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의 신체 폭력, 언어폭력, 따돌림, 금품 갈취, 강요, 성폭력 등이 발생하는 경로를 추적하다 보면 SNS가 자주 등장한다. SNS에서 오간 말들을 읽다 보면 그 섬뜩함에 진저리가 날 때도 있다. 2020년에 내가 마주했던 학교 폭력 상황에는 공교롭게도 모두 SNS에서의 관계 문제가 섞여 있었다. SNS에서의 폭력은 사납고 모질었다. 문장으로 적힌 폭력적인 언어는 바닥에 고인 피처럼 생생했다.(본문 중)

문경민(서울언남초등학교 교사)

 

코로나19와 학교 폭력

학생들 사이의 인간관계도 어른들의 관계만큼 복잡하고 미묘하다. 인간관계를 통해 즐거움과 만족감, 배움을 누리기도 하지만, 질투와 분노, 시기, 괜한 짜증으로 괴로워하거나 다른 사람을 힘들게 만들기도 한다.

2019년과 2020년에 나는 학교에서 학교 폭력 관련 업무를 맡았다. 2019년에는 학교 폭력 사건이 너무 많이 발생해서 힘들었는데, 2020년에는 사건 발생 빈도가 현저히 낮았다. 코로나19 때문이었다. 교실에 아이들이 오지 않으면서 학생들 사이의 부딪힘도 줄어들었다. 학교 폭력 문제로 발전할 수도 있었던 학생들 간의 관계 문제가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없었던 일인 양 사그라들기도 했다.

지지난해에 학교 폭력 문제로 힘들어 했던 한 학생은 편안한 얼굴로 한 해를 보냈다. 복도에서 마주친 그 아이의 편안한 얼굴이 보기 좋았다. ‘요즘 잘 지내냐’라고 인사하니, 그 학생이 말했다. “힘들 일이 별로 없으니까요.” 기분이 묘했다. 학생들이 인간관계 맺는 법을 배우고 협동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학교의 교육 목표가 조금 민망스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꼭 다른 학생과 많은 관계를 맺어야 할까. 내향적인 학생에게는 다른 기질의 사람과 맞부딪히는 일이 얼마나 큰 스트레스일까. 총총 멀어져 가는 학생을 보며 그런 생각을 했다.

그러나 학교다. 혼자가 편하다고 혼자만 있을 수 없다. 함께 해결해야 하는 과제가 주어진다. 체육 시간이면 다른 학생들과 함께 경기를 하게 된다. 싫든 좋든 학생에게는 학생으로서 수행해야 할 과업이 있고, 그 과업은 다른 사람과 어울려야만 성취할 수 있다.

 

SNS와 언어폭력

코로나19 이후에는 양상이 달라지고 발생 빈도도 줄었지만, 지금도 학생들 간의 관계 문제로 학교 폭력이 발생하고 있다. 예전에는 교실과 학원, 복도, 운동장, 놀이터에서 벌어지던 관계 문제가 지금은 온라인에서 발생한다.

학생들의 신체 폭력, 언어폭력, 따돌림, 금품 갈취, 강요, 성폭력 등이 발생하는 경로를 추적하다 보면 SNS가 자주 등장한다. SNS에서 오간 말들을 읽다 보면 그 섬뜩함에 진저리가 날 때도 있다. 2020년에 내가 마주했던 학교 폭력 상황에는 공교롭게도 모두 SNS에서의 관계 문제가 섞여 있었다. SNS에서의 폭력은 사납고 모질었다. 문장으로 적힌 폭력적인 언어는 바닥에 고인 피처럼 생생했다.

 

출처: KBSnews Youtube 갈무리.

 

2년 전, 사이버 폭력으로 신고된 사안을 다룰 때였다. 회의실에 심의 위원들이 앉아 있었고, 가해 학생과 그 학생의 부모가 회의실에 들어왔다. 사안 조사 내용을 보고하는 자리에서 나는 가해 학생이 SNS에 쓴 욕설과 폭력적인 말들을 소리 내어 읽었다. 입에 올리기에도 민망한 말이었지만, 나는 가해 학생이 적은 말을 그대로 차분히 읽었다. 비아냥거리는 말, 빈정대는 말, 무시하는 말, 찌르고, 베고, 할퀴고, 도려내는 말들이 작은 회의실에 울려 퍼졌다. 심의를 위해 참석한 위원들의 표정이 굳었다. 헛기침을 하며 불편해 하기도 했다. 가해 학생은 고개를 수그린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가해 학생의 부모 역시 마찬가지였다. 읽는 나 역시 미안했다. 하지만 필요한 과정이었다. 가해 학생은 재미 삼아 자판을 달칵거려 그 욕설과 잔인한 말들을 적었겠지만, 피해 학생은 그 문장을 목소리처럼 똑똑히 들었을 것이다.

SNS 안에서의 폭력은 언어를 사용한다. 문자로 콱콱 찍힌 말은 소리처럼 흘러 지나가지 않고 눈에 머문다. 단어의 의미, 문장의 의미가 눈을 통해 들어와 영혼에 뿌리박는다. 자존감을 흔들고 마음을 가른다. 그 말들이 뇌리를 떠나지 않아 잠을 이루지 못한다. 학교에 가서 교실에 앉아있으면, 자신에게 폭력의 언어를 사용한 아이들이 말갛고 편안한 얼굴로 다른 친구들과 이야기 나누는 것을 보게 된다. 결국, 피해 학생은 가해 학생들이 자판으로 두드린 몇 개의 단어, 몇 개의 문장 때문에 괴로움 속에 허덕이게 된다.

사이버 폭력으로 신고된 사안을 조사하기 위해 가해 학생과 마주하게 되면 당황스러울 때가 있다. 글로 적힌 말과 학생의 분위기가 너무 달라서다. 정말로 그런 말들을 쓴 사람이 이 학생 맞나 싶다. ‘설마 얘가?’ 싶은 학생들도 있었다. 학교생활도 착실히 하고 선생님들에게서도 인정받는 학생이었다. 그 학생은 온라인에서 무시무시한 말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사용했고, 그 말들로 다른 사람을 괴롭혔다. “우리 애가요? 해킹당한 거 아닐까요?” 같은 말도 들어 봤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이상한 일이 아니다. 모든 사람은 일순간 악랄함에 사로잡히는 때가 있다. 그런데 그 악랄함이 문자로 적혀 다른 사람에게 칼날로 날아가는 순간, 문제가 벌어진다. 그냥 재미 삼아 날린 문장이 상대의 인격을 부수고 상처를 만들며 깊이 박힌다. 혹시 실수로 흘린 말이라 하더라도 돌이킬 수 없다.

 

학교 폭력과 거리 두기

부모는 자녀들의 SNS 사용 상황을 점검하는 게 좋다. 자녀가 거리낌 없이 자기 SNS를 공개할 수 있다면, 가끔 SNS에서 오간 친구들의 말을 훑어보며 어떤 점이 문제가 될 수 있는지, 어떤 점이 학교 폭력이 될 수 있는지 말해 주는 게 좋다. 만약 자녀가 자신의 SNS를 보여 주기를 꺼린다면, SNS 사용에 대해 단단히 주의를 주어야 한다. 욕이 심각한 언어폭력이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는 학생이 의외로 많다. 욕은 언어폭력이고, 그 욕을 다른 학생에게 내뱉으면 학교 폭력 가해자가 된다. 신고당하면 조사를 받는다. 가해 정도에 따른 조치를 받아야 하고 학교장 종결에 이르기까지 자기 자신은 물론 부모님까지도 여러 사람이 힘든 과정을 겪게 된다.

어떤 이유에서건, 상대방을 모욕하거나 모욕에 동조하거나 욕설을 적거나 함께 키득거리는 것도 학교 폭력이 될 수 있다. 단둘이 나눈 뒷담화라도 내용과 상황에 따라 학교 폭력이 되기도 한다. 문자로 적은 말은 상대방 손안에 고스란히 남는다. 무심결에 분위기 따라 적은 말도 학교 폭력 행위를 저지른 증거가 된다. 학생들의 SNS 대화는 학교 폭력으로 번질 요소가 너무도 많다. 이를 분명히 알려주고 조심하도록 단속하는 것이 좋다.

온라인 학습 상황이 2021년에도 한동안 계속될 것 같다. 우리 아이들은 컴퓨터, 인터넷, 핸드폰과 오랜 시간을 보내게 되므로 점검과 지도가 필요하다. 누구도 학교 폭력으로 상처받지 않고 편안하게 학교생활을 하다가 무사히 졸업했으면 한다. 혹시라도 학교 폭력 사건에 휘말리게 되면, 최대한 빨리 화해하고 피해를 배상하여 사건을 신속히 종결하는 게 모두에게 좋다. 물론 가장 좋은 건 학교 폭력과 거리를 두고 살아가는 것이다. 그리고 그 거리 두기를 위한 최고의 방법은 부모의 예방적 점검과 지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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