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공동체는 싱글들과 함께 공존하며 사는 법을 배워야 한다. 하나님의 사랑을 전하는 교회 공동체에서 결혼한 사람이 싱글과 함께하기 위해서는, 서로 배려하고 상대방을 존중하는 예의를 지켜야 한다. 싱글에게 무조건 결혼하라고 훈수를 두거나, 결혼 의사나 원하는 배우자 상을 물어보지도 않고, 아무나 소개하려는 태도는 싱글을 무시하는 태도이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할까? 이는 교회에 ‘정상 가족 이데올로기’가 아직도 팽배하기 때문이다. (본문 중)

심경미(『싱글 라이프』 저자)

 

요즘에는 교회에서도 30-40대 중장년 싱글 세대가 눈에 많이 띈다. 이들은 현대 사회에서 새롭게 등장한 세대이기에 교회는 이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잘 알지 못한다. 많은 교회에서 30-40대 중장년 싱글을 성인으로 있는 그대로 존중하고 배려하기보다는, 이들을 마치 20대 초중반 청년들 대하듯 한다든가, 아니면 ‘결혼 대기자’로 상정하는 우를 범하곤 한다. 예를 들면, 싱글들에게 ‘더 늦기 전에 무조건 아무하고나 결혼하라’고 함부로 이야기하거나, 나이가 좀 있다는 이유로 아무나 소개하려는 무례를 범하기도 한다. 이러한 태도는 싱글을 결혼한 사람들과 동등한 눈높이로 존중하고 그들의 삶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태도가 아니다.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싱글을 불쌍히 여기고 걱정해 주고 그들의 삶에 훈수를 두는 것이 싱글을 위한 배려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결혼한 사람들 입장에서 싱글을 보는 것이지, 싱글 입장에서 싱글을 배려해 주는 것이 아니다. 싱글을 대할 때는 내가 만약 싱글인 상대방 입장이라면 어떻게 느낄까 하는 생각과 배려를 의식적으로 하는 것이 필요하다. 교회 공동체는 성도들이 친밀하게 교제하며 삶을 나누는 공동체이다. 그렇기에 싱글의 삶이나 사생활을 존중하지 않고, 결혼한 사람들과 동등하게 싱글을 독립된 성인으로 인정하지 않는 태도는 싱글들을 더 힘들고 서운하게 느끼게 한다.

교회 공동체는 싱글들과 함께 공존하며 사는 법을 배워야 한다. 하나님의 사랑을 전하는 교회 공동체에서 결혼한 사람이 싱글과 함께하기 위해서는, 서로 배려하고 상대방을 존중하는 예의를 지켜야 한다. 싱글에게 무조건 결혼하라고 훈수를 두거나, 결혼 의사나 원하는 배우자 상을 물어보지도 않고, 아무나 소개하려는 태도는 싱글을 무시하는 태도이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할까? 이는 교회에 ‘정상 가족 이데올로기’가 아직도 팽배하기 때문이다.

교회에서는 흔히 구약 성경의 ‘아담과 이브’를 떠올리며 ‘혼자 사는 것이 좋지 않다’ 했으니 모두가 결혼해야 한다고 말하는 이들을 만나게 된다. 하지만 신약 성경에는 하나님의 아들이며 온전한 하나님의 형상인 예수님이 등장하신다. 예수님은 싱글이셨다. 예수님께 ‘당신은 싱글이니 결혼해야 온전해진다’고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예수님은 싱글로서 온전한 하나님의 형상이었으며, 온 인류를 구원하시는 일을 하셨다. 그런데 많은 이들이 별생각 없이 모든 삶의 방식을 결혼이라는 렌즈를 통해서만 보고, 현재 결혼 상태가 아니면 결혼해야 되고, 결혼이 해지되면 다시 그 결혼 상태를 복귀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현대 사회는 도시화로 인해 급속하게 사람들의 가치관과 삶의 방식이 변화되었고, 자발적이든 비자발적이든 결혼 상태에 있지 않거나 혼자 사는 사람들의 수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2020 통계로 보는 1인가구 자료에 따르면, 2019년 1인 가구는 614만 8000가구로 전체 가구의 30.2%를 차지했다. 전체 가구 중 가장 큰 비중이다. 1인 가구가 증가하는 이유는 결혼을 늦게 하거나 하지 않는 사람들의 증가, 그리고 이혼 가구가 늘어나는 것이다. 현재 싱글이 처한 이런 상황이나 환경에 대한 이해 없이, 결혼에 대한 고정관념과 편견으로 싱글을 대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현시대는 특별한 사람이 싱글로 사는 것이 아니라, 내 주변의 가족과 친척, 친구들, 극히 평범한 사람들이 싱글로 지내고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

싱글 친화적인 교회가 되기 위해서는, 먼저 목회자들의 ‘정상 가족’ 중심의 가치관과 설교가 바뀌어야 한다. 어떤 목회자는 부부와 자녀 같은 직계 가족, 소위 ‘정상 가족’ 중심의 가치관과 삶을 하나님이 기뻐하시며, 결혼과 가정을 통해서만 하나님의 사랑과 친밀감을 경험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결혼과 혈연으로 맺어진 가족을 통해서만 하나님의 사랑과 친밀감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정상 가족’을 유일한 모델로 삼고, 이를 위해 매진해야 한다는 말을 듣는 다른 다양한 부류의 가족과 싱글은 교회에서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을 경험하기보다 오히려 소외감을 느낀다. 그리고 그들은 공동체 일원으로 소속감을 갖기 어렵다. 내가 아는 한 싱글 여성은 교회 목회자들이 결혼만 강조하는 것에 대해 다음과 같이 문제 제기를 한다.

 

교회 목사님들은 왜 결혼만 중요하다고 설교하나요? 교회에서는 결혼을 엄청 중요시하고 싱글을 걸림돌로 보는 시각이 있어요. 마치 싱글을 결혼 제도의 근간을 뒤흔드는 사람처럼 보는 것이죠. 특히 싱글 여성을 위험한 여자, 가정을 위협하는 존재, 비정상적인 상태라고 봅니다. 뭔가 불완전한 사람, 걱정해 줘야 하는 사람으로 취급하는 겁니다. 결혼하면 다 좋은 것으로 생각하는 흑백 논리입니다. 그런데 결혼한 사람들이 다 행복한 것도 아니잖아요. 잘못된 결혼으로 고통받는 사람도 얼마나 많은데, 그런 것은 생각하지 않고 싱글만 문제 삼잖아요. 결혼해서 사는 것만 하나님이 기뻐하신다면, 그럼 싱글로 사는 나는 뭐냐고요? 거기다 얼마 전 어떤 집사님이 싱글인 제 앞에서, 자기 딸이 결혼을 안 해서 하나님께 죄송하다고 그러시는 거예요. 당신 딸이 결혼 안 한 것이 왜 하나님께 죄송한 이유가 되죠?

 

이 문제 제기는 교회 공동체에 팽배한 ‘정상 가족 이데올로기’와 싱글에 대한 편견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것이다. 성경에 대한 편협한 시각과 여성과 싱글에 대한 차별이 가부장적 사고와 맞물리면서, 싱글로 사는 사람들에 대한 왜곡된 태도, 이른바 싱글포비아(싱글에 대한 혐오)까지 만들어 내고 있다. 이에 대해 싱글들은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다. 또, 어떤 교회는 말로는 싱글을 배려한다고 말하면서 이와 더불어, ‘혼자 사는 것이 좋지 않다’는 창세기 성경 구절을 들며 마치 결혼이 필수인 것처럼 언급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싱글들은 소외감과 혼란을 느낀다.

한국교회의 문화는 결혼한 가정 중심의 성격이 강하기에, 현재 결혼 상태에 있지 않은 사람들에 대해서는 편견이 있는 데다 목회적 돌봄이나 배려도 거의 없다. 싱글 친화적 교회 공동체가 되기 위해서는 교회 공동체 전체의 의식 변화가 필요하다. 그러나 먼저는 목회자들과 교회 리더들이 싱글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인식을 바꾸어야만 한다. 이를 기반으로 교회 전체 성도들이 싱글 친화적인 의식을 가질 수 있도록 교육하고, 싱글을 결혼한 사람과 함께 리더로 세우고, 목회 프로그램들이 싱글과 함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되게 해야 한다. 더불어 싱글이 자신을 사랑하고 현재의 삶을 잘 살 수 있도록 격려하는 목회 프로그램 도입을 위해 지원해 주어야 한다. 우리의 교회 공동체가 다양한 모습의 삶을 사는 사람들이 함께 사랑하고 존중하는 교회 공동체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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