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윤실 청년상담센터 위드WITH는 4월 초에 다시 1:1심리상담 참가자를 모집할 예정이에요! 그에 앞서 작년 한해동안 위드를 만나 심리상담을 받았던 몇몇 청년들이 솔직한 이야기를 나누어주었답니다. 코로나 19로 청년들이 어려운 시기를 지나고 있지만 잘 이겨내기 위해 애쓰고 노력한 우리 청년들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함께 해주세요! 곧 다시 시작될 1:1심리상담에도 많은 관심과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위드가 만나고 함께 걸어갈 청년들을 기대하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을게요.😁

이젠 자신에게 집중할 시간

글_쏘비(익명)

안녕하세요. 아니, 안녕하신가요? 혹시 요즘 들어서 어디론가 한참 잘못 가고 있는 것 같고, 너무 힘든데 무엇 때문인지 도저히 모르겠고, 자꾸 다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만 드는 분들이 계신 가요? 그렇다면 오늘 제가 할 이야기에 조금 집중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한참 동안 MBTI가 유행이었죠. 저는 ENTJ입니다. 이 유형은 ‘능력, 리더십, 자기주장, 고집’ 등 각종 사회적인 능력치와 유능함에 초점이 있습니다. 위 키워드가 말해주듯 저는 참 기능적인 사람입니다. 이것은 상담 전에도, 상담 중에도, 상담이 끝난 지금도 전혀 변함이 없는, 저에 대한 사실이자 진실입니다. 여전히 아주 열심히 매일을 살아내고 있지요. 달라진 게 있다면 나를 돌보는 방법을 배워 이를 제때 사용할 줄 안다는 것입니다. 견디기 힘든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 무엇 때문인지조차 알지 못한 채 압도되어 끙끙 앓기만 하지 않습니다. 지금 내가 강렬하게 느끼는 이 감정과 접촉하며 나와 만나고 상처받은 내면의 자아를 보살필 줄 압니다. 상담을 통해 정말 많은 걸 배웠지만 이것이 가장 핵심입니다. 어떻게 그렇게 될 수 있었는지 조금 알려드리려 합니다. 도움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성과 감정 둘 다를 갖고 살아갑니다. 어느 하나에 더 집중하는지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일단은 그러합니다. 아니, 그래야 합니다. 그러나, 상담 시작 전의 저는, 거의 감정을 배제한 채 살고 있었습니다. 감정의 존재도 잘 몰랐고 감정이 올라오려고 하면 다 누르거나 무시해서 없는 것 취급하기 일쑤였습니다. 심지어 당시의 저는 제가 그렇게 사는 지조차도 자각하지 못했습니다. 부정적인 감정의 존재를 조금이라도 느끼는 것만으로 너무나 힘겨워 피하기만 했습니다. 그걸 파고들어서 실체를 규명하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지요. 스스로 무슨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 판단할 수도 없었습니다. 상담 중 선생님께서 주신 감정 단어 목록을 보고 눈으로 더듬더듬 짚으면 그나마 ‘이런 감정인 것 같다’고 추측하는 수준이었죠.

그런데 여러분, 그거 아시나요? 감정은 누른다고 없어지지 않습니다. 눌린 그대로 차곡차곡 내 안에 쌓이고, 더 감당할 수 없는 지경이 되어, 일명 ‘스위치가 눌리는’ 상황을 맞닥뜨리면, 그냥 그대로 속수무책 펑-하고 터져버립니다. 억눌린 감정들에 압도되어 그냥 다 그만두고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고만 싶어집니다. 이 지경까지 되면 그간 본인의 무심함을 탓해야할 뿐 책임을 물을 곳을 찾기 어렵습니다. 저는 딱, 억눌린 감정이 폭발해 저를 잠식하기 직전에 선생님과 만났습니다. 운이 좋은 편이었죠.

 

상담의 과정 중에는 제 부정적인 기억을 되짚고 파고드는 일이 많았습니다. 어떤 사건이 ‘부정적’인 사건으로 기억되는 이유를 알아보니 모두 ‘감정’과 연관이 있었습니다. 각종 부정적 감정이 마구 얽혀 있었기에, 그 자체로는 중성적인 기억들에 부정적이라는 색이 덧칠되어 있었습니다. 여러 상황에서 제가 느꼈던 부정적인 감정들을 짚어보니 거의 동일했습니다. 수치심, 불안감, 주눅 듦, 당혹스러움, 비참함 등 ‘내 존재’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들이었습니다. 내 행동이 틀렸음이 아니라 나라는 존재 자체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무시무시한 감정들. 이들을 알아채고 만나기까지 참 많은 시간이 걸렸고, 참 많은 길을 돌아왔습니다.

이러한 감정들이 튀어나올 때마다 선생님께서는 가장 먼저, 끊임없이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저를 다독여 주셨습니다. 제가 잘못된 게 아니라 그렇게 느끼고 반응하는 건 당연하다고 거듭 말씀해주셨습니다. 내가 부족하고 못나서가 아니라, 그저 어쩔 수 없었을 뿐이라는 말씀. 거창한 여러 마디 말보다 더욱 안심되고 위로되었던 한마디였습니다. 위 한마디를 필두로 저는 자신을 조금씩 인정하고 받아들이기 시작했습니다. 부정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었던 사건들, 심지어 트라우마를 남겼던 사건조차 똑바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미 15년 가까지 지난 그 사건이 어떤 식으로 지금의 나를 만드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끼쳐 왔는지, 심지어 아직도 얼마나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거기에서 더 나아가 그 사건에 덧입혀진 부정적 색을 어떻게 긍정적 색으로 바꿔 칠할 수 있는지도 알게 되었습니다.

일단은 내가 느끼는 감정을 자각해야 합니다. 내 속에서 평소의 일반적인 느낌과는 다른 무언가 강렬한 기분이 느껴진다면, 어떤 감정이 올라오고 있는 것입니다. 이 감정이 무엇인지 이름을 붙여보세요. 이때 만약 생각만으로는 규명이 어렵다면, 제가 했던 것처럼 감정 단어를 보며 더듬더듬 짚어가며 골라보는 연습을 해도 좋습니다. ‘너무나 많은 감정이 한꺼번에 느껴지는 것 같은데 그걸 어떻게 다 일일이 구분하냐’는 생각이 드시나요? 제가 정확히 그랬습니다. 하지만 해보니까 정말 되더라고요. 또한 이 과정은 결코 완벽할 필요가 없습니다. 우린 지금 그저 연습을 하는 거예요. 이러한 연습이 쌓여서 조금씩 스스로 감정을 자각할 수 있게 되지요. 그런 후에는 그 감정을 느끼게 된 이유를 나름대로 짚어보세요. 그러면서 특히나 어떤 지점이 나를 힘들게 하는지 찾아보세요. 이것만으로도 속에서 소용돌이치던 감정이 아주 잠잠해지는 걸 분명히 느끼실 겁니다. 가능하다면 한발 더 나아가 그런 상황에서 내가 어떻게 하면 더 쉽게 풀어나갈 수 있었을지, 어떻게 하면 덜 힘들 수 있었을지도 생각해보세요. 여기까지 잘 따라오셨다면, 다 해낸 겁니다. 이렇게 감정을 다루는 연습을 하시는 건 ‘진짜 나’와 접촉하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내 몸에서 느껴지는 감정에 집중하고 이를 건강하게 풀어내며 조금 더 건강하고 편안한 내면세계를 가꿔 나가는 것이지요.

 

분명히 말하고 싶은 게 있습니다. 분명 혼자서도 이 과정을 해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처음 하시는 분들은 조력자의 도움을 받는다면 훨씬 수월하게 시작하실 수 있습니다. 내가 눌러온 부정적인 감정들을 마주하고 파헤치는 과정이 생각보다 아주 힘듭니다. 어떻게 해서든지 피하고 부정하고만 싶은 부분들이기에, 하나하나 그것들과 독대하는게 정말이지 쉽지 않습니다. 선생님은 이 과정에서 제가 너무 힘들지 않고 차근히 단계별로 임할 수 있도록 방향을 제시해 주셨습니다. 일종의 가이드라인이 생기면 이후 과정은 수월합니다. 뭐든 처음 한 번이 가장 어려운 법 아닌가요.

모든 얘기는 제 경험담입니다. 저는 아기가 걸음마 떼듯이 그렇게 차근차근 걸어 여기까지 왔습니다. 물론 아직 많이 미흡합니다. 요즘은 생전 처음으로 누군가를 좋아하는 감정을 느끼는 중입니다. 아무 데이터베이스가 없기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정말이지 혼란스럽고 정신이 없습니다. 여태껏 부정적인 감정들만 강력한 줄 알았는데 제 생각이 틀렸더군요. 지금 이 감정은 감당하기 벅찰 정도로 강력하고 강렬합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알고 있습니다. 선생님과 함께 익힌 방법대로 저는 결국, 이 감정도 어르고 달래며 한 발씩 앞으로 걸어 나갈 것을요. 많은 동요함과 넘어짐이 있겠지만 종래엔 결국 해낼 것을요.

 

많은 말씀을 드렸군요. 저란 사람이 그렇습니다. 워낙에 기능적인 인간이라 해결책을 제시하고 어떻게든 상황을 개선해야 마음이 편해집니다. 결과적으로 저는 이런 과정을 통해 전보다 마음이 아주 편해졌습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신 여러분도 그러셨으면 좋겠습니다. 지쳐 있고 힘든 어떤 단 한 분이라도 마음을 돌보시고 위로를 얻으신다면 정말 기쁠 것 같습니다. 혼자서 해내기 어렵다면 적극적으로 조력자의 도움을 구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내가 태어나서부터 죽을 때까지 같이 있어 줄 사람 단 한 명은 바로 ‘나’입니다. 나를 좀 더 소중히 돌봐주세요. 외면도 중요하지만, 내면 건강에도 조금 더 애정을 갖고 신경을 써주세요. 우리 잘 알잖아요.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게 훨씬 더 중요하단 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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