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3-4월에 실시된 갤럽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은 개인 생활에서 종교의 중요도가 감소하고 있으며, 종교의 대사회적 영향력이 줄어든다고 느끼고 있다. 또한, 한국인의 6%가 천주교도, 16%가 불교도, 17%가 개신교도이며, 비종교인이 60%에 달해 비종교인이 증가 추세에 있다. 따라서 우리는 “한국이 점차 세속화되고 있는가?”, 그리고 같은 맥락에서, “세상은 근대 이후 점점 비종교화, 세속화되는가?”라는 질문을 할 수 있다. 서구와 한국의 상황을 나누어 생각해 보자 (본문 중)

옥성득(UCLA 한국기독교학 교수)

 

2021년 3-4월에 실시된 갤럽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은 개인 생활에서 종교의 중요도가 감소하고 있으며, 종교의 대사회적 영향력이 줄어든다고 느끼고 있다. 또한, 한국인의 6%가 천주교도, 16%가 불교도, 17%가 개신교도이며, 비종교인이 60%에 달해 비종교인이 증가 추세에 있다.1) 따라서 우리는 “한국이 점차 세속화되고 있는가?”, 그리고 같은 맥락에서, “세상은 근대 이후 점점 비종교화, 세속화되는가?”라는 질문을 할 수 있다. 서구와 한국의 상황을 나누어 생각해 보자

 

유럽과 미국

 

유럽은 중세 기독교 사회에서 출발하여 계몽주의와 프랑스 혁명(1789)을 겪은 이후 장기적으로 종교가 계속 쇠퇴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19-20세기를 풍미한 카를 마르크스(1818-83), 막스 베버(1864-1920), 에밀 뒤르켐(1858-1917)으로부터 최근의 찰스 테일러까지2) 많은 이들이 세속화에 따른 종교 쇠락을 예견했다. 테일러는 공적 영역에서 종교가 추방되고 종교적 믿음과 실천이 퇴조되는 ‘세속화’보다, 종교에 의해 더 이상 기동화 되지 않고 초월적 신을 믿지 않아도 별로 문제가 없는 현세적 ‘세속주의’에 관심한다. 그는 신과 종교에 사로잡힌(enchanted) 종교인보다 그것에서 벗어난(disenchanted) 세속인이 후기 근대 사회를 더 잘 다스리고, 충만하게 살고 있다고 본다.

그러나 중세나 초기 근대가 “신앙의 시대”(the Age of Faith)였다는 전제에 오류가 있다. 중세에도 불신을 선택하는 자가 적지 않았고, 미국 뉴잉글랜드 청교도 사회에도 미신과 불신과 반신앙적 행동이 만연했다.

현재 미국의 경우는 유럽과 다르면서도 유사하다. 미국에서 기독교인은 감소하고 비종교인 비율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타종교인들이 늘어나면서 비종교인은 2020년의 경우 28% 정도이다. 피터 버거는 1960년대 근대화와 도시화로 종교가 쇠퇴한다는 세속화 이론을 주장했으나, 1990년대 오순절 운동과 이슬람의 부흥을 보고 종교 다원주의의 시대가 왔다고 견해를 수정했다. 미국처럼 유럽의 경우도 기독교 인구는 계속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2050년까지 기독교인은 75%에서 65%로 감소하고, 무슬림이 10% 이상, 비종교인이 25% 정도로 될 듯하다.

21세기 후기 근대인들이 제도 종교로부터 떠나는 것은 분명하다. 종교가 공적 영역에서 점차 그 영향력을 상실하고 있다. 하지만 물성이 발달할수록 사람들은 영성에 관심을 가지고 종교적인 인간으로 남는다. 따라서 공적 영역에서의 종교의 영향력 쇠퇴는 기정사실이지만, 종교 소멸론은 오류이다. 그러므로 종교가 21세기 사회에 통하지 않고 무용하다고 보는 것은 단견이다.

여기서 우리는 ‘세속적’ 혹은 ‘종교적’이라는 말 자체가 서구적 언어임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중세 크리스텐덤(Christendom)이 만든 용어가 ‘세속적’이란 말이요, 세속적 유럽 근대 국가들이 만든 게 ‘종교적’이라는 말이다. 유럽 기독교 국가의 세속화는 역사적으로 유럽에서만 독특하게 일어난 현상이다.

 

 

따라서 그것을 아시아나 아프리카에 그대로 적용하면 오류다. 동아시아에서는 불교 국가의 세속화라든지 유교 국가의 세속화라는 개념이 성립하지 않는다. 서구적 ‘종교의 자유’나 ‘정교 분리’ 개념이 조선에 들어온 것을 근대성 유입으로 보는 북미 학자들의 논문이나 책은 그들의 관점이다. 또한, 서구적 의미의 세속화가 반드시 민주화와 같이 가는 것은 아니다. 기독교가 아시아와 아프리카에서 근대 교육과 민주화에 공헌한 역사적 사례는 수없이 많다. 한국 개화기만 보아도, 근대의 시작 시점에 개신교가 들어와서 학교와 병원과 신문을 통해 기독교 문명, 곧 근대성과 종교성을 동시에 전했다. <독립신문>도 근대 문명화와 기독교화를 동시에 후원했다.

기억할 사실은, 세계 전체 인구에서 기독교인의 비율은 지난 120년 간 33%로 거의 변동이 없다는 점이다. 세계 인구에서 종교인 비율은 지난 50년 간 증가했고, 앞으로도 증가해서 비종교인은 점차 줄어들 것이다. 서구나 일부 부자 나라에서 종교인의 비율이 줄어도, 다른 나라에서는 종교인이 증가하고 있다. 따라서 세계가 비종교화 되고 있는 것은 전혀 아니다. 다만 유럽과 북미, 한국이 1970-80년에 비해 비종교화 되고 있다.

 

동아시아와 한국

 

1962년 첫 인구 조사에서 한국의 불교와 기독교 인구는 합해도 9%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1995년 인구 조사에 의하면 종교인은 50%를 넘었고, 불교인이 23.2%, 기독교인이 26%(개신교 19.4%, 가톨릭 6.6%)를 기록했다. 그야말로 한 세대 만에 ‘종교 혁명’을 이루었다. 경제 성장, 자본주의 발전, 근대성의 발전과 더불어 종교도 함께 성장하는 독특한 유형을 만들었다.

그러나 1997년 이후 2010년까지 정체기를 지나 지난 10년 간 한국의 3대 종교(불교, 개신교, 천주교)는 급쇠락하고 있다. 따라서 현시점에서 보면 1962-1997년의 성장은 거품이라고 말할 만하다. 일시적 현상이었다.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현재는 과열로 만들어진 거품이 꺼지고 1960년대 이전 모습으로 회귀하는 과정이다. 즉, 특정 종교에 적을 두고 활동하는 인구는 1/3이 되지 않는 시대로 돌아가고 있다. 한국은 유럽이나 미국처럼 종교인이 많은 사회가 되기 어렵다고 본다. 앞으로 단기 전망만 해 보면, 다음과 같은 표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개신교 6대 주요 교단 교인수 통계, 2000-20233)

 

작년과 올해는 팬데믹으로 인해 교회마다 통계를 내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주요 6개 교단의 2010-19년 통계를 근거로 동일 추세로 가는 경우 a(황색), 팬데믹으로 인해 더 감소되는 경우 b(청색), 그리고 팬데믹과 세습, 정치 운동, 대사회 신뢰도 상실 등이 함께 영향을 주어 대폭 감소하는 경우 c(적색)로 예상할 수 있다. 최소한 b가 될 것이며, 아마도 c로 추락할 가능성이 높다. a나 b는 공식 통계이므로, 실제로는 c가 될 것이다. 즉, 한 해에 50-70만 명이 교회를 떠나게 된다.

인구 통계를 보면 1984-1992년생 수가 전년도들에 비해 매우 적다. 앞으로 5년 간 30대 수의 대폭 감소로 교회는 노화가 더욱 심화될 것이다. 2025년엔 가나안 성도 등 허수를 빼면 500만이 될지도 모른다.

현재 한국 개신교의 하드웨어나 조직은 2010년을 기준으로 확대 성장을 예상하고 만들어졌다. 2010년에 비해 2030년에는 교세가 절반 이하로 떨어질 수 있으므로, 건물과 조직을 절반 이하로 축소, 재편해야 할 것이다.

다시 세속화 논의로 돌아가 보자. 동아시아에서 한국은 물론, 중국도 일본도 유사하게 ‘비종교인’이 많은 사회로 남을 것이다. 그러나 서구 근대 용어인 ‘종교’라는 범주 안에 유교, 도교, 무교 등 일상생활에 스며든 종교(diffused religion)들이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동아시아도 서구와 같은 세속화의 물결에 휩쓸릴 것으로 보는 것은 단견이다. 갤럽 조사나 정부의 센서스에서 사용하는 종교 개념은 서구적인 것으로, 동아시아에서 종교 인구를 포착하는 데 한계가 많다. 한국에서 가장 많은 종교 실천 인구는 무교인일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통계에 잡히지 않는다. 제도 종교와 달리 무교는 변화하는 상황에 쉽게 적응한다. 사이버 공간에 일찍 진출했으며, 국가적 재난에 대처하고, 페미니즘 운동과도 잘 어울리는 변형을 하고 있다.

교리적 신봉보다 의례적 실천이 중요한 민중과 여성과 소외층의 통속 종교(popular religion)가 기층에 자리 잡고 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사회인 동아시아에서 세속화와 종교 쇠퇴를 논하는 것은 어쩌면 코끼리의 한 부분만 만지고 내리는 판단인지도 모른다.

개신교는 쇠퇴 일로에 있다고 해서 양적 감소에 너무 정신을 빼앗기거나, 혹은, 그래도 한국 제도 종교 중에 1위를 고수한다는 허위에 사로잡히지 말아야 한다. 대신 민중 종교들이 사회적 이슈에 대처하는 사회적 영성(예언자적 영성), 민중의 생존과 번영에 관심하는 기복적, 복지적 영성(왕적 영성)에 관심하면서, 유교가 천 년 이상 가정교육을 통해 도덕성과 문화 정체성을 유지한 가족 의례적 영성(제사장적 영성)을 배우고, 동시에 사람들이 원하는 심층 종교 경험을 제공하는 종교적 영성(예수 사건 영성)을 더 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1) 한국갤럽, “한국인의 종교 1984-2021 (2) 종교에 대한 인식”, 2021년 4월 7일 조사.

2) Charles Taylor, A Secular Age (Harvard University Press, 2007).

3) 2004-19년 통계는 <뉴스앤조이>의 다음 기사에서 가져 왔으며, 2020-23년 통계는 필자의 예상치이다. “예장합동·통합·고신·기장·감리회·기성 등 주요 교단 교인 17만 빠져…2011년 이후 139만 이탈”, <뉴스앤조이>, 2020년 10월 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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