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미얀마는 전국적인 내전 상황으로 나가고 있습니다. 실향민과 피난민도 더 많아졌습니다. 군인들의 공격을 피해 집을 떠나서 숲속에 숨어 있는 사람들이 수천 명이 넘습니다. 지금은 장마철이라서 숲속에서 생활하는 것이 위험합니다. 여러 가지 질병에 노출되는데 이미 말라리아 때문에 사망한 사람들도 있습니다. 국내에서 실향민들을 지원해 주던 사람들도 잡혀가고 식품과 의약품도 보낼 수 없는 상황이라서 시민들의 소중한 목숨이 숲속에서 사라지고 있습니다. (본문 중)

조안(가명, 미얀마인 유학생)

 

안녕하세요. 저는 한국에서 생활하고 있는 미얀마 유학생입니다.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영화에서도 본 적이 없었던 잔혹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데 저는 이렇게 안전한 나라에서 공부하고 있으니 때로는 죄책감마저 느끼게 됩니다. 저는 여기에서나마 할 수 있는 모든 활동을 하면서 우리나라의 용감한 국민들을 지원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금 한국에서 생활하고 있는 미얀마 친구들도 가족 걱정, 생활비 걱정, 공부와 관련된 스트레스 등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고 있을 것입니다. 그래도 한국 정부가 미얀마 학생들과 노동자들에게 체류 기간 연장 등의 지원을 해주고 많은 한국인들이 주위의 미얀마 친구들을 지지해 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미얀마의 민주화 운동이 시작된 지가 5개월이 되었습니다. 수많은 희생자들이 발생했으며 유혈 투쟁이 아직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좋은 미래를 바라는 마음으로 평생 일해 왔던 일자리까지도 희생하며 시민 불복종 운동에 참여한 시민들이 위험한 상황에서도 이 운동이 무너지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오늘(7월 5일)까지 890명이 사망하였고 6,481명이 체포된 상태입니다. 체포된 사람들은 입에 담기도 어려운 고문을 당하고 있을 것입니다. 희생자들의 유가족들도 힘든 상황에서 어떻게 버티고 있는지 걱정됩니다. 공식 기록에 없는 희생자들도 더 있습니다. 미얀마는 다양한 민족 공동체로 이루어진 다민족 국가입니다. 산지에 사는 민족의 마을에는 인터넷이나 전기가 연결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지역에서 학살당하고 아무도 모르게 사라지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을까 생각할 때마다 저는 숨을 못 쉴 정도로 답답함을 느낍니다.

경제적으로 ​후진국에 속하는 미얀마는 작년에 코로나19 때문에 경제가 더 하락하여 시민들의 어려움이 심각해졌습니다. 이미 어려운 상황이었는데 군부 쿠데타가 터졌고, 이후 계속된 유혈 사태까지 직접 목격하고 경험하면서 시민들은 지치고 힘든 가운데서 큰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많은 죄 없는 시민들이 체포당하고 죽임당하고 있습니다. 쿠데타 직후부터 지금까지 오전에 잡아간 사람을 밤에 시신으로 돌려보내는 일이 계속 벌어지고 있습니다.

목숨을 희생한 사람들과 지금까지 투쟁을 지속하는 사람들은 무엇을 위해 싸우고 있을까요? 그들은 끔찍한 독재자의 지배를 벗어나 가난하여 굶어 죽더라도 안전한 나라에서 살고 싶다는 마음으로 맨손으로 투쟁하고 있습니다. 우리 미얀마 사람들은 독재자가 이렇게 죄 없는 시민들을 마음대로 학살하는 사회에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월광주와 미얀마는 하나다, 김규표作 ⓒ광주민족미술인협회

 

​독재자가 있는 한 미얀마 사람들의 인권은커녕 생명권조차 보장받을 수 없습니다. 이런 잔혹한 일이 일어나는 것을 전 세계가 실시간으로 보고 있는데도 막을 수 없다는 사실이 놀랍고 안타깝습니다. 우리 세상에서 평화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이 세상의 어느 쪽에서는 경제 발전을 누리며 편안한 삶을 살지만, 다른 쪽에서는 발전은커녕 사람의 목숨조차 가치 없게 취급받는 불평등이 존재합니다. 우리가 점점 뜨거워지는 이 지구를 하루아침에 구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주변에서 폭력에 희생을 당하고 있는 사람들의 불안한 생명권을 다 같이 힘을 모아 보호해 줄 수는 있지 않을까요?

​현재 미얀마는 전국적인 내전 상황으로 나가고 있습니다. 실향민과 피난민도 더 많아졌습니다. 군인들의 공격을 피해 집을 떠나서 숲속에 숨어 있는 사람들이 수천 명이 넘습니다. 지금은 장마철이라서 숲속에서 생활하는 것이 위험합니다. 여러 가지 질병에 노출되는데 이미 말라리아 때문에 사망한 사람들도 있습니다. 국내에서 실향민들을 지원해 주던 사람들도 잡혀가고 식품과 의약품도 보낼 수 없는 상황이라서 시민들의 소중한 목숨이 숲속에서 사라지고 있습니다.

​코로나19 3차 대유행이 닥쳐온 깔레이 시에서는 코로나 사망자 수가 하루에 30명이나 되며 확진자 수는 정확히 알 수도 없는 상황입니다. 그런데도 코로나 예방 수칙 만들어 지키기는커녕 군부가 전국에 있는 학교들을 열면서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하려고만 노력하고 있으니 시민들이 너무 걱정이 됩니다. 여러분께서 미얀마를 계속 기억해 주시고 미얀마의 민주화 운동을 계속 지지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미얀마의 민주주의는 승리할 것입니다. 그때까지 저희 미얀마인들은 열심히 투쟁할 것이고 끝까지 버텨 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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