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무두가 기소된 후, 회사는 디무두를 해고하지 않고 오히려 적극적으로 도왔다. 디무두는 재판받는 동안에도 동료들과 함께 일할 수 있었고, 회사는 변호사를 찾는 일에도 함께 나섰다. 결국 여러 사람들의 도움으로 디무두는 무료 공익 변론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재판 결과 디무두는 벌금 1,000만 원 형을 선고받았으며, 이 벌금은 회사와 시민단체, 스리랑카인 친구들의 도움으로 마련할 수 있었다. (본문 중)
노종문(좋은나무 편집주간)
3년 전 2018년 10월 7일 오전 11시, 스리랑카에서 온 외국인 노동자 디무두 누완(30)은 일하던 공사장에 우연히 날아온 풍등을 신기하게 여겨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 풍등은 우연히도 300m 거리의 고양저유소로 날아갔고, 저유 탱크 근처 마른 풀에 불이 옮겨붙어 결국 저유 탱크가 폭발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재산 피해는 110억 원에 달했다.
거대한 화재와 엄청난 재산 피해를 낸 이 사건은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고, 스리랑카 청년 디무두를 돕자는 여론이 뜨겁게 일어나기도 했고, 우리 사회의 안전 불감증을 반성해 보는 한 계기가 되기도 했다.
오늘 아침 느지막하게 잠에서 깨 마루로 나갔습니다. “스리랑카 젊은이가 풀려났어요!” 아내가 던지는 말이었습니다. 혹여 가짜뉴스인가 해서 인터넷으로 뉴스들을 검색했습니다. 곧장 사실임을 확인하였습니다. 검찰이 구속영장 신청을 포기하고 스리랑카 젊은이를 풀어 주었다는 소식을 여러 매체가 보도하였습니다. 청와대 국민청원도 있었다는 얘기도 읽었습니다. 많은 시민들이 경찰이 외국인 노동자에게 책임을 묻는 것에 대해 분노하고 스물일곱 살의 외국인 젊은이에게 동정을 표시했다는 기사를 읽었습니다. 그 순간 눈시울이 뜨거워짐을 느꼈습니다. ‘아, 우리 시민들이 약자의 억울함을 돌아보는구나. 이 젊은이가 구속되지 않아도 되는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자연스럽게 몸에 생긴 현상이었습니다. 아침을 먹고 집을 나서 학교를 향해 잠시 걷는 동안 세 가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강영안, “고양 저유소 화재 사고를 보며”, <좋은나무> 2018.10.16)
이 사건을 일으켰던 디무두가 기소된 후, 회사는 디무두를 해고하지 않고 오히려 적극적으로 도왔다. 디무두는 재판받는 동안에도 동료들과 함께 일할 수 있었고, 회사는 변호사를 찾는 일에도 함께 나섰다. 결국 여러 사람들의 도움으로 디무두는 무료 공익 변론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재판 결과 디무두는 벌금 1,000만 원 형을 선고받았으며, 이 벌금은 회사와 시민단체, 스리랑카인 친구들의 도움으로 마련할 수 있었다.
2021년 6월 30일, 한국에서 귀화하여 사는 것이 꿈이었던 디무두는 6년간 일했던 한국을 떠나 고향으로 돌아갔다. 그는 벌금형을 받아 취업 비자를 받지 못하게 되었으므로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기는 어렵다.
그래도 풍등을 날린 건 제 잘못이에요. 일부러 한 건 아니었지만, 제 잘못이에요. … 한국에서 잘 살고 싶었는데 아쉽습니다.
한국에 와 돈 버는 처지에 이런 큰 문제를 일으켜 너무 죄송합니다. 일도 열심히 하고, 잘살려고 했는데 왜 이걸 날렸는지 모르겠어요. 재판이 끝나면 스리랑카에 가서 부모님 얼굴을 뵙고 싶어요. 제가 실수했는데 변호사님, 회사 동료분들, 모두 큰 도움을 주셔서 감사해요. 한국인분들, 고맙습니다.
참고한 글
고양 저유소 화재 사고를 보며(강영안, 좋은나무 2018.10.16)
풍등 화재 스리랑카인 “110억 불탔지만 회사는 날 버리지 않았다”(조선일보 2021.6.15.)
‘고양 저유소 화재’ 디무두, 6년 만의 귀향…“잘 살고 싶었는데 아쉽다”(경향신문 202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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