대 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통과시켰다.

 

이 법은 기업, 공중 시설, 교통수단 등을 운영하거나 인체에 해로운 원료나 제조물을 취급하면서 인명 피해를 발생시킨 사업주, 경영 책임자, 공무원 및 법인(기업, 기관 등)에 대한 처벌 등을 규정하고 있다. 이를 통해 중대 재해를 예방하고 일반 시민과 노동자들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이 법은 세월호 참사,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같은 사회적 참사에도 적용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 법의 실효성에 회의적이다. 가장 큰 문제는, 5인 미만 사업장을 법 적용 범위에서 제외하고, 50인 미만 사업장은 3년 동안 법 적용을 유예시킨 것이다. <그림2>에서 본 것처럼, 산업재해로 노동자들의 사망이 발생한 장소는 대부분 대규모 사업장이 아니라 중소・영세 기업의 사업장이다. 현재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600만 명이며, 우리나라 전체 노동자의 30%가 이에 해당한다. 50인 미만 사업장에 있는 노동자도 300만 명에 이른다. 결국 600만 명의 노동자가 법 적용을 받지 못하고, 300만 명은 최소한 3년 동안 위험에 노출된 채 일하게 된다. 또한, 정치・경제 상황에 따라 3년 유예 기간이 더 늘어날 수도 있다.

 

둘째, 우리나라 기업 구조의 고질적인 원-하청 문제를 놔두고는 산업재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그림2>처럼 산업재해가 많이 발생하는 건설업, 제조업, 서비스업의 특징은, 대기업이 원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대기업에 제공하는 소규모 중소기업들이 기업의 대부분을 차지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제조업을 대표하는 자동차를 살펴보면, 1차 하청업체, 2차 하청업체, 3차 하청업체가 현대자동차에 맞는 가격, 품질, 규격의 부품을 생산하여 현대자동차에 납품한다.1) 현대자동차에 부품을 공급하는 하청업체는 약 600여 개가 있다. 대기업이 단가 인하(일명 단가 후려치기)를 요구할 경우, 거래 중단이 두려워 하청업체는 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단가 인하는 하청업체의 수익을 감소하게 만들어 안전한 작업장을 만들 여력을 빼앗는다. 또는, 하청업체로 하여금 비용 절감을 위해 두 명이 일할 업무에 한 명만 투입하게 만든다. 그러나 원-하청 관계의 가장 큰 문제는, 대기업이 위험한 업무를 대부분 하청업체에 맡긴다는 점이다. 이를 흔히 “위험의 외주화”라고 부른다, 구의역 김 군과 김용균 청년 모두 대기업의 위험 업무를 하청 받아 수행하는 하청업체 소속이었다. 물론,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 원청기업도 하청업체의 안전 의무를 지키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원청기업과 경영자의 의무 위반이나 책임을 밝히는 일은 쉽지 않으리라고 전망된다.

 

셋째, 위반 행위에 대한 처벌 수준이 낮다.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에서도 산업재해로 인해 사망사고가 발생할 경우 경영자는 최고 7년 이하의 징역이나 1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법 위반으로 처벌을 받은 경영자는 거의 없다. 기업가들에게 한없이 관대한 우리나라의 법 적용 분위기 때문이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규정한 처벌 내용을 보면, 경영자가 안전 의무를 위반해 중대 산업재해가 발생한 경우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의 벌금(기업은 50억 원 이하)’을 내야 한다. 또한, 노동자가 다치거나 병에 걸린 경우, 경영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기업은 10억 원 이하)’에 처할 수 있다. 이에 반해, 호주의 ‘일터 살인법’은 경영자 및 기업이 안전 의무를 지키지 않으면, 개인은 최대 25년의 징역형, 기업은 최대 1,650만 호주 달러(약 137억 원)의 벌금을 내야 한다. 물론 공소시효도 없다(매일노동뉴스, 2020.12.31.).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 대해 경영계는, ‘법 조항이 추상적이고 포괄적이며 모호하기 때문에 대비하기 어렵고, 처벌 조항으로 인해 기업 경영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비판한다. 노동계는 기업들이 법망을 피하고자 서류상 사업장을 5인 미만으로 쪼개기 할 수 있고, 대기업의 경우 안전 책임자를 별도로 임명하여 기업 최고경영자(CEO)가 책임을 회피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중앙일보, 2021.01.10.). 노사 모두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내년 1월부터 50인 이상 기업에 적용된다.

 

 

 

 

누가복음 15장은 잃어버린 양에 대한 비유이다. 백 마리의 양 중에서 한 마리가 길을 잃어 헤매면 목동은 아흔아홉 마리 양을 두고 기꺼이 잃어버린 한 마리의 양을 찾아 나선다는 내용이다. 이 비유의 압권은 한 마리 양을 찾은 목동이 너무 기뻐 친구와 이웃을 불러 함께 즐거워한다는 점이다. 아마 잔치도 베풀지 않았을까? 하나님 말씀은 경제나 경영 원리로 모두 설명할 수 없다. 이윤에 밝은 목동이라면, 한 마리 양을 찾기 위해 아흔아홉 마리 양을 방치하는 것은 바보 같은 행동이라는 것을 금방 깨닫는다. 한 마리 양을 찾으러 가는 사이 아흔아홉 마리의 양을 늑대나 도둑에게 빼앗길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수님의 관심은 이익이 아니라 한 사람의 생명에 있음이 명백하다.

 

기업 규모를 떠나서, 경영자나 기업이 이익에 눈이 멀어 생명(사람)을 보지 못한다면 올바르다고 할 수 있을까? 우리나라의 산업재해가 OECD 최고 수준인데도, 경제 규모가 세계 10위권이라고 자랑할 수 있을까? 산업재해로 인해 다치거나 죽게 되는 노동자들은 한 가정의 가장이며 귀한 자녀이다. 더 많은 이익을 위해 한 가정을 파괴하는 일은 없어져야 할 것이다.


1) 대기업-중소기업은 상생(win-win)을 위해 서로 협력 관계를 맺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대기업에 종속되어 대기업의 요구를 수용한다는 점에서 원청-하청 관계로 볼 수 있다. 따라서 본 글에서는 대기업을 원청업체, 중소기업을 하청업체로 서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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