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실제 사용할 수 있는 물의 양이 생각보다 많지 않고 그조차도 지역적으로 심한 편차를 가지고 분포해 있어 지구 곳곳에 물로 인한 고통이 보통 큰 것이 아니다. 물 한 통을 구하기 위해 수 km를 걸어가야 하는 곳이 여전히 많다. 필자가 2년 전 학생들과 우물을 파 주는 봉사 활동을 갔던 아프리카 탄자니아의 마을들도 그중 하나였다. (본문 중)
성영은(서울대학교 화학생물공학부 교수)
지난 3월 22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 물의 날이었다. 물은 공기와 함께 인간과 지구상 모든 생명체가 살아가는 데 없어서는 안 될 가장 소중한 존재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이 물은 쉽게 낭비되고, 재사용이나 재음용이 어렵게 되어 버려지는 것이 현실이다. 각종 폐수의 처리가 비교적 잘 이뤄지고 있는 우리나라조차 수돗물 대신 정수기 물이나 생수를 음용하는 것이 일반화되고 있는 추세다. 작년 우리나라에서 버려진 생수 플라스틱병(페트병)의 개수가 500mL 생수병으로 환산하면 100억 개를 훨씬 넘었다 한다. 1인당 1년에 200개 이상의 생수병을 버린다는 이야기이다. 한 번 사용하고 버리는 이 생수병은 식품 안전을 이유로 법적으로 재사용할 수 없기에 마시는 즉시 쓰레기가 되어 버려지는 것이다.
다들 알고 있겠지만 화성이나 달의 우주 탐사선들이 우주에서 가장 찾고자 하는 것이 바로 이 물이다. 물만 있으면 분해하여 공기도 쉽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신기하게도 우리가 사는 이 지구에는 물이 아주 풍부하다. 그러나 인간과 동식물이 사용할 수 있는 물만 놓고 보면 꼭 그렇다고 말하기가 어렵다. 지구 지표면의 2/3가 물로 채워져 있지만 그 물의 97.5%는 먹을 수 없는 바닷물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나머지 2.5% 중에서도 2/3 이상은 빙하, 만년설, 영구 동토층에 있어 이용할 수 없기는 마찬가지이다. 나머지 1/3 중 거의 대부분은 지하수다. 지구에 있는 전체 물의 0.01~0.02% 정도만이 우리가 쉽게 사용할 수 있는 강과 호수, 습지, 저수지의 물이다. 인간은 이 물의 70%를 농업용수로, 20%를 산업 용수로, 그리고 나머지 10%를 가정용으로 사용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이렇게 실제 사용할 수 있는 물의 양이 생각보다 많지 않고 그조차도 지역적으로 심한 편차를 가지고 분포해 있어 지구 곳곳에 물로 인한 고통이 보통 큰 것이 아니다. 물 한 통을 구하기 위해 수 km를 걸어가야 하는 곳이 여전히 많다. 필자가 2년 전 학생들과 우물을 파 주는 봉사 활동을 갔던 아프리카 탄자니아의 마을들도 그중 하나였다. 그러나 물로 인한 고통은 물 부족에서 그치지 않는다. 유엔 보고에 의하면 지구상의 자연재해의 90% 이상이 물과 관련되어 있다. 도시화나 산업화에 의한 기후 변화로 그런 재해들은 더욱 더 가속화하고 악화할 것이라 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하루에 한 사람이 마시고 요리하고 씻는 데 필요한 물의 양이 약 20~50리터라 발표했다. 작년 우리나라의 1인당 하루 사용 수돗물이 295리터라 한다. 영업용을 빼고 순수한 가정용만 따지면 하루에 189리터를 사용했다고 한다. 이 양은 미국(378리터)을 제외한 다른 선진국들과 비슷하거나 대체로 더 많은 양이다(독일 150리터 등). 우리나라 사람들은 WHO가 정한 양의 최소 4배에서 10배 정도 물을 더 많이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그 이유는 물론 수돗물이 아주 저렴한 이유도 있겠지만, 혹시 물을 많이 사용하는 것이 더 풍요로운 현대인의 모습인 것처럼 생각하고 있어서는 아닌지 모르겠다.
과학적으로 물은 참 신기한 물질이다. 물의 분자식은 H2O로 표시한다. 수소(H) 원자 2개와 산소(O) 원자 1개로 이루어져 있다. 물 분자 1개의 크기가 얼마나 작은지 우리가 마시는 물 한 모금 속에 이 우주 속 모든 별의 숫자(1천억 x 1천억 개)보다 10배 이상 많은 물 분자가 들어 있다. 큰 사막의 모래 알갱이만큼 많다는 계산도 있다. 근대 과학의 초기부터 물은 중요한 물질이었다. 18세기 들어 실험 과학이 유행하게 되는데, 영국의 캐번디시가 수소 기체를 발견하고 이 수소가 폭발하면 물이 만들어진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어서 프리스틀리 목사는 산소 기체를 발견하고 이 산소와 수소의 혼합기체에 불꽃을 대면 물이 만들어진다는 것을 알아냈다. 그리고 프랑스의 라부아지에는 물을 분해하여 수소와 산소 기체가 2:1의 비율로 생기는 것을 발견한다. 이 발견들이 계기가 되어 1808년 돌턴이 물질은 원자로 이루어졌다는 원자 가설을 제안하고, 1811년 아보가드로가 물질의 성질을 띠는 가장 작은 입자는 원자가 아니라 원자들이 모여 만든 분자라는 분자 이론을 주장하여 오늘날 화학의 토대를 놓는다. 과학사에서는 이 과정을 화학 혁명이라 부르기도 하는데, 물은 각 이론의 중요한 과학적 근거가 되었다. 이렇게 물은 우리의 삶에 직접 영향을 줄 뿐 아니라 과학이라는 학문의 형성에도 아주 중요한 역할을 했다. 지금도 물은 과학에서 가장 중요한 물질 중 하나이다.
물은 얼음, 물, 수증기라는 다양한 형태를 가지고 있다. 얼음, 물, 수증기는 산업 현장이나 가정에서 다양하게 이용되고 있다. 물은 이 세상의 물질 중 유일하게 고체가 액체보다도 더 가볍다. 즉, 얼음이 물보다 가볍다. 그래서 가벼운 얼음은 물 위에 떠 있어 얼음 아래 물속의 물고기들이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창조 세계를 다스리시는 하나님의 세심한 배려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액체인 물은 빛(가시광선)을 잘 반사하거나 투과시켜 투명하고 깨끗하게 보인다. 반면 태양열은 잘 흡수하여 지구의 온도를 적절하게 유지해 생명체가 살 수 있게 해준다. 또, 우리 몸의 약 65~70%는 물로 이루어져 있다. 이렇게 없어서는 안 되는 물은 공기와 마찬가지로 지구상에서 가장 풍부하고 흔한 하나님의 창조물이다. 그러다 보니 경제적 가치만 따지는 인간은 그동안 이 물을 마치 공짜인 것처럼 남용하여 마음대로 사용해 왔다. 그 결과가 어떤 식으로 우리에게 다시 되돌아올지는 아직 잘 모른다. 물 부족, 생태계 파괴, 각종 기상 이변, 그리고 해수면 상승에 의한 침수 등이 일어나고 있지만, 아직 그 시작에 불과하다는 연구 결과들이 많다. 물이 우리가 잘 돌보아야 할 창조물이라는 방증이라 할 수 있다. 별 관심을 받지 못하는 ‘세계 물의 날’을 지나면서 우리 신자들이 물과 관련된 이런 문제들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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