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접종이 시작되면서 많은 이들이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갈 것을 기대하고 있지만, 감염병 완전 종식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고 코로나19가 가져온 파생 현상은 우리의 사회문화 분야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중략) 디지털 사회로의 급속한 전환이 특히 그러하다. 이것은 방향의 변화라기보다는 코로나19로 인해 미래로의 진입 속도가 기하급수적으로 빨라진 것이다. 코로나19가 가져온 변화의 가속화 속에서 대중들은 삶의 방식을 찾아가고, 삶의 의미를 만들어가며, 공동체의 미래를 모색해 나갈 것이다.(본문 중)

백광훈1)

 

2021년에는 포스트 코로나 사회의 현상들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게 될 것이다.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서 많은 이들이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갈 것을 기대하고 있지만, 감염병 완전 종식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고 코로나19가 가져온 파생 현상은 우리의 사회문화 분야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한편으로, 지금 우리가 맞이한 일부 현실은 전혀 예측하지 못한 것은 아니다. 디지털 사회로의 급속한 전환이 특히 그러하다. 이것은 방향의 변화라기보다는 코로나19로 인해 미래로의 진입 속도가 기하급수적으로 빨라진 것이다. 코로나19가 가져온 변화의 가속화 속에서 대중들은 삶의 방식을 찾아가고, 삶의 의미를 만들어가며, 공동체의 미래를 모색해 나갈 것이다.

 

 

뉴노멀, 온라인 중심 인간관계의 확장

단연코, 2021년 사회문화 변화를 규정할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온라인 중심의 비대면 인간관계의 확장이다. 비대면 상황이 일상이 되는 뉴노멀이 본격화된 2020년의 현상들은 2021년에도 여전히 사회문화의 주된 양상이 될 것이며, 특히 디지털 중심의 생활 세계를 만들어가게 될 것이다.

코로나19는 온라인 중심의 비대면 문화를 급속히 확산시켰다. 여러 가지 이유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는 이른바 ‘집콕’ 생활 패턴이 코로나19 종식 후에도 유지될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구독 경제의 활성화와도 연결되어 있다. 넷플릭스 같은 OTT 서비스의 약진은 올해도 계속될 것이며, 개인의 취향과 개인화된 시간에 맞추어 다양한 상품들이 집이라는 시공간에서 소비될 것이다. 이와 연장선상에서 2021년 트렌드 분석들의 공통적인 예측 중 하나는 ‘지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다’고 한 점이다.2) 집이 생활의 중심 플랫폼이 되면서 집에서 가까운 지역이 주목을 받고, 지역 중심의 활동이 활발해질 것이라는 예측이다. 온라인 쇼핑을 통한 원거리 구매도 활성화되겠지만, ‘당근 마켓’처럼 집과 가까운 곳에서 소비나 중고 거래를 하는 지역 커뮤니티 중심의 라이프 스타일도 각광을 받을 것이다.

디지털 환경의 발달과 52시간 근무 제도의 본격화, 코로나19로 인한 안전 문제 등으로 재택근무 제도를 채택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3) 재택근무에선 효율성과 실제 성과가 중요한 평가 지표가 된다. 근무 환경과 소통 환경이 디지털로 전환됨에 따라서 유연성과 포용력, 그리고 명확성을 기반으로 한 의사결정의 리더십이 더욱 각광받게 된다.4) 이는 기존의 카리스마적인 일방통행식 소통 구조가 약화되고 디지털 커뮤니케이션의 특징인 수평적이고 상호적인 방식이 소통의 주요 방식이 되어 감을 의미한다.

온라인 중심의 문화는 한편으로 대면 모임의 중요성을 더욱 인식하게 하고 면대면 경험에서는 더 높은 만족도를 요구한다. 온라인 문화는 아이러니하게도 실제 만남에 대한 욕구를 증대시키고 관계의 질과 경험의 가치에 대한 관심을 높이므로, 자발적 동기로 이루어지지 않는 모임은 급격히 그 동력을 상실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관계의 양극화가 이루어지면서 온라인 관계의 확장과 함께 오프라인 컨택트 경험에서는 더 높은 수준의 만족도를 기대할 것이며, 온라인 컨택트와 오프라인 컨택트의 혼합 형태인 미들택트의 양상들도 또한 발전하게 될 것이다.5)

한편 온라인 중심의 소통에서 유튜브와 같은 미디어 플랫폼은 더욱 그 영향력을 확대할 것이며, 다른 한편으로 자기중심적 사고의 강화라는 문제를 양산하게 될 것이다. 동영상 기반 미디어의 소비 시간이 더욱 확대되면서 그와 같은 미디어가 일상의 미디어 플랫폼으로 소비될 것이다. 이미 가짜 뉴스와 같은 부작용 문제가 제기되고 있지만, SNS를 통한 온라인 중심 소통이 자기 확증적인 양극적 사고를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유튜브와 같은 동영상 플랫폼이 지닌 알고리즘은 자기 확신을 더욱 강화하면서 갈등 주체 간의 소통 장애를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 새로운 미디어 환경이 가져오는 사회적 소통과 갈등의 해소, 통합의 문제는 우리 공동체의 주요한 현안이 될 것이다.

한국교회는 이러한 온라인 중심의 사회 변동 속에서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먼저, 온라인 환경으로 변화하는 미래에 적합한 디지털 소통 능력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한편, 오프라인 만남에 대한 욕구와 기대도 증대하므로 교회 공동체는 교회가 자리한 지역 속에서 만족할 만한 예배, 교육, 나눔과 섬김, 영적 경험의 기회를 제공해야 할 것이다. 또한, 온라인 시대에 부상하는 새로운 리더십 형태를 고려하며 교회는 어떻게 소통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며, 동시에 아이러니하게도 유튜브와 SNS가 보여 주는 부족주의적인 폐쇄성을 극복하고 갈등을 치유할 수 있는 소통의 방정식을 찾아 나가야 할 것이다.

 

 

공정성, 더 좋은 공동체를 위한 전제 조건

2021년에는 사회적으로 공정성 이슈가 부상하며 이에 따라 좋은 공동체의 미래를 모색해 나가게 될 것이다. 공정성 담론은 최근 몇 년간 한국 사회를 이끌어온 주요 담론이라 할 수 있다. 2021년 초부터 진행되는 백신 접종의 우선순위 문제부터 시작하여, 방역 당국의 행정 조치의 형평성 문제, 재난 지원금의 배정 문제 등 생명과 생존에 관련한 공정성 담론은 뜨거운 이슈가 될 것이다.

특히 4차 산업혁명과 코로나19로 인한 디지털 문화의 확산에 따라 로봇이나 디지털 시스템들이 상당 부분의 서비스 영역을 대체하면서 일자리 감소가 가속화될 수 있다.6) 이는 사회 문제로 급부상할 것이다. 디지털 역량의 격차로 인해 발생하는 새로운 양극화 문제들 역시 공론화될 것이며, 디지털 격차를 보완할 수 있는 ‘기본소득제’ 같은 이슈들이 정치적 어젠다로 본격 등장할 것이다. 또한, 한국 사회는 좋은 공동체와 미래를 만들어갈 수 있는 거버넌스(governance) 구축 방안을 모색하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교회는, 이념, 세대, 계층 간의 갈등을 해소하고 함께 살아가는 좋은 공동체는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공정성을 기반으로 하는 바람직한 사회 형성을 위해 교회가 던져야 할 메시지와 실천은 무엇인지, 사회 구성원 간의 격차를 줄이고 지속 가능한 사회 구조 형성을 위한 교회의 공적 역할이 무엇인지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

 

가속화하는 탈종교화, 교회의 과제는?

이러한 급변하는 사회문화의 변화 속에서 교회 공동체는 소통을 넘어 ’사회 변화를 위한 역할을 신실하게 수행하고 있는가?’라는 물음이 제기된다. 유감스럽게도 교회를 비롯하여 종교 공동체에 대한 사회의 기대와 관심은 우려할 만한 상황이다. 특히 2021년은 이른바 ‘탈종교화’ 현상이 가속화할 것인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방역과 관련한 교회의 이미지 하락은 탈종교화 현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코로나19와 교회 모임과의 상관관계는 더욱 면밀하게 논의되어야 할 문제다. 그럼에도 대중들에게는 코로나19 확산과 교회가 연계되어 있고 이는 개신교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 형성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7) 이러한 이미지 악화는 기존의 탈종교화 현상과 맞물리면서 향후 교회의 선교 사역에 중대한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2021년에 한국교회가 교회 공동체의 내부 동력 회복은 물론, 종교로서의 대사회적 이미지 쇄신과 사회적 역할 증대, 선교적 역량 강화에 관심을 기울여야 함을 의미한다.

종교의 본연적 기능은 무엇인가? 코로나19 이후 ‘코로나 블루’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사회적 우울감과 분노가 만면하여 있고, 이에 대한 종교의 역할이 절실히 요구되는 상황이다. 사회가 불안하게 되면서 소유와 부의 획득을 통해 스스로 안전을 담보하고자 하는 물질주의적 성향이 더욱 강화되고 있다. 교회는 2021년을 회복과 갱신의 시간으로 삼아야 한다. 그리고 이것은 종교 본연의 기능을 수행함으로써 가능하다. 코로나19 시대, 안전한 교회가 되는 것은 교회의 기본값이 되었다. 오랫동안 구조화되어 왔고 코로나19 이후 심화된 경제 양극화와 이로 인한 빈곤층 양산과 사회적 갈등 극대화의 상황에서, 교회는 사회 구성원들이 드러낼 수밖에 없는 이기심과 자기중심성을 넘어서는 초월적 가치를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공동체가 나아갈 통합의 지향점을 제시하면서 사회의 불안정 해소에 기여하고, 교회야말로 우리 사회를 건강한 공동체로 만들어가는 데 기여하는 대안적 공동체임을 보여 주어야 한다. 이 일이 바로 탈종교화의 위기 속에서 교회가 추구할 이 시대의 선교적 과제이다.

※ 이 글은 문화선교연구원에서 발행한 <2021 문화선교트렌드>에 실린 글입니다. <2021 문화선교트렌드>에 실린 다른 글들을 참고하시려면 문화선교연구원의 커뮤니티/자료실을 방문하세요. (편집자)

 

 


1) 문화선교연구원장, 장로회신학대학교 초빙교수(기독교와 문화)

2) 김난도 외 지음 『트랜드 코리아 2021』(서울: 미래의 창), 최인수 외 지음 『트랜드 모니터 2021』(서울: 시크릿 하우스).

3) “랜선에 적응하지 못하면, 생존할 수 없다는 걸 알았다”, 동아일보, 2021.01.06.

4)『트랜드 모니터 2021』, 180.

5) 『트랜드 코리아 2021』.

6) “‘코로나 시대의 딜레마’…언택트 확산에 일자리 감소 가속화 우려”, 조선일보, 2020.11.3.

7) “천주교·불교인보다 개신교인 향한 부정 이미지 강해”, 연합뉴스, 2020.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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